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 한온다움을 완성하는 1년의 여정

– 관찰하고, 질문하고, 연결하는 실무자의 인사이트 기록

by 서은재



영감노트: 일상에서 건져 올린 HR의 조각들

- 관찰하고, 질문하고, 연결하는 실무자의 인사이트 기록

『영감노트』는 일상 속에서 인사(HR)의 본질과 방향을 고민해보는 칼럼 시리즈입니다.
바쁜 실무 속에서도 잠시 멈춰 생각해보는 이 기록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인사이트로 닿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제 글에 대한 다른 생각이나 시선도 언제든 환영합니다.



굴곡마다 이름을 붙이는 시간, 나를 설명해주는 단어들

두 번째 챕터의 문은 이렇게 열렸습니다.

"이제부터는 방금 그리셨던 라이프 라인과 이어지는 시간입니다. 각자의 굴곡마다, 여러분의 ‘가치 카드’를 하나씩 붙여볼 거예요. 첫번째 챕터(라이프 라인 그리기)에서 우리는 각자의 인생 그래프를 꺼내 들었습니다. 기쁜 순간과 버거운 순간, 스스로를 가장 많이 의심했던 시기와 그래도 버텨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던 순간까지 한눈에 펼쳐 보았지요.

이번 챕터에서는 그 굴곡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해보겠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전환점을 선택했는지, 그 순간 무엇을 지키고 싶었는지, 그리고 그 시간을 버티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는지를 한 단어로 표현해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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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험당 포스트잇 한 장. 그 굴곡에서 내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단어를 고르고, 그 이유를 짧게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성장’, ‘호기심’, ‘도전’, ‘배려’, ‘팀워크’, ‘공감’, ‘리더십’, ‘전문성’, ‘분석력’, ‘창의성’, ‘미래지향성’, ‘전략적 사고’ 같은 단어들을 제시하였고, 포스트잇 위에는 각자의 언어가 담기기 시작했습니다.

“재수를 선택했던 그 시점, 사실 너무 두려웠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도전해보자’는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 도전”

“회사 생활이 힘들어 그만두기로 했던 순간, 결국 내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건 ‘나다운 삶’이었습니다. → 진정성”

“군대에서 생각보다 힘든 일을 겪었는데, 이왕 들어온 거면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 끈기”


제가 준비해 둔 카드에 없는 단어를 적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유머’, ‘책임’, ‘꾸준함’, ‘멘탈’, ‘관계’, ‘자존감’. 종이에 그려진 굴곡들이 ‘감정의 곡선’이었다면, 그 위에 붙여지는 포스트잇은 그 곡선을 지켜낸 인생의 가치들이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성장’을, 어떤 사람은 ‘관계’를, 또 어떤 사람은 ‘책임’을 선택한다는 사실이 조용히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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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붙인 가치 카드 중에서, 지금의 나에게 가장 소중한 카드 한 장을 골라보세요. 그리고 라이프 라인 리플렉션 카드에 그 단어를 한 번 더 적어주세요. 앞으로 1년 동안 한온에서 지키고 싶은 나의 핵심 가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활동은 각자의 삶을 ‘여정’으로 바라보고, 그 여정 속에서 본인이 끝까지 지키고 싶은 가치를 직접 찾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서른 개의 포스트잇이 모이면, 한 조의 얼굴이 보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개인에서 ‘조(팀)’로 시선을 넓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사람당 다섯 장씩만 적어도, 일곱 명이 모이면 서른 장이 넘는 포스트잇이 모입니다. 책상 위에는 색과 글씨가 뒤섞인 작은 포스트잇들이 가득해졌고, 이제 우리는 그 조각들을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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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슷한 가치끼리 묶어볼 거예요. 표현은 다르지만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카드들을 모아서 우리 조만의 키워드 세네 개로 정리해보시면 됩니다.


그러니 각 조의 개성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조는 ‘배움·호기심·도전·주도성’을 하나로 묶어 “성장”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또 다른 조는 ‘배려·팀워크·공감·리더십’을 모아 “관계”라는 키워드를 만들었습니다. “정의·공정·신뢰”를 묶어 “윤리”라고 이름 붙이는 조도 있었고, ‘분석력·창의성·미래지향성·전략적 사고’를 모아 “사고”라는 키워드로 정리하는 조도 있었습니다.


포스트잇을 색연필로 꾸미고, 스티커를 붙이는 동안 “이 조에겐 이런 분위기가 있구나”라는 감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개인이 들고 있던 가치들이 조별 토론을 지나면서 “우리 조는 이런 사람들입니다”라는 집단의 언어로 바뀌는 과정이었습니다.


어떤 조는 책임과 성장, 꾸준함, 멘탈을 한데 묶어 “버티는 힘”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했고, 어떤 조는 관계와 소통, 팀워크를 모아 “서로를 살리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스스로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렇게 각 조의 종이 위에는 두세 개의 굵은 키워드와 함께 작게 적힌 여러 가치들이 알록달록하게 어우러졌습니다.






나의 가치와 회사의 핵심 가치가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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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러분도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감이 오실 텐데요. 조별로 정리한 키워드를 한온의 네 가지 핵심 가치와 연결해볼 예정입니다. 열정, 협업, 글로벌, 혁신. 이 네 가지 가치와 조별 키워드 사이에 어떤 교집합이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면 어떤 문장이 될지를 함께 고민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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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리된 조별 키워드 위에 회사 가치가 겹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조는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회사 가치 “열정”과 연결했습니다. “꿈과 목표는 아름다운 단어지만, 그 뒤에는 반드시 ‘버티는 과정’이 따라온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 결과 행동 원칙은 이렇게 정리되었습니다. “난관에 부딪혀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는 태도로 나와 회사의 성장을 함께 도모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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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조는 “관계”라는 키워드와 회사 가치 “협업”을 엮었습니다. “정말 마음속으로 늘 존중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내 감정과 별개로, 상대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말하고, 소통하기 위해 먼저 다가가겠습니다.”


어떤 조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존중이 안 되는 날에도 ‘존중하는 척’이라도 하겠습니다. 회사에서는 그게 필요할 때도 있으니까요.” 웃음이 터졌지만, 모두 공감하는 대목이었습니다. 회사에서의 관계는 감정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일을 잘 해내기 위해 필요한 ‘프로페셔널한 관계’는 때로는 감정과 분리된 선택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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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성장”을 묶으며 “기존 방식을 조금씩 고쳐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조도 있었습니다. 단순히 지시받은 대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방식으로 하는지”를 질문하고 더 나은 솔루션을 제안하는 태도를 혁신과 성장의 교집합으로 삼았습니다.


“글로벌”과 “자기개발”을 연결한 조들은 조금 더 현실적인 행동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업무상 해외 엔지니어와 소통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주 3회 전화영어를 하겠습니다.” “10년 안에 해외 법인에 나가 근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매일 30분은 외국어 학습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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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는 아예 달걀 수수께끼를 다시 꺼냈습니다. “1m 대신 1.5m에서 떨어뜨리는 것처럼, 내가 지금 배우는 것들을 훗날 후배에게 전해줄 수 있을 만큼 길게 보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현업을 익히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고, 언젠가 다음 기수에게 ‘좋은 선임’이 되겠습니다.”


회사 가치라는 다소 추상적인 단어들을 이렇게 자신들의 언어로 하나씩 다시 번역해 나갔습니다. 저 역시 인턴들의 발표를 들으며, 과거의 제 사회생활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특히 한 임원 분께 받았던 메일의 첫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순리대로 일하세요.” 전체 메일을 요약하면 “그렇게 일하지 마라”라는 메시지였고, 열 줄이 넘는 피드백이 이어졌습니다. 저도 위에서 시킨 일을 그대로 수행했기에 스스로도 확신이 없던 상태였고, 그런 메일을 받고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그때 제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은 사과와 설명, 그리고 앞으로의 약속을 담아 정성껏 메일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왜 그런 방식으로 일했는지, 어디서 오해가 시작됐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바꾸겠다는지를 하나하나 적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진심을 담아 쓴 메일이었고, 두 시간 뒤 임원 분께서 직접 정리해 주신 파일이 도착했습니다. 덕분에 그해 연말평가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한 조가 말했던 문장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난관에 부딪혀도 포기하지 않고, 관계가 틀어질 것 같을 때일수록 더 정중하고 성실하게 소통하겠습니다.” 성장과 열정, 관계와 협업이 추상적인 가치에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내려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커미트먼트 월, 약속의 벽 앞에서

마지막 활동은 아주 작지만, 가장 개인적인 약속으로 모듈을 마무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인턴 기간 동안 이것만은 꼭 지키고 싶은 구체적인 행동을 한 문장으로 적어보세요. 작은 포스트잇에 적어서 뒤쪽 ‘커미트먼트 월(약속의 벽)’에 붙여주시면 됩니다.”

벽 앞에는 각자의 손글씨가 하나둘씩 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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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중 모르는 것이 생기면 하루에 최소 한 번은 꼭 질문하겠습니다.”

“하루에 10분은 오늘 배운 내용을 정리하겠습니다.”

“보고는 망설이지 않고, 중간 과정이라도 상사와 공유하겠습니다.”

“실수를 해도 숨지 않고, 바로 인정하고 해결책을 같이 찾겠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동기들 중 누군가의 고민을 먼저 들어주겠습니다.”

겉보기에는 작은 결심처럼 보이지만, 온보딩의 1년은 이런 문장들이 매일의 행동으로 쌓이며 완성되는 시간입니다.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시간이, 한온에서의 1년, 그리고 그 이후의 커리어까지 스스로 지켜 나갈 약속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그렇게 제가 준비한 두 번째 챕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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