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
추운 겨울, 생명의 녹색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 꺾이고 부러진 나무들. 앙상하고 마른 갈색의 나뭇잎 몇 개만이 간신히 붙어있어 얼마전까지도 녹색의 잎을 가지고 있었다라는 증거를 보여준다. 과연 이 나무들이 봄이 되어 새싹이 나오고, 꽃을 피울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봄이 오면 새싹이 나오고 꽃이 피며 열매를 맺는다.
옛 사람들은 자연의 변화와 사람의 삶을 동일시하였다.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죽는 것을 하루와 일년의 변화로 생각하였다. 하루가 새벽으로 시작해 아침, 낮, 저녁, 밤으로 흘러가고, 일년이 봄에서 여름, 가을을 거쳐 겨울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차이점이 있다. 하루는 밤에서 새벽으로 다시 돌아오고, 계절은 겨울에서 다시 봄으로 돌아오지만 사람들은 죽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밤과 겨울은 모든 것의 끝이자 죽음이지만 동시에 다시금 시작하는 새로움, 생명력을 품고 있다. 사람의 죽음에 어떻게 이런 의미를 담을 수 있을까?
그래서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에 영혼의 불멸과 부활을 이야기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이라는 것이다.
오시리스는 이집트를 다스리던 왕이자 생산의 신이었다. 오시리스는 그를 시기하던 남동생 세트에게 죽음을 당하며 13토막이 나 버려진다. 하지만, 아내 이시스의 노력으로 부활을 한다. 오시리스는 죽음과 부활을 통해 죽은 자의 나라인 두아트의 왕이 된다. 오시리스 조각을 보면 굽은 지팡이와 도리깨를 쥐고 있다. 이 지팡이는 죽음을 상징하고, 도리깨는 생산을 의미한다. 오시리스는 죽음과 생명(생산력)을 가진 신이 된 것이다. 그는 이집트의 지배자 파라오의 죽음과 죽은 뒤의 삶을 상징한다. 살아서 이집트를 통치하는 파라오는 죽어서는 죽은 자의 땅을 통치하는 오시리스가 되는 것이다.
사자의 서는 피라미드의 안쪽 벽, 미라의 관, 미라를 감싼 붕대에 적힌 그림과 글이다. 죽은 사람은 오시리스의 심판을 통과해 저승으로 들어가 영원한 삶을 얻기 위해 여러 괴물을 만나 위험을 겪거나 신들에 의해 살아서의 행동에 대한 심판을 받는다. 이 때 어려움들을 해결하기 위한 주문이 사자의 서로 수많은 종류의 주문이 적혀있다. 이 사자의 서는 15장과 17장의 내용으로 태양신에게 바치는 찬가와 어려운 문제를 극복하기를 기원하는 내용이다.
bc3세기 경 이집트를 다스리던 그리스인 통치한 프톨레마이오스왕조는 왕국내의 그리스인과 이집트인의 통합을 위해 국가적인 신을 만들었다. 죽음과 부활의 신인 오시리스와 황소의 신인 아피스를 결합한 세라피스신을 그리스의 신 제우스의 모습으로 만들어 신앙 통일을 추구하였다.
인도의 힌두교 3대신은 비슈누, 브라흐마, 시바다. 이 중 시바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파괴의 신으로 세계를 멸망시키는 신이다. 하지만, 파괴와 동시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신이기도 하다. 인도인들은 파괴는 곧 창조이며, 파괴가 있어야 창조가 있다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바는 치유와 회복의 신이기도 하다. 파르바티는 이상적인 여성과 생산력을 상징하는 여신으로 시바의 부인이다.
시대와 시기, 지역과 상관없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죽음을 새로운 시작으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의 삶을 보다 충실하게 살라는 것이다. 현재의 삶은 죽음이라는 낭떠러지를 향해 앞만 바라보고 질주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삶은 무한한 시간 속의 한 부분이자 전체인 것이다.
"죽음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고
삶은 우리를 드높이니"
- 쿠푸왕의 아들 제데프로르의 <삶을 위한 가르침 > 중에서
어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화가 나거나 절망할 때도 생각해보자.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아도 다시 기회는 온다. 포기를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꼭 명심하자. 파괴가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믿고, 어려움을 새로운 기회로 삼는 마음가짐을 가질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2019년부터 아시아관을 세계문화관으로 개편했다. 이집트실을 제일 처음 열었으며 중앙아시아실, 인도동남아실, 중국실을 다시 꾸몄으며, 2021년 세계도자실과 일본실을 꾸밈으로서 세계문화관 조성을 완료했다. '확장된 시선과 다양한 문화'라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