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됐다는 것

두려움의 잔향

by 제이


브런치 작가가 되면,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글을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보여지지 않던 글을 세상에 내놓는 일은 뜻밖에도 민망하고 낯설었다.

마치 나체를 드러내는 것처럼, 떨리고 숨이 막혔다.


“글을 공유하는 게 잘못은 아닐 텐데.”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마음을 다독였지만, 불안은 자꾸만 어딘가에서 넘실거렸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사실 그들은 없다는 걸 알지만, 그 시선에 익숙해지지 못한 나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


아마도 그건 오래 전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한 사람이 내 문 앞에서 떠나지 않았던 날들이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앞에서 맴돌던 발걸음, 내가 가라고 애원해도 들은 척하지 않던 목소리 —

그날의 공포는 몸 어딘가에 남아, 문득 일상에서 불현듯 튀어나오곤 했다.


그 뒤로 나는 그가 자주 다니던 동네를 피했다.

길모퉁이의 간판, 버스정류장, 그가 좋아하던 작은 가게의 창문까지도 마주치기 싫었다고.

사람들은 그가 평온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당연하게 지나쳤고, 그 모습은 나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


그의 그림자가 내 발을 밟던 날들, 지인에게까지 연락해 나를 붙잡으려 했던 그의 행동들 —

나는 그 기억들로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다.

한때 내가 살던 집조차 안전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 방은 어느새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 무렵부터였을까.

혼자 있는 것을 도무지 견딜 수 없게 되었고, 누군가 옆에 있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존재는 꼭 연인이어야만 할 필요는 없었다. 이름 없는 위로와 함께 있어 주는 사람이면 됐다.

옆에 사람이 있어야만 나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끔은 묻는다. “왜 나만 이런 불안을 안고 살아야 했을까.”

그를 완전히 용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증오로 남기에도 내 마음은 너무 지쳐있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문장으로 그 기억들을 정리한다.

쓰는 행위가 내게는 작은 정리이자 방패가 된다.


그가 남긴 것은 상처였지만, 그 상처를 견디며 살아낸 것도 결국 나였다.

불안은 여전히 내 곁에 머문다.

내가 해결해야겠지, 이 소란한 마음의 소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