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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밍고 Jan 24. 2020

있을지도 몰라, 미세먼지 카르텔!

허무맹랑한 미세먼지 음모론..!

내가 미세먼지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체감하며 그 위험성을 느끼기 시작한 건 2014년의 봄이었다. 그 무렵을 되돌이켜 보자면, 전 국민을 공분하게 한 '예의 그 슬픈 일'이 있기도 해서 매일매일 눈이 짓무르도록 울었는데 눈물 콧물이 흐를 때마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걷어내고 코를 푸느라 굉장히 수고스러웠다. 그 이전에도 미세먼지가 대기 중에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그때 처음 미세먼지의 존재를 뼈저리게 체감했다.



그 이후로도 미세먼지는 계속해서 한국을 뒤덮었다. 해가 갈수록 나아지기보단 오히려 심해진 듯하다. 이젠 봄철에 미세먼지와 공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겨울철에도 푹한 날이면 미세먼지를 감수해야 한다. 그나마 공기가 좀 차가워지는 한겨울이나, 비가 오는 장마철엔 미세먼지가 없지만 그것도 손으로 꼽을 정도. 처음에는 미세먼지 수치를 체크해 가며 마스크를 챙겨 쓰고 다녔던 나도 이제 좀 무뎌져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철저히 대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창문을 열어 환기하기를 꺼려하고 공기청정기의 힘의 도움을 받아 생활한다. 이제 피크닉, 산책 등 야외활동은 어쩌다 운이 좋아야 하는 천금 같은 일이 되었다.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니다 보니 이제 정치인도 유권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다. 행정부 정무직들은 출마 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고, 관 차원에서도 지자체마다 미세먼지 대응팀을 꾸리고 있다. 관공서 내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하고 있으며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에는 외출을 삼가도록 재난 문자도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앙정부에서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전국적으로 차량 2부제를 운영하고 노후 디젤 차량 폐차 시 지원금을 지원하는 등 여러 가지로 힘을 쓴다고 한다. 근데 2014년을 기점으로 해도 벌써 햇수로 6년, 아니 도대체 어떻게 6년을 겪고도 동족방뇨 해법 일색인가.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다. 미세먼지의 원인은 여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을 낱낱이 살펴보면 대부분 개개인 수준에서의 변화에만 호소하는 것에 불과하다.



미세먼지의 사이드 이펙트에 대하여 말하기 시작하면 이 글은 지금보다 좀 더 우울해진다. 겉으로 보면 단순히 폐 건강이 염려되는 수준이지만 나중에 어떤 질병으로 더 발전(?)할 것인지는 우리도 아직 겪어본 바 없다. 이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체르노빌'처럼. 얼마나 많은 피해자를 피해자로 집계해야 하는지 그 층위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어떤 대비도 할 수가 없다.일례로 나만 해도 태양빛을 제대로 쐬지 못한 탓에 벌써 만성적인 비타민D 부족을 호소하고 있고 그로 인해 우울증이 발병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미세먼지 이전에는 단연코 없던 일이다. 이건 분명 누구도 예기치 못한 부분. 누가 미세먼지 때문에 우울증이 발병할 거라고 생각하겠는가. 이렇듯 미세먼지로부터 발생하는 물리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정신 건강이 심히 걱정된다.





어느 날인가 미세먼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던 나는 미세먼지가 만연한 상태를 유지해야 이득을 보는 어떤 카르텔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공상을 했다. 미세먼지에 들러붙어 있는 산업만 헤아려도 얼마나 많은가. 가볍게는 마스크부터, 공기청정기 제조사, 친환경차량(전기 및 하이브리드) 제조사,  실내체육관 운영자, 비타민D 판매상, 정신과 의사 등. 정말 허무맹랑한 공상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있지 않나. 그래서 소설을 써볼까 하다가 너무 빤한 이야기가 될까 해서 참았다ㅡ누가 쓸 생각이 있거든 내게 십만 원만 주면 아이디어를 팔겠다(농담이다).



근데 또 생각해 보면 허무맹랑한 공상은 아닌 것도 같다. (내가 던진 말이지만)이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자그마치 지난 6년 동안 근본적인 문제에 가 닿지도 못 했으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정말 지금 해결할 수 없는 일일까. 정말로? 그 답은 하느님과 높으신 분들만이 알겠지. 아아, 미세먼지가 너무너무 싫다! 공원 나들이를 할 수 없게 하는 미세먼지! 우리는 언제까지 미세먼지를 마시며 생활해야 하는가! 우리는 언제까지 산책을 유보해야 하는가! 들어주는 이 하나 없지만 갈 곳 잃은 분노를 여기에 발산한다. 아무튼 있을지도 몰라, 미세먼지 카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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