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나픽추를 오르는 길에 정선의 단발령망금강을 찍다.

문화유산모임에서 등산모임으로

by 랄라라

늦은 밤에 도착했지만, 평소처럼 일찍 눈이 뜨였다. 우리 일행의 일정은 와이나픽추도 구경하는 일정이다. 와이나픽추를 7시에 들어가야 다시 나와서 정해진 시간에 마추픽추를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아침 조식을 5시에 먹어야 한다. 내가 어떤 유적지를 가든 하루를 시작하기 전 미리 1-2시간 정도를 달리기를 하기는 하지만.. 조식을 5시에 먹는데 그럴 것까지야. 또 하루 종일 험한 산을 타야 하는데... 하지만 마추픽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3시쯤 눈이 번쩍. 옆에서 자고 있는 일행의 숙면을 방해하지 않게 조심조심 일어나 바깥으로 나왔다. 이런.. 어젯밤부터 내리던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뛰지는 않고 조금 걸어보기로 한다.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있는 이 곳은 그 시간에도 나이트 <?> 같은 곳이 성행 중이었다. 경사가 심한 길을 공사자재(사람의 키보다 몇 배는 더 되는 목재가 잔뜩 실린)를 리어카 같은 곳에 실어서 끊임없이 나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너무 힘들어 보였는데 정말 빠르게 움직인다. 마추픽추나 오얀따이땀보 태양의 신전을 만들어낸 잉카의 후예라서 그런 것일까?

마추픽추 글자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어줘야지...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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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이 여행의 중요한 일정 중의 하나다. 일행들 중 대부분이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돈을 모으고 공부를 하고 왔다. 아침 식사는 뷔페식으로 맛있었다. 열심히 산을 올라야 하니 열심히 먹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셔틀버스를 타러 간다. 와이나 픽추는 오전에만 들어갈 수 있고 하루 400명으로 인원 제한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오전에 마추픽추를 들어가는 사람으로 길게 늘어선 셔틀버스들에는 벌써 기다란 줄이 있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 올라가는 길이 경주 석굴암 올라가는 길, 토함산은 저리 가라다. 거기다 그 길을 스피드 있게 달리는 버스 기사님 덕분에 심장이 쫄깃. 쫄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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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통과하고 와이나 픽추 이정표 쪽으로 발을 옮긴다. 와이나픽추를 가려면 마추픽추 옆을 지나가야 한다. 마추픽추야.. 조금만 있다보자... 가장 먼저 인사를 하는 아이들은 라마와 알파카. 길을 막고 있던 이 녀석들은 사람이 지나가면 살짝 비켜주기도 하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얌전히 모델이 되어준다. 그리고 마치 길 안내라도 하듯 다가가면 한참을 앞서가며 걸어간다, 가끔씩 뒤돌아보면서.

마추픽추가 ‘늙은 봉우리’라는 뜻을 가진데 비해 와이나픽추는 ‘젊은 봉우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름에 걸맞게 험난하다. 거기다 짙은 안개와 폭우 수준의 비, 가파른 계단과 바위들은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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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에 한 봉오리가 마치 정선의 단발령 망 금강과 비슷하다며 일행들은 사진을 남겼다. 단발령은 금강산 남쪽에서 금강산을 여행할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넓게 금강산이 보이는 고개라고 한다. 정선의 단발령망금강에는 단발령에 오른 선비들, 그리고 자세히 보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윤곽선으로 간단히 그렸으나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힘든 고개를 오르느라 힘들었지만 금강산의 절경에 감탄하는 선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정말 절경이로세! 힘들게 오른 보람이 있지 않나? 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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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6CBB4E5B6C0E1130.jpg 정선의 단발령망금강/금강산관람을 온 정선이 제일 먼저 보이는 단발령이라는 고개에서 금강산을 바라보고 있다. 고개 위에 사람들이 금강산을 보며 감탄하고 있다.

하지만, 구름에 가득 찬 모습은 이인문의 단발령망금강과 비슷했다.


2011021819192336.jpg 이인문의 단발령망금강/ 단발령에서 안개에 둘러싸인 금강산을 보며 사람들이 감탄하고 있다.


힘들게 힘들게 와이나픽추에 올랐다.

그 상쾌함이란..와이나픽추는 마추픽추 맞은 평에 있고, 코뿔소의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대제사장과 동정녀가 머물렀던 신성한 장소라고 한다. 마추픽추에서 바라보는 와이나픽추도 멋있지만, 와이나픽추에서 바라보는 신성한 우루밤바강이나 성스러운 계곡, 마추픽추 또한 멋지다고 한다. 하지만 비와 짙은 안개로 마치 구름 위에, 아니 아래쪽에서 보면 구름 위에 있어서 온 세상이 하얀색만 존재했다. 이 곳의 고도는 해발 2667m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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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은 일행/와이나픽추 꼭대기에서


와이나픽추를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출입구에서 이름과 들어 간 시간, 나간 시간을 적는다. 내 이름을 찍고 사진을 찍었으나, 흑흑..역시 카메라 메모리의 분실로 일행의 사진으로 대체. 다른 사람들에 비해 거의 빛(?)의 속도로 다녀온 일행들. 어제 모라이, 오얀따이땀보에서 가이드가 예상한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인 우리는 여기서 자신감을 얻었다. 우리 모임을 문화유산을 공부하는 모임이 아니라 등산동아리로 바꿔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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