코로나에 걸리고알게 된것, 달라진 것
4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첫 주!
직원들과 저녁으로 배달음식을 함께 시켜먹었고, 함께 먹은 4명 중 3명이 코로나에 걸렸다. 한 명은 좀 더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열심히 일한 자! 코로나의 악령에 자유로웠다!
회사 옆 코엑스에 임시선별 검사소가 있어 올해 들어서는 한 달에 많을 때는 2~3번씩 검사를 받곤 했다. 코로나에 걸린 것으로 추측되는 그날 아침에도 전날 검사에서 음성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때문에 어쩌면 더 방심했을지도 모르겠다. 같이 식사를 한 직원 한 명이 다음 날 몸이 좋지 않아 재택을 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으나, 나와 다른 한 명은 별다른 이상이 없어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업무를 봤다. 이틀 후 금요일에 몸이 안 좋다던 직원이 뭔가 이상했는지 자가 검사 키트로 검사를 했더니 양성이라며 선별검사소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연락을 해왔다.
무더위가 계속되어 밤에도 에어컨을 틀고 잤고, 그래서 목이 간질간질했고, 경미한 잔기침은 있었다. 그러던 중 연락을 받아서인지, 금요일 오후라 한주의 급한 업무가 마무리되어 그랬던 건지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했다. 밤이 되면서 오한이 오고, 열이 나서 밤새 뒤척이며 잠을 설치고 나서 열이 좀 내려 다음날 선별검사소를 찾았다. 그리고 감기인 것 같아 병원에 들려 감기약을 처방받았다.
토요일 새벽잠이 깨어 확인해 보니 031로 시작하는 부재중 전화가 3통 와 있었다. 아뿔싸 걸렸구나! 다시 콜백 전화를 걸었다. "장안구 보건소입니다...", "어제 검사를 받았는데 부재중 전화가 와 있어서요." "자 지금부터 움직이시면 안됩~~~"
새벽 3시 보건소와 통화를 마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빈방으로 옮기는 것,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3일간의 동선과 카드 사용 내역을 정리하는 것, 마지막으로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은 가족과 밀접접촉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1. 수십 통의 전화. 동선을 완성하고 밀접접촉자를 찾기 위한 보건소의 노력은 가히 대단했다. 묻고 또 묻고. 내가 낸 명단에 있는 분들에게 연락하고 검사를 받아보라고 한듯하다.
2. 따가운 시선. 이웃은 물론이거니와 와이프마저 나를 경계하였다. 전염성이 강한 역병(?)이니 당연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섭섭하기도 하고..
3. 10일간의 격리. 지병(기저질환) 여부, 증상에 따라 3단계로 나누고 경증의 경우는 병원이 아닌 생활치료소로 가게 된다. 내가 배정받은 곳은 용인에 위치한 한화생명 라이프파크였다. 바로 옆이 용인 한화리조트.. 예전에 눈썰매 타러 왔던 곳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시설은 거의 비즈니스 호텔급이었으나 의자가 없었다. 기본 2인 1실인듯한데, 같은 방을 배정받은 아저씨가 들어오지 않았다. 운 좋게 나는 독방을 쓸 수 있었다.
4. 퇴소 후 문제. 퇴소하고 격리 해제 확인서를 발급받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하였으나, 당장 아주대학교 검사 예약은 퇴소 후 2주 후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생길지 모르는 전염 때문이라면 풀어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코로나는 치료약이 없다(2021년 8월 기준).
생활치료소의 목적은 치료가 아닌 소위 말하는 코호트 격리, 즉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이 아직 걸리지 않은 일반인을 못 만나게 하는 것이었다. 자연치유의 힘을 몸소 체감하는 곳이었다. 스스로 하루 2번 체온, 혈압, 산포도를 체크해서 앱에 입력하면 이상 징후가 보이면 간호사가 전화를 준다. 그 외에는 하루에 한 번씩 이상 징후는 없는지, 기분은 어떤지 확인 전화를 준다. 열이 난다고 하면 해열제를 주고, 기침이 나면 기침약을 주는 식이다. 이렇게 시간이 반쯤 지나니 열은 내리고, 기침은 줄어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 소멸된다.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퇴소 기준은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일로부터 240시간이 지나야 된다. 당연히 열이 나거나 건강에 이상 징후가 없어야 한다. 2021년 3월 전에는 퇴소일이 가까워지면 PCR 검사를 해서 음성을 받아야만 퇴소가 가능했다고 하는데 환자수가 늘어 감당이 힘들고, 2주가 지나 완치가 되어도 PCR 검사에서는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시간 기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따라서 몸속에 전염성은 없지만 바이러스는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10일을 채우고, 이상 징후가 없으면 바로 퇴소를 하는 것이다. 대신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서 보건소에서 격리해제확인서를 발급해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성을 받아야만 풀려나는 것으로 알고 있더라...
가장 큰 수확인 내 몸의 변화를 관찰하고 느꼈다는 것이다. 열이 나고, 춥고, 기침이 나더니 어느 날 갑자기 냄새가 안나는 것이었다. 나눠주는 생활용품 중 비교적 강한 향을 내는 비누, 빨랫비누, 샴푸, 바디워시 등의 냄새를 킁킁대며 맡아보려고 해도 나지 않았고, 그 강하다는 김치 국물을 손에 묻혀 맡아보아도 전혀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며칠 지나 응가를 볼 때 솔솔 올라오는 냄새를 맡고 그렇게 기쁠 수가 있다니... 사라진 기능이 돌아오는지, 열은 언제 내려가는지, 10일을 머리와 수염을 안 깎으면 어떻게 변하는지.. 온전히 스스로의 몸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혹시 생활치료소로 가게 된다면, 어디로 가게 되는지 알게 된 후 보통 한나절 정도의 준비 시간이 주어진다. 무조건 검색을 하시라. 이 글을 쓰는 목적도 혹시 용인으로 가시게 될 분들을 위함이다.
있는 것들
시설은 좋다. 싱글침대, 책상, 냉장고, 커피포트, 옷장, TV(SK IPTV), 와이파이, 화장실(비데), 샤워실, 세면대가 기본 시설이며, 화장실과 샤워실이 각각 분리되어 있어 좋았다. 다만 의자가 없다. 진짜인지는 모르겠으나 우울증에 걸린 환자가 삶을 포기한 이후로 의자를 없앴다는 블로그 글을 봤다. 그래서 나는 침대를 책상 앞으로 옮겨 의자처럼 쓰면서 밥을 먹고 노트북을 했다. 다만 잠을 험하게 잔다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 침대를 옮길 때 가려진 곳에 먼지는 청소해야 한다는 점은 감수해야 할 듯하다.
주는 것들
기본 입소키트에 기본 생활용품이 다 있다. 비누(빨랫비누), 샴푸, 치약, 칫솔, 종이컵, 고무장갑, 화장실 청소도구 등등.. 어느 생활치료소에서는 커피, 녹차, 컵라면까지 준다던데..암튼 경기도는 저 정도..
가지고 가면 좋을 것들
난 민머리라 해당 사항이 없었지만 린스, 드라이기가 필요할듯하다. 스킨, 로션류도 필요할듯하다. 그리고 여성분들은 혹시 생리가 가까워졌다면 위생용품을 챙기셔야 할듯하다. 커피믹스, 녹차, 간단한 간식, 컵라면, 김 정도는 챙겨가면 좋을듯하다. 블로그에서 보고 유일하게 커피믹스를 좀 챙겨갔는데 큰 힘이 됐다.
역시 코로나로 2년 가까이 고생하고 계신 보건소, 의료진, 소방관, 생활치료센터 관계자 분들..모두 정말 고생을 하고 계신듯하다. 물론 개개인에 따라 섭섭한 부분도 있으시겠으나 정말 고생이 많은 건 경험해보니 알겠다. 감사합니다. 건강 잃지 마시고요!
쓰레기 문제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의 물건이라 어쩔 수 없겠으나.. 모든 용품을 주황색 폐기물 봉투에 담고, 다시 플라스틱 통에 밀봉하여 폐기한다. 그 안에 일반 쓰레기, 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 등을 하루에 한 통식 배출하면서 엄청 죄스러웠다.
이걸 다 비용으로 하면 지금 국가적 손해가 얼마인가??
10일간 격리된 기간 동안의 기회비용, 국가(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세끼의 밥값, 방값, 의료진(관계자)분들의 시간(비용) 등을 따지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듯하다.. 하루빨리 치료제가 개발되어 코로나가 끝났으면 한다.
다시 한번 고마웠습니다. 교도소는 못 갈 것 같습니다. 착하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