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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초보가 조직에서 인정받는 법

흔들리는 조직에서 살아남은 한 신입 영업사원의 선택

by 친절한기훈씨

약 5년 전, 나는 영업 현장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


면접을 통과하고, 2주간의 신입 입문 교육을 받은 후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다. 함께 입사한 동기 9명 중 절반 이상은 이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경력자들이었다. 그들은 말도 유창했고, 고객을 대하는 태도는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그에 비해 나는, 그저 영업 책을 30권 읽은 ‘이론만 충실한’ 신입사원일 뿐이었다.


우리가 맡은 영업 커버리지는 광범위했다. 서울 양재를 시작으로 전국을 누벼야 했고, 경상권과 전라권은 팀 내에서 나눠 맡았다. 어떤 날은 서울에서 출발해 강원도 동해를 찍고, 여수를 들렀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당일치기 일정도 있었다. 무게 50kg이 넘는 제품을 차에 싣고 전국을 누비며 아침 7시에 시작해 밤 9시에 끝나는 하루가 반복되었다. 힘들었지만, 모두가 신이 나 있었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우리 팀 역시 일종의 ‘전투 모드’에 가까운 상태였다.


“매일 아침 일어나 행동에 나서기만 한다면 시장에서 누구와도 싸워 이길 수 있다.”

— 도널드 밀러, 『무기가 되는 알고리즘』


정말 그랬다. 그때 우리는 생각보다 ‘행동’에 집중했다. 전략이나 기획보다는, 매일 발로 뛰며 고객을 만나고, 반복되는 루틴과 세팅된 방식으로 구매 전환을 이끌었다. 시스템이 잘 짜여 있었기에, 나 같은 신입조차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점차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성과가 어느 정도 나오자, 초기의 '기본값'은 점차 무너졌고, 각자의 스타일대로 일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매출은 들쭉날쭉했고, 조직 내부에는 불만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파’가 나뉘고, 하나둘씩 퇴사자가 생겨났다.

그때 나는 오히려 이 상황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기본값만 지켜도, 이 안에서 중간 이상은 할 수 있었다.

다들 흔들릴 때, 나만큼은 처음 배운 대로 움직였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때로는 그 단조로운 반복이 지루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급성장하는 회사 안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결단했다.


조직 개편이 있을 때마다, 급여가 줄더라도 비전을 따라 움직였다.

실제로 두 번, 월급이 100~200만 원 줄어드는 선택을 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팀으로 이동했다. 당장은 손해처럼 보였지만, 그 선택은 결국 회사를 통해 나를 증명하는 기회가 되었다.


결국 나만 남고 같이 입사한 동기들은 다 떠났다.

불만을 말했고, 조건을 따졌다.

나는 그렇게 계산하지 않았다.

그저, 기본값을 지켰다.

그랬더니, 끝까지 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나의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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