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 공간의 철학—"있을 법한 것"의 이미지 3
잠재 공간의 한 점과 다른 점 사이를 이동하면, 이미지는 부드럽게 변형된다. 얼굴이 풍경으로, 풍경이 추상으로, 추상이 다시 얼굴로 연속적으로 변화한다. 이것은 꿈의 문법과 닮아 있다. 꿈에서 얼굴은 돌연히 풍경이 되고, 장소는 감정이 되며, 시간은 접혀 넣어진다.
프로이트는 꿈의 작업(dream-work)을 분석하며 압축(condensation)과 전치(displacement)라는 두 가지 핵심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압축은 여러 요소가 하나의 이미지로 융합되는 것이고, 전치는 한 요소의 감정적 강도가 다른 요소로 이동하는 것이다. AI의 잠재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은, 놀랍도록, 이 두 메커니즘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수억 장의 이미지가 수백 차원의 벡터로 압축되고, 그 벡터 공간 안에서 의미가 자유롭게 이동한다.
AI의 잠재 공간은, 어쩌면,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이미지의 집단적 꿈인지도 모른다. 개인의 꿈이 개인의 경험을 압축하고 전치하듯이, AI의 잠재 공간은 인류 전체의 시각적 경험을 압축하고 전치한다. 그러므로 AI 이미지가 꿈처럼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꿈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AI 이미지의 특유의 불안정성—손가락의 기이한 뒤틀림, 읽을 수 없는 텍스트, 분류 불가능한 사물—은 결함이 아니라 꿈의 문법적 특성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