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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라 Feb 07. 2021

소의 해, 소처럼 살 것이냐? 코끼리처럼 살 것이냐?



제사에 사용하는 그릇 중 술을 담는 여러 종류의 그릇이 있는데, 그중 희준과 상준이 있다. 

희준은 소 모양의 그릇이고, 상준은 코끼리 모양의 그릇이다.(그릇의 표면에 소나 코끼리의 그림을 그려 만들기도 한다)

중국 <예서>에 "희준은 주나라의 준(액체를 담는 그릇)을 본뜬 것이다. 소는 큰 희생이고 기름에 향내가 나므로 봄의 형상에 적당하고, 코끼리는 남월에서 생산되니, 이것이 선왕께서 희준과 상준을 봄 제사와 여름 제사에 사용했던 까닭이다"라고 되어 있다.

상준/ 경기도자박물관


소는 하품 밖에 버릴 게 없다.

소는 큰 희생이다. 이 말은 제사에 바쳐지는 제물이라는 뜻이다. 게으름을 필 줄 모르는 소는 평생을 우직하게 일하다가 죽어서는 고기와 가죽, 뿔 등 모든 것을 사람을 위해 바친다. 그래서 '소는 하품 밖에 버릴 게 없다'라는 속담이 나오는 것이다. 

그것에 반해 코끼리는 어떤가? 코끼리는 남월에서 생산된다라는 말의 뜻은 무엇일까? 남월은 지금의 베트남 지역이다. 남월에서 한나라에 사신을 보내 조공하자 황제가 기뻐했다고 한다. 이때 조공한 물품 중 코끼리가 있었다. 그래서 황제는 황제의 덕이 널리 알려졌다는 알리기 위해 제사를 지낼 때 코끼리 모양의 제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황제에게 선물로 바쳐진 코끼리는 일은 하지 않고 귀한 대접을 받으며 우리 속에서 평생을 보냈을 것이다. 

희준은 근면성실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희생을 상징하고, 상준은 귀한 동물로서의 가치를 상징한다. 

소의 삶을 살고 싶은가? 코끼리의 삶을 살고 싶은가?

백자로 만든 희준/ 국립중앙박물관


우보천리(牛步千里), 마보십리(馬步十里)


설날을 앞둔 2021년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논란이 많다. 일반적으로 백신을 만드는데 10년이 넘게 걸리는데 1년 만에 만들어진 데다 긴급한 상황에서 백신 허가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정을 완화하여 허가했다는 인식 탓일 것이다. 

우보천리 마보십리라는 말이 있다. 말은 빠르나 십리를 못가 지치지만 소는 느리지만 천리를 간다는 말이다. 빠른 것의 가치가 우선할 경우가 있고, 꾸준함의 가치가 우선할 데가 있다. 코로나 백신의 개발과 접종은 빠름과 꾸준함, 모두가 필요한 일이며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신축년 소의 해에 소의 걸음, 우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우보는 꾸준함만을 뜻하지 않고 여유로움을 함께 포함한다. 조선의 뛰어난 재상이었던 맹사성이나 설화 속 신선들이 소를 타고 다니는 것은 눈 앞에 보이는 여러 가지 급한 문제를 임시방편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찬찬히 문제의 원인을 살펴 그 문제를 꼼꼼하고 바르게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2021년 소의 지혜는 꾸준함과 여유로움의 조화다

 

코로나 19로 건강과 경제, 교육 등 어렵지 않은 것이 없다.

소의 걸음처럼 꾸준히 힘차게 멈추지 말고 나아가자. 하지만, 너무 앞만 보고 가지 말자.

소의 걸음처럼 여유롭게 나아가자. 그래야 올바른 방향을 찾아 걸을 수 있다.

2021년 설날이 다가온다. 모든 사람의 삶이 소처럼 꾸준함과 여유로움의 조화를 이뤄서 행복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기를 기원한다. 

흰 소/ 이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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