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안부
끝이 없는 그곳에. 그대에게 닿기를
첫 글자를 쓰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냥 아무 말이나 시작해 볼게요. 당신도 나를 알잖아요.
오늘 하루를 잘 보냈어요? 저는 여기 서울에 있어요. 오늘 날씨는 아주 바람이 거세고 차가워요. 이슬비도 주룩주룩 내려서 핫팩이 꼭 필요하달까요. 아! 저는 2박스나 주문해서 무려 한 달 전부터 사용하고 있어요. 그대가 알다시피 제가 손과 발이 아주 차갑잖아요. 그것도 심한 수족냉증이죠. 눈이 내린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아직 눈이 올 기미가 안 보이네요.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는 지금 어때요? 제게도 많이 친숙하지요. 요새는 어디 가고 싶은 곳은 없어요? 여행이라던지.. 혹은 쉬는 날에 간단하게 바람 쐐러요! 강릉을 안 간지 오래돼서 계속 강릉이 맴돌아요. 툭 건드리면 '강릉'이라는 단어가 툭 튀어나올 정도지요. 감자전... 도 먹고 싶고. 아! 당신은 강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들었어요. 그렇죠. 우리가 만났던 곳에서는 강릉은 참 멀고도 멀어요. 함께 짙은 강릉 바다의 색을 보고 싶어요. 모래 위에 앉아서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아요.
최근에 미드 '프렌즈'를 보기 시작했어요. 프렌즈를 보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6~7시간은 훌쩍 보게 되죠. 너무 재밌어요. 침대에 누워서 하루 종일 미드만 정주행 하기 시작했어요. 저 이런 적 처음이거든요. 신기해요. 집순이가 돼 가고 겨울이라 그런지 더더욱 밖을 나가기가 싫은 거죠. 처음 1화에서는 미국식의 유머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익숙하다 못해 저도 크게 웃고 있더라고요. 당신의 하루가 어떤 지를 모르니. 프렌즈를 보며 누군가의 일상에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당신이랑 캬랴멜 팝콘을 먹으며 같이 보고 싶어요. 2주 전에 보기 시작했는데 벌써 시즌 5인 거 있죠? 아! 맞다 우리는 만나면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일본영화를 꼭 봐야 해요. 기다릴게요. 당신이 즐겨보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 있나요. 공유해 줘요.
끝이 있는 곳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얼굴을 마주한다면. 나에게 실망하지 마요. 나는 그대로일 거예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성숙해지지 않았고, 아마 그대와 말다툼을 하게 된다며 예전 모습이 그대로 나오겠죠. 그냥. 기대하지 말라고 말해두는 거예요. 실망감과 상실감은 크게 느껴지거든요. 그래도 몇 년이 흘렀으니 나도 단단해지고 마음도 동글한 돌멩이처럼 부드러워졌을 거예요. 그대를 만나게 되면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요. 우리의 못다 한, 풀지 못한 응어리들도 한 개씩 꺼내요. 몇 년이 지나도 제 가슴속에는 지우지 못한 숙제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