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알면 더 재밌어지는 문화유산 속 이야기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8
중국인들은 '재물이 들어온다'라는 파차이(发财)에서 파가 숫자 8의 발음 ba와 같다고 해서 8이라는 숫자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핸드폰 번호나 차량 번호에서 8이 들어간 것은 어마어마한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북경올림픽 개막식은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 8분에 시작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중국인들은 1988년에 서울 올림픽이 열리자 좋은 해에 올림픽을 개최한다고 엄청 부러워했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나라가 9월에 개막식을 한다고 하자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왜? 8월에 했어야지!”
박쥐를 사랑하는 중국인들
코로나 19와 관련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야행성의 동물로 흡혈을 하는 종류도 있는 등 일부 사람들이 혐오감을 가지고 있기도 한 동물이 박쥐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발음이 같으면 그 의미도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박쥐를 사랑하고 많은 곳에 박쥐 문양을 사용했다. '박쥐'는 한자로 '편복(蝙蝠)'으로 적는다. 여기서 '복(蝠)'이 복을 준다는 뜻의 ‘복(福)'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음식을 담는 접시에는 박쥐를 그려줘야 제 맛이지!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곳곳에도 박쥐가 있다.
음식을 담는 그릇에도 박쥐가 그려져 있다. 박쥐가 징그러워 보이는가? 이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는 사람이 많은 복을 받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그린 것이다.
장롱의 손잡이는 모두 날개를 펼치고 있는 박쥐다. 사실 이 손잡이를 보며 모르는 사람은 박쥐라는 것을 알고 놀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박쥐 손잡이를 잡냐고? 이 장롱 안에 많은 재물이 모여서 이 장롱을 가진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단지 발음이 같아서 쓰이는 문화유산 죽순모양주전자를 살펴보자. 이 주전자는 죽순 모양의 몸에, 물을 나오는 주둥이와 손잡이는 대나무 가지 모양이다. 뚜껑은 땅에서 막 솟아오르는 죽순의 끝 모양을 연상하게 하는 멋스러운 청자다. 죽순이라는 것이 비가 오면 하루에도 몇 미터씩도 쑥쑥 자란다고 하여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때 순의 중국어 발음이 자손을 나타내는 손(孫)과 발음이 같다고 하여 죽순은 자손 번성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그림이나 도자기에 많이 사용되었다.
중국인의 9와 일본인의 9
중국인이 사랑하는 숫자 중 또 하나는 9다.
숫자 9는 오래오래 계속된다는 뜻의 천장지구(天長地久)의 구(久)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수명도, 재산도, 권력도 계속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황제의 수로 9를 사용한다. 자금성에는 문마다 9*9의 장식이 있어 황제가 있는 곳임을 상징하며, 황제만이 9개의 제기를 사용한다. 그래서 우리 생활 속에서도 9의 의미는 크다. 바둑이나 태권도 등 운동 경기에서 가장 높은 성취를 가진 사람에게 9단을 부여한다. 9단의 의미는 8단에서 단지 하나의 급수가 오르는 것이 아닌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가장 높은 경지를 나타낸다.
그러면 우리는 모두 9라는 숫자를 사랑해야 할까? 재밌게도 같은 동양문화권인 일본에서는 9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대놓고 싫어한다. 아홉 구(九)와 괴로울 고(苦)의 일본어 발음이 같아서이다.
모든 것은 다 마음을 어떻게 가지느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