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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앙 Sep 02. 2020

5년째 미니멀리스트

2016년 한 여름, 삶의 활력소를 찾는 방편으로 나는 미니멀리스트에 도전했다.

엄청나게 버렸고.. 버리고 또 버렸다. 가족들은 좀 심하다며 말릴 정도였다.


그 해 여름은 너무 더웠고, 나는 조금씩 우울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집착하고 매달릴 무언가가 필요했다. 또 다른 취미를 위해 돈 들이는 것도 싫었고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하고 사귀는 것도 귀찮았다. 하지만 자극제가 필요했다. 혼자 할 수 있으면서도, 돈 들이지 않고, 재밌는 무엇인가!

그때 마침, 회사 차장님 한 분이 미니멀리스트를 시작했다며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책을 추천했다. 만화책이었기 때문에 후딱 읽었다.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고 잠시 생각했다. 이거다! 나는 반차를 내고 집으로 갔다. 갔다는 말은 부족하다. 돌진했다. 버리기 위해 집으로 돌진했다.


도착하자마자 옷장 문을 열고 찬장을 열고 베란다를 둘러봤다. 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너무 신났다. 버릴 것들을 찾아서 현관 앞에 쌓을 때마다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 하디만 하루 안에 다 버리는 것은 쉽 않았다. 버릴지 말지 판단하는 기준도 애매했다. 몸과 눈은 버릴 것들을 꾸준히 찾고 버리고 있었지만, 좀 더 제대로 버리기 위해서 책을 읽었다. 미니멀리스트 책만 해도 8권은 넘게 읽었을 것이다.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물론 [붓다의 미니멀리스트]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책까지 미니멀리스트라는 글자만 들어있으면 관심 있게 봤다.

첫 번째 버림 (냥이를 찾아보세요)

정신없이 짐을 버리기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고 나니 "곧 이사 가냐?", "이제 이사 왔냐?"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나고 나선 집이 너무 없어 보인다고 했다. 휑하기만 하고 빈집 같단다. 이상하게도 나는 우려가 아닌 칭찬으로 들다. 1년쯤 또 시간이 흘러 둘러보니 가족과 지인들의 말이 이제 칭찬으로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 내 눈에도 휑하기만 하고 심지어 가난해 보였다. 원인은.. 집이 나 혼자 살기엔 너무 넓은 것. 그래서 해결책은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하는 것. 이제 물건의 집이 아닌 나의 집을 찾은 셈이다.

휑하기만 했던 이전 집 (냥이를 또 찾아보세요)

얼마 전 나는 코로나로 인해 재택 하면서 2020년의 물건을 정리했다. 웬만큼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여전히 필요 없는 물건이 나온다. 올해는 당근 마켓을 잘 이용했다. 모든 짐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필요한지 안 필요한지 가만히 생각해보고 당근이들에게 무료 나눔을 하면 기분도 좋고 뿌듯하다. 받아가는 사람들의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 즐겁다.

좀더 작은 집으로 이사

나는 5년째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완전 생활습관이 되진 않은 듯하다. 매년 한 번은 크게 물건을 뒤집어 까 봐야 하니 말이다. 

비울 때마다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을 다시 디자인하는 즐거움이란 좀 더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이 물건은 나에게 필요할까?

나는 왜 이 물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나에게 이 물건은 과거에 어떤 의미였을까?

나는 그때 이 물건을 왜 샀던가?


질문을 던지며 나와 그 물건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면 나란 어떤 사람인지 되새겨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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