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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 Seoro Mar 03. 2023

브랜드가 되려면 브랜드가 되려 하지 않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진심을 전달하는 것.

친구와의 대화 중 굉장히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었다.


"진정한 브랜딩은 브랜드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 때 이루어지는 것 같아"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요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브랜드가 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하다니. 하지만 이내 그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되면서 내가 그동안 브랜드가 "되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나 되짚어보게 되었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굉장히 섬세한 페르소나의 설정을 필요로 한다. 이 캐릭터는 어떤 성격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대중에게 어떤 도움을 주려고 하는지에 대한 아주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 치밀하게 계획하여 그 페르소나를 꾸준하게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나의 이야기에 관심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렇게 조금씩 대체 불가한 브랜드가 되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가 되어 가는 과정"그 자체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진짜 브랜드가 되는데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제쳐두고 그 과정에 사로잡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하다. 그 핵심 요소는 우리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 혹은 브랜드를 잠시 떠올려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나는 러닝화로 나이키를 애용한다. 물론 대중적이기에 초보 러너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나이키는 내가 신어본 신발 중 가장 편안하고 기록이 잘 나오는 신발이다. 물론 "JUST DO IT"과 같은 슬로건도 참 마음에 들고 나이키의 광고들을 보면 정말 내가 뭔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그런 사상도 참 마음에 든다. 하지만 결국 내가 나이키를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러닝화의 근본, "편안함"과 "빠른 기록"에 진심인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발의 모양이 다르다 보니 편안함을 느끼는 신발이 제각각이다. 브랜드뿐만 아니라 그 브랜드 안에서도 다양한 종류로 다시 나뉘기에 진짜 내 발에 딱 맞는 신발을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보니 러너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러닝화에 대한 의견이 굉장히 분분하다.


그렇다면 과연 나이키는 "난 나이키 신발들 발볼이 너무 좁아서 싫어"라는 반대의 의견을 해소하기 위해 더 발볼이 넓은 신발을 만들어야 할까? "나이키는 사회 공헌을 충분히 하지 않고 돈 벌기에 급급한 브랜드야"라는 의견을 수렴하여 지금보다 더 사회에 기여하려고 노력해야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키가 사회기여를 얼마나 더 하든, 신발 형태를 어떻게 만들든 사실 지금의 나에게 있어 구매를 결정에 크게 인상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나는 내 발에 잘 맞는, 적당히 오래 신을 수 있는, 그리고 나의 기록을 단축시켜 줄 러닝화. 그것만 나이키가 계속 만들어 주면 앞으로도 꾸준히 나이키의 팬이 될 것이다. 브랜딩의 수많은 요소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국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근본"과 "진심"이라는 것이다. "러닝화는 편하고 빨라야 한다"라는 근본과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러닝화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라는 그들의 진심, 그 두 마음이 소비자에게 전달되었기에 모두들 나이키에 열광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도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내 진심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될지에 대해서 고민해보려고 한다. 그것이 모든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마음가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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