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어!

서평 : 조정래 <홀로 쓰고, 함께 살다>

by 랄라라

조정래 작가님은 단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다.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을 몇 번씩 읽었으니 그렇게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게 읽었던 대학시절 이후 조정래 작가님의 책을 읽지 않았다. 아니 소설이라는 것을 잘 읽지 않았다.

2020년 나의 많은 시간을 차지하던 모임을 줄이면서 다시금 소설도 보고, 인문학 도서도 읽게 되었다.

그러다 눈에 띄인 책.

조정래 작가님의 등단 50주년 기념- 독자와의 대화로 펴낸 책 <홀로 쓰고, 함께 살다>이다.


저는 글이 잘 풀리지 않고 막힐 때 사회의 관대함에 편승한 예술가의 낭만의 방법을 택하지 않고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글이 제가 뜻하는 바대로 풀릴 때까지 저를 학대하듯이 다그치며 책상 앞으로 더 바짝 다가앉으며 펜을 부르쥐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만족할 만큼 글을 써내고서 의자에서 일어나고는 했습니다. 자기의 예술작업은 자기가 끝끝내 해내야 하는 것이고, 그 자기와의 싸움은 송곳으로 자기를 찌르듯 하는 치열한 노력을 바치면 반드시 해결되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그 승리의 성취감은 다음의 원고를 자신 있게 써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글쓰기는 낭만이 아니다, 학대하듯이 다그쳐 끝끝내 해내고, 그 성취감이 다음의 원고를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리스펙!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아하, 제가 98세가 되는 해까지 20년 동안 집필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는 것을 귀하는 어찌 그리 귀신같이 딱 알아맞히십니까. 귀하의 그 날카로운 예지력과 투시력으로 보아 점쟁이나 소설가가 될 기질이 다분합니다.
예, 저는 정말 앞으로 20년 동안 쓸 집필 계획을 정리해서 책상 정면의 책꽂이 앞에 세워놓았습니다. 비닐 코팅을 빳빳하게 해서. 이 말을 듣고 '하이고, 욕심도 많다', '좀 정신 이상한 거 아냐?' 하는 식의 반응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지금 이 '문답집'도 날마다 20매 이상씩 써 계획보다 '초과 달성'을 할 정도로 육신 건강하고, 새 생각들이 자꾸 떠오르고 있으며 치매 증상이란 전혀 없으니까요.
저는 제 인생을 초과 달성하려고 늘 저를 채찍질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채찍질은 죽는 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그 치열한 인생살이가 기쁨이고 생존 확인이니까요.

78세 소설가의 20년 집필 계획이라는 소제목의 글이다. 내가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닌데, 조정래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니 작가가 되고 싶다는 착각에 잠시 빠질 정도로 조정래 작가님의 글과 삶은 치열하고 멋졌다. 멋지다는 말 외에 이 글을 보고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만큼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수구 보수 들일수록 저를 지긋지긋하게 싫어합니다. 지금도 '빨갱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으며.
" 아빠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어!"
밤마다 구타를 당해 평생토록 고생해야 하는 목디스크에 걸려 제대한 아들이 제 어머니한테 한 말이라고 합니다. 그 시절에 <태백산맥>은 군대에서 금서였고, 제 아들은 '태백산맥의 아들'이라서 밤마다 구타를 당하며 제 아버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뼈저리게 느꼈을 것입니다.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한 채 살아온 그동안 아들한테 참으로 미안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우리의 분단 상황이 계속되는 한 수구보수의 기세는 줄곧 등등한 채 저에게 악담을 해댈 것입니다. 더 또한 그들을 묵살한 채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써나가며 건재할 것입니다. 욕을 먹을수록 오래 산다니까 120세까지 살게 해 줄 그들에게 고마워하면서.

아들이 군대에 가서 밤마다 구타를 당했고, 이것이 아들에게 평생 가야 할 마음의 상처와 몸의 고통으로 남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나의 고통이면 괜찮았을 텐데, 아들의 고통으로 남게 되었을 테 그 힘듦은 얼마나 컸을까? 그리고 신념이란 것이 얼마나 흔들렸을까?

마음이 아프고 또 아팠다.


10여 년 전부터 인터뷰나 강연 같은 데서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냐?' 하는 질문이 심심찮게 나옵니다.
"우리 민족과 조국을 가장 뜨겁게 사랑한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저는 그때마다 이렇게 거침없이 대답합니다. 그런 질문이 부쩍 자주 나오는 건 아마도 제가 더는 늙을 수 없도록 늙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저는 주책없고 철없게도 제가 '늙었다'는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일찍이 괴테가 말했습니다. "작가는 여든의 나이에도 소년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마음이 그래야만 영혼의 샘에서 새로운 창작의 물줄기가 용솟음한다는 의미입니다.

난 아주 훌륭한 교사, 잘 가르치는 교사로 기억되기보단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장 친구처럼 지낸 교사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교사 역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소년의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존경받는 어른으로서의 교사가 아닌 항상 말이 통하는 친구 같은 교사가 되려면 소년의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아니 지니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겠지.


<홀로 쓰고, 함께 살다>라는 책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작가는 세월의 나이만 먹을 뿐 정신은 언제나 싱싱하게 젊다'라는 작가의 말이 계속 떠오른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가 나이 듦을 아쉬워하거나 두려워하겠는가?

작가의 말처럼 '늙음이 느껴질 틈'이 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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