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티나 Feb 23. 2022

도대체 대한민국 국민들은 왜 이럴까?

1997년 11월 21일.


"시청자 여러분, 정부가 결국 국제통화기금 IMF에 국제금융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경제 우등생 한국의 신화를 뒤로 한 채, 사실상의 국가부도를 인정하고 국제기관의 품 안에서 회생을 도모해야 하는 뼈아픈 처지가 된 겁니다. (MBC 뉴스데스크 오프닝 멘트)"


열심히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내던 대한민국 국민들은 갑자기 불어닥친 외환위기에 모두들 어안이 벙벙했다. 국가부도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예고도 없이 모두의 턱 앞으로 바싹 다가온 것이었다.


그 당시 나이가 어렸던 나는 IMF가 무엇인지, 외환위기가 또 국제금융은 무엇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저 텔레비전과 신문에 도배되었던 삶을 한순간에 잃어버린듯한 어른들의 절망 어린 얼굴을 보며,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1997년 11월 22일.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 매고, 고통을 분담하여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위기 앞에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고통을 분담해 달라고.


대규모의 구조조정과 30대 대기업마저 줄줄이 부도 하던 1997년을 살았던 어린 나의 기억 속엔, 일자리를 잃고 죽음으로 내몰리던 국민들에게 국가는 어디에도 없었다.  국가의 위기 앞에 쓰러진 모두를 일으킨 건 호주머니에 아껴두었던 달러를 꺼내고, 장롱 속에 고이 모셔두던 금을 모아 악착같이 국가를 살리기 위해 애썼던 국민들의 애국심이었다.


시간은 흘러 나의 삶에도 여러 고비가 찾아와 스스로 넘어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세월의 때가 묻어나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때의 기억은 항상 뇌리에 박혀 절대 잊히지가 않는다. 다만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머리가 굵어져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던 어려운 단어들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를 다시 회상하면, 나는 이런 의문이 하나 남는다. 2001년 한국은 구제금융을 모두 상환하였으며, 결국 IMF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동안 국가는 쌈짓돈까지 탈탈 털어 국가를 위해 모든 걸 내어놓았던 국민들에게 무엇을 돌려주었는가?"


2019년,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하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목숨을 잃었고, 가족을 잃었으며, 삶의 터전이 위협받았다.


유례없는 위기 앞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또다시 자신을 희생했다. 매일 불편한 마스크를 써가며 개인 방역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했으며, 백신을 맞는 등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정부의 정책을 따랐다. 그로 인해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들은 휴. 폐업이 늘었고, 일부 업종은 고용불안이 초래되어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진실을 보도해야  언론은 코로나19 대한 불안 야기하는가 하면, 정치인들은 민생을 챙기기는커녕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정부는 코로나19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며 가계대출의 증가를 초래했다.


코로나19는 모두를 힘들게 했다. 정부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했을 때, 많은 국민들은 이렇게 얘기했다. 나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두텁게 지원해주라고.


도대체 대한민국 국민들은 왜 이럴까?


조선 전시대에 걸쳐 수탈의 대상이었던 농민들은 탐관오리에 반하여 동학농민운동을 일으켰고, 스스로의 힘으로 동학농민운동을 진압할 수 없었던 정부가 외세의 힘을 빌리며 청나라와 일본의 개입을 야기시켰을 때에도 농민들은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웠다.


위정자들과 매국노들에 의해 조국을 일본에 빼앗겼을 때 우리 국민들은 독립을 위해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고, 조국의 자주적인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억압적인 군부 통치하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목숨을 잃어가며 평화적인 민주화운동을 하여 31년간의 군사정권을 무너뜨리고, 수평적인 정권교체를 이룩하였다.


수많은 위기로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운 건, 애국심으로 자신을 희생했던 국민들의 피와 땀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과거 국제원조를 받는 수원국에서 원조 공여국이 되었다.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개발 원조를 늘리는 국가이자,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국민의 희생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나라가 아닌, 위기 때마다 국민을 살리는 강한 방패 같은 국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22년 대통령 선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까?


나의 다음 세대는 공정한 세상에서 누구나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국가를 위해 일하는 국민이 아닌,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1년을 마무리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