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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 Seoro Feb 27. 2023

"시간 가성비"를 좇다 보면 놓치게 되는 것들

현대 사회는 모든 행위에 소비되는 시간 대비 그 가치를 따지는 "시간 가성비"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짧은 시간에 소비하려 하는데 나는 모든 사건의 진정한 교훈을 느끼려면 오히려 하나의 콘텐츠를 소화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단편적인 사건이나 특정 사람에 대해 판단할 때,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요소들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건을 최대한 빠르게 많은 독자들에게 전파하기 위해서 미디어 매체들은 최대한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어휘와 사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래야 드넓은 정보의 바다에 떠다니는 해류병들 중에서 선택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섭리라는 부분은 분명 동의하지만 그저 선택받기 위해 사실 관계와는 관계없는 사진과 분명히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다분한 여지가 있음에도 모호한 단어로 내용을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그들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사건이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A라는 지인을 B에게 소개할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A에 대한 나의 견해"를 섞어 설명한다. 첨언 내용 중 일부가 B로 하여금 A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함께 설명한다. 그렇게 B는 A를 만나보기도 전에 내가 씌워준 색안경을 쓰고 A를 바라보게 된다. A와 B가 이후에도 지속적인 교류를 유지한다면 B는 언젠가 "흠... 생각해 보면 A는 꼭 B가 말했던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아"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어떤 식으로 프레임을 씌우냐에 따라 B는 A의 진짜 모습을 알아볼 기회조차 가지려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유튜브에서 굉장히 뜨거운 주제였던 "승우아빠 당근마켓 논란"을 한번 생각해 보자. 해당 사건은 승우아빠가 수빙수의 식당 솔루션을 제공하다 언급된 "당근마켓 구인구직"에 대한 승우아빠의 발언으로 인해 붉어진 사건인데 이로 인해 당근마켓의 애용자였던 수많은 유튜브 이용자들의 분노가 표출되며 큰 파장이 일었다.


사실 어떤 취지로 그런 발언을 하게 되었는지는 공감할 수 있었다. 중고거래의 아이콘인 당근마켓에서 행해지는 직원채용에 대한 선입견,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라고는 말 못 하겠다. 그게 당근마켓과 중고나라의 숙명인 걸 어떡하겠나. 그 두 플랫폼은 아마 매일을 치열하게 "중고"라는 꼬리표를 떨쳐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승우아빠와 완벽히 동일한 입장이었다. 오히려 옹호하는 쪽이었던 것 같다. 요식업에 경험이 없는 사람이 처음 식당을 오픈하고 직원을 채용한다면 당연히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근마켓보다는 이미 보편적인 채용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는 잡코리아나 알바몬을 활용하는 게 조금 더 안전한 채용 루트라 판단했을 것 같다.


하지만 해당 논란에 대하여 다양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당근마켓은 정말 내 매장에 인접한 직원을 구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직원과의 공감대 형성 및 출퇴근 거리 고려 등의 부분에서 꽤나 큰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만약 내가 이러한 고민과 토론 없이 사건 발생 당시 접했던 사건이 요약된 영상 콘텐츠들만을 가지고 판단했더라면 어떨까? "당근알바"라는 플랫폼을 써보지도 못하고 틀에 박힌 방식만 고집하는 꽉 막힌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물리적인 시간에 대한 가성비보다는 그 시간을 할애하여 얻을 수 있는 가치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해보았으면 좋겠다. 물론 짧은 시간에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 역시 시간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양적으로 소비하기보다는 몇 가지를 포기하더라도 소비하는 콘텐츠에 대한 나만의 통찰을 가질 수 있도록 조금 더 천천히 음미해 보길 바란다. 케이크도 그렇지 않은가. 온갖 다양한 케이크를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키듯 먹는 것보단 천천히 곱씹으며 케이크에 들어간 과일의 신선도, 부드러운 촉감과 생크림의 조화를 생각하며 먹다 보면 이 케이크가 정말 내 취향인지, 이 정도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케이크인지에 대한 조금 더 "개인적인" 견해가 생기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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