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리야르를 넘어서

잠재 공간의 철학—"있을 법한 것"의 이미지 4

by 정웅

장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의 시대를 예고했다—원본 없는 복사, 현실을 대체하는 기호의 세계. AI 이미지는 보드리야르의 예언을 실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을 넘어서고 있다.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는 여전히 '복사'의 개념을 전제로 한다. AI 이미지는 복사하지 않는다. 그것은 생성한다. 복사는 원본을 전제한다. 생성은 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AI 이미지는 시뮬라크르의 다음 단계이다—복사 없는 생성, 원본 없는 창조, 현실 없는 이미지.


한병철은 디지털 시대를 '투명사회'라 불렀다. 모든 것이 가시화되고, 비밀과 심층이 사라진 시대. AI 이미지는 이 투명성의 역설적 귀결인지도 모른다. 수억 장의 이미지가 완전히 투명하게 분석되고 분해된 끝에, 불투명한 환영이 탄생한다. AI의 잠재 공간은 인간이 해석할 수 없는 수백 차원의 벡터 공간이다. 완전한 분석의 끝에서 완전히 새로운 신비가 출현하는 것이다. AI 이미지는 투명사회의 불투명한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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