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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철 서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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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나 Nov 23. 2024

냉탕, 온탕

주인공인 소피아에 빙의하며 두 시간이나 지난 줄 모르고 봤다.

결론적으로 소피아는 두 상대 중 어느 쪽과도 완전한 사랑을 하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지적 충만함, 한쪽에서는 본능적인 자유로움을 느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한 결핍을 느꼈다. 양쪽이 주는 다른 기쁨을 알아버린 이상 한쪽만 선택해서 오랫동안 같이 살 수 있을까. 같이 본 친구와 농담으로 다자연애를 선택한 소피아의 동생 커플이 현명한 게 아닌가 하는 말을 주고받았다.

가족과의 식사장면에서, 무지와 무례가 넘쳐나는 대화 사이에서 같이 고통받았다. 연인 사이일 때 상대방에게 갖는 잣대가 있는지 얘기해 봤는데, 친구와 나 둘 다 말투나 사소한 행동에서 예의 없음이나 거슬리는 순간이 있을 때 정이 뚝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매번 만나는 상대에게 너무 완벽을 바라나? 다른 사람을 볼 때 한 톨의 판단도 하지 않는 사람이, 완전무결한 사람은 어디 있겠냐면서도, 영화를 두 시간만 봐도 정 떨어지는 장면들에 재미와는 별개로 싫증이 나기도 했다.

친구와 연애를 할 때의 관점만은 달랐는데, 사람을 만날 때 어떤 관계이건 에너지를 많이 쏟는 편인 나는 연인에게 쏟을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반면, 친구는 연애를 할 때 전적으로 자아에 대한 탐구 본능이 세게 나와서 연애를 하는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머릿속이 뜨거워졌다. 잘 만든 영화임은 확실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m6I403KmX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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