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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라 Apr 26. 2021

2021년 코로나 시대, 나를 팔다.

1822년 콜레라가 휩쓴 조선에서 복쇠가 자신과 부인을 노비로 팔았다.



복쇠자매문서/국립중앙박물관


위 문서는 1822년 11월에 복쇠라는 사람이 생활의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자신과 자신의 부인을 박승지라는 사람에게 25냥의 돈을 받고 노비로 판다는 문서이다. 문서를 보면 당시 복쇠의 나이는 32세이며, 부인 복섬은 28세이다. 한창 일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자신과 자신의 부인을 노비로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을 만큼의 현실이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상황을 강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순조가 왕으로 있었던  이 시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이상저온현상이 일어나 봄의 날씨가 건조하고 가뭄이 잦아 흉년이 많았다. 1809년부터 1811년까지 무려 33회의 기우제를 지낼 만큼 가뭄이 발생했으며, 가뭄이 없는 해는 홍수와 전염병이 유행하였다. 1821년에 역병이 돌아 많은 백성들이 사망하였다는 기록이 있는데 1821년~1822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콜레라가 조선 전체에 퍼져나갔다.

당시 계속된 흉년과 전염병은 국가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재해였다.


아마도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부부였을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적을 수 있었던 복쇠는 혼인과 함께 잘 살아보고자 하는 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자신의 손으로 스스로 노비 문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야 했으며, 글자를 모르는 부인 복섬의 손을 종이에 대고 이름 대신 손을 그려야 했을 것이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이 어렵던 시기에 자신과 부인, 그리고 자식들마저 한꺼번에 노비로 팔아야 했던 문서가 많이 남아있어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오늘날의 현실은 어떠한가?

코로나 19는 우리 사회의 많은 활동을 비대면으로 만들었고, 이에 따른 경제, 사회변화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통계포털(통계청)에서는 코로나 상황판을 구축하여 경제구조, 사회구조, 노동시장, 에너지 환경 등을 구분하여 국가 승인통계와 각 부처가 보유한 행정자료를 국민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자료(2021년 1월)에 따르면 15-64세 고용률은 모든 연령 계층에서 전년 동월 대비 2.4%가 하락하여 취업자만 98만 2천 명이 감소하였다. 실업자 또한 60세 이상, 30대, 20대, 40대, 50대 등에서 증가하여 전년 동월 대비 41만 7천 명이 증가하였다.


코로나 19로 인한 실직, 폐업, 감염 등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아 긴급지원이 필요한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822년 복쇠의 상황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경기도에서는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코너'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서울 영등포에서는 0원 마켓을 운영하여 별다른 자격심사 없이 일정 금액의 생필품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쌀을 포함한 식료품을 가장 많이 가져간다고 한다. 이 마켓들은 후원금과 후원물품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2021년의 대한민국은 1822년의 조선과 다르다.

아니, 다르기 위해 나누는 지혜가 필요한 오늘이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4월 27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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