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_이미예 작가
남편과 임신을 계획하고 한 번의 유산을 겪은 후, 사는 게 재미없다는 말을 나도 모르게 입버릇처럼 하고 지냈던 것 같다. 하루하루를 덧없이 흘려보내며 입버릇처럼 내뱉은 그 말은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그 습관은 나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 만큼 큰 힘을 발휘하며 기세를 떨쳤다.
나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엔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갇힌 것처럼 나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되돌아가지도 못하는 답답하고 갑갑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처량하고 쓸쓸하며, 아프기까지 하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내가 꿈을 꾸지 않아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루고 싶은 꿈이 없으니 목표가 없고, 목표가 없으니 인생의 방향도 없다. 방향성을 잃고 무작정 헤매는 자는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닐까?
혼자 헤매고 있을 때 우연이었지만, 기적처럼 이미예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되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쓴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읽고, 나도 모르게 그 작가의 책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게 되었다.
앉은자리에서 순식간에 다 읽어버린 그 책은 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마을에 위치한 꿈을 판매하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엮은 책이다.
꿈을 사고 판다니..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에 미소를 짓게 하는 책이다.
이미예 작가는 부산대에서 재료공학을 공부하고 삼성이라고 하는 대기업에서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싶은 그 회사를 그녀는 글을 쓰기 위해 그만뒀다고 한다. 공대생이었던 그녀가 공모전에서 수상하거나 웹소설로 크게 성공한 것도 아닌데, 미래가 불확실한 꿈을 위해 과감한 도전을 한 것이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어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독립출판을 했다. 누가 읽지 않더라도 책장에 자신이 쓴 책 하나쯤은 껴놓기 위해서였다는데, 크라우드 펀딩으로 원래 목표보다 크게 웃도는 초과성과를 달성하면서 출판사를 통해 전자책을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며, 지금은 독자들의 높은 평점과 찬사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란 제목으로 종이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다.
작가 개인의 매력적인 성공 스토리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나도 이 책을 구매해서 읽어봤으니, 스토리가 갖는 힘은 참 대단하다.
나는 원래 판타지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려운 이름과 명칭, 그리고 상상하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이야기들 때문인데. 사실, 많이 읽어보지 않아 낯설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동화처럼 쉽고 가벼운 문체로 빠르게 책을 완독 할 수 있었고, 스토리가 쉽게 이미지로 상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한 번 휙 읽고 그냥 넘어갈 만큼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연애에 대한 고민, 트라우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의미 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만큼 깊은 울림을 주기도 한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달러구트 꿈 백화점> 중
잠들 때 꾸는 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에서 깨면 잊어버리곤 한다. 어쩔 땐 꿈을 꾸었다는 자각조차 없을 때도 있다. 그런 꿈을 소재로 이렇게 재미있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풀어냈다는 것이 놀랍다.
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든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손님은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했을 뿐이에요."
<달러구트 꿈 백화점> 중
영감이라는 것이 고민의 시간 차이로 만들어진다는 책 속의 글귀처럼, 나도 내 삶을 위해 고민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 임신이란 계획을 아직 실행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미래에 축복처럼 내게로 올지도 모르는 나의 아이를 위해 손수 읽어줄 동화책을 쓰고 싶다.
인생의 목표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가 아닌, 잠에서 깨면 잊힐 꿈처럼 가볍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는 판타지를 나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 내가 쓴 글이 세상 단 하나의 독자가 될지도 모를 내 소중한 아이에게 읽히는 그 순간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