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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티나 Mar 08. 2022

누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어젯밤 뉴스를 시청하던 나는 갑자기 내 귀를 의심했다.  


"부정부패하는 머슴은 그건 머슴이 아닙니다. 그건 나쁜 놈입니다, 그거는. 조선시대 같으면 곤장 좀 맞고 쫓겨나야 되는..."


밑도 끝도 없이 흘러나온 상대 후보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윤석열 후보가 경기 지역 유세 중 했던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금세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고, 불현듯 2003년 3월 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진행했었던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가 기억났다. 


당시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위해 평검사들과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었다. 하지만 검사들이 대놓고 드러낸 말들은 검찰 인사에 대한 불만과 대통령 망신주기뿐이였다. 고졸 학력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대통령이 된 그를 향해, "모 언론 기사를 보면 대통령님께서 83학번이다라는 보도를 어디서 봤습니다, 제가. 혹시 기억하십니까?"와 같은 졸렬한 질문을 퍼부었다. 


그때 유행했던 말이 있다. 2003년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 수록된 단어, "검사스럽다."이다. 이 말의 뜻은 '행동이나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논리 없이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윤석열 후보의 유세를 보며 이 단어를 되새겼다. 그의 말은 검사스러웠다. 


2022년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오늘,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누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바꿔 말하면,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의 자질은 무엇인가?"이다. 나는 오늘 대통령 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헌법 제69조에는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고 되어 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헌법의 기본 원리를 담고 있는 이 한 문장 안에는 대통령이 해야 할 의무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년간 대통령다웠을까?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며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6위로 올라섰고, 북한과 평화 통일을 위해 노력했으며, 생활이 어려운 독립 유공자 후손들에겐 합당한 대우를 했고, 한국 문화 산업의 국제경쟁력은 더욱 강해졌다. 코로나 위기에서도 한국은 봉쇄 없이 기술과 정보의 효과적인 활용으로 블룸버그통신이 선정한 '코로나 방역 MVP 7개국'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모든 대통령들은 공과 과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역사가 하겠지만,  나는 거침없이 그는 대통령다웠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의 성과는 임기 말 40%가 넘는 국정지지율이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후보들의 마지막 TV 토론이 지난 3월 2일에 있었다. 다양한 말들이 오고 간 가운데 내 마음을 사로잡은 장면이 하나 있었다. 안철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공약을 비판하는 장면이었다.  


안 후보는 "대한민국이 평등한 나라인데 누군가가 특별한 이유 없이 차별받거나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진행한 이 후보에게 평등과 형평의 차이에 대해 질문했다. 그리고 이어서 그는 높은 야구장의 담에 키가 다른 사람들이 있는 두 가지 그림을 보여주었다. 



안 후보의 설명에 의하면 EQUALITY는 산술적 평등으로 똑같은 의자를 지급하는 것이지만, EQUITY는 키높이에 맞게 의자를 지급하는 것이다. 그는 산술적 평등보다는 형평, 공평함이 더 맞는 방향이라며 이 후보의 공약을 다시 한번 비판했다.  


이 후보는 안 후보의 말이 좋은 의견이라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런데 그 의자를 만드는 돈을 키 큰 사람이 거의 다 냈다. 키 큰 사람에게 불리하게 할 필요는 없는 거죠. 담장 자체를 낮추는 노력도 동시에 같이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이 후보가 말한 '담장 자체를 낮추는 노력'이 가슴에 와닿았다. 굳이 세금을 더 많이 낸 사람을 차별할 필요가 없다는 그 말은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대통령 후보는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드는 막말이 아닌 헌법에 명시된 수권 능력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당당하게 내가 원하는 대통령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다. 그리고 5년간 대통령다웠던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원하는 대로 소박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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