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그 정도 거리

by 갑자기 흰수염

얼마나 함께 한 것일까.

내가 마흔, 누이가 마흔둘이니까,

족히 42년은 넘었네.


“네 엄마가 나를 속였어. 결혼하고 보니까 나이를 한 살 많게 말 한거야. 할아버지 할머니가 노발대발이었지. 4년 차이면 그나마 괜찮은데 5년이었으니까.”

취기 오른 아버지의 말에 풋웃음이 나왔다.


“나중에 너 결혼할 상대는 꼭 이 아비한테 데리고 와서 보여줘야 한다. 나이 잘 보고.”

하고 싶은 말, 불필요한 말이 입안을 겉돌았다.


“오랜만에 즐거운 저녁을 보냈다. 고맙다. 아들”

축축한 퇴근 거리에 옅은 미소가 번진다.


뚜벅뚜벅 지하철 입구로 들어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살펴본다.

회사로 돌아와 꺼진 모니터에 비친 내가 보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딱, 이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의 평화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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