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와 증언의 역사

증언 불가능성—AI 이미지의 윤리 1

by 정웅

이미지의 역사에서 가장 무거운 임무 중 하나는 증언이었다. 전쟁의 참상을 찍은 사진, 학살의 현장을 기록한 영상, 독재의 잔혹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이것들이 힘을 갖는 것은, 그것이 '실제로 있었다'는 존재론적 보증 때문이다.


로버트 카파의 전쟁 사진이 세계에 충격을 줄 수 있었던 것은, 그 이미지 속의 죽음이 실제였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그 자리에 있었고, 셔터가 그 순간에 눌렸다. 수전 손택은 이 증언적 힘에 대해 깊이 사유했다. 고통받는 타자의 이미지 앞에서 우리는 윤리적 응답을 요구받는다. 이 요구는 이미지가 현실의 흔적이라는 사실에서 발생한다.


AI 이미지는 이 증언의 능력을 원천적으로 결여하고 있다. 그것이 보여주는 전쟁의 참상은, 어떤 특정한 전쟁의 참상도 아니다. 그것이 보여주는 얼굴은, 어떤 특정한 사람의 얼굴도 아니다. AI 이미지는 보편적 참상을 보여줄 수는 있으나, 개별적 참상을 증언할 수는 없다. 이것이 AI 이미지의 근본적인 윤리적 한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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