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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라 Jul 16. 2021

소리가 들리는 그림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


소리가 들리는 그림이 있습니다.

어떤 소리가 들릴까요?





이 그림은 겸재 정선이 그린 <박연폭포>입니다. 물줄기가 시원스럽게 떨어져 내리지요? 이 박연폭포라는 그림은 '보는 그림'이 아니라 '듣는 그림'이라고 불립니다.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절로 힘찬 폭포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래에는 정자 앞에 두 선비와 시동이 그 폭포 소리를 들으며 박연폭포를 감상하고 있습니다.
바위에 부딪친 물줄기가 선비들에게까지 튀어 옷이 젖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폭포를 보며 감탄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즐겁기만 합니다.
"정말 폭포가 장관이구만!"
"절로 시원해지네 그려!"

사실 박연폭포는 저렇게까지 높은 폭포는 아닙니다.
강세황이 그린 박연폭포와 실제 박연폭포의 사진을 보겠습니다.







누가 더 정확하게 그렸는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누구의 그림이 더 마음에 드는가는 개인의 취향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그림이 더 시원해 보이느냐라고 묻는다면 대부분 정선의 손을 들어줄 것 같습니다.
정선은 얼핏 보아도 폭포의 높이를 2배 이상 늘임으로써 평면적인 그림에 소리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떨어지는 폭포 바로 아래에 바위를 그려서 폭포가 바위에 부딪쳐 산산이 깨어져 흩어지는 입체적인 장면을 표현하였습니다.

무더운 이 여름에 코로나19까지 극성입니다.
정선의 그림 중 더위를 피하는 또 하나의 그림을 소개합니다.
바로 <독서 여가>입니다. 정선의 자화상이라고 불리는 이 그림에서 정선은 부채를 쥐고 툇마루에 앉아 화초를  감상하고 있습니다. 정선이 바라보고 있는 화초는 난초와 작약입니다. 난초는 고고한 자태와 맑은 향기로 선비들의 사랑을 받은 화초인데 귀한 사람, 친구를 상징합니다. 작약은  소중한 친구와 이별할 때 다시 만남을 약속하며 선물하는 꽃이었습니다. 즉 정선이 난초와 작약을 그린 것은 소중한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 그림은 그의 평생 친구였던 사천 이병연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으로, 이 <독서여가>가 포함된 <경교명승첩>은 당시 시의 천재로 불리던 이병연과 서로 그림과 시를 주고받은 화첩입니다.  
"잘 지내고 있는가? 그대의 소식이 궁금하여 그림 한 장을 그려 내 마음과 함께 보내네! 건강하게 지내다 곧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네!"
난초와 작약을 바라보고 있자니 정선의 말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정선의  뒤쪽으론 선비의 정취가 있는 일상을 보여주는 책들이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행복이란  '자신의 삶 속에서 얼마나 여유를 가질 수 있는가?' 것 같습니다. 더위와 코로나 속에서도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 즉 행복을 가질 수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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