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머니즘—한국적 맥락에서

이마지너리의 귀환—환영의 적극적 가능성 3

by 정웅

확률-이미지는 인류의 오래된 이미지 전통과 공명한다. 무속의 신내림, 접신의 비전, 명상의 심상—이것들은 현실에 기반하지 않으면서도 경험되고, 실재하지 않으면서도 작동하는 이미지들이다.


한국의 무속 전통은 AI 이미지를 이해하는 데 독특한 관점을 제공한다. 무속에서 신은 무당의 몸을 통해 발현한다. 이것은 재현이 아니라 발현이다—신이 무당의 몸을 '빌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AI 이미지에서도 유사한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수억 장의 이미지가 AI라는 매체를 '빌려' 새로운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다.


서양 철학에서 이미지는 주로 재현(representation)의 문제로 다루어져 왔다. 한국적 무속 전통은 이미지를 발현(manifestation)의 문제로 다루는 대안적 프레임을 제공한다. AI 이미지의 창작은 일종의 '디지털 사머니즘'으로 이해될 수 있다. 창작자는 프롬프트라는 주문을 통해 잠재 공간이라는 비가시적 세계에서 이미지를 불러낸다. 이 비유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AI는 영적 존재가 아니며, 프롬프트는 기도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AI 이미지를 단순한 도구적 생산이 아닌, 매개적 발현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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