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을 공부하려는 이들을 위한 학위 과정 정리 (+미국 학위)
필자는 학부를 졸업 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근무하던 중 법을 공부하고자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 결심의 과정에서 법을 공부하는 데에 몹시나 다양한 방법이 있고, 학위를 취득하는 데에 있어서도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진 않고 또한 복잡하기에, 필자와 같이 법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길 기대하며 이렇게 정리 글을 남겨본다.
우선, 학위과정을 알아보기 앞서 사법고시에서 로스쿨로 변화된 대한민국 법조인 양성과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판사, 검사, 변호사, 군 법무관이 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학식과 능력을 검정하기 위한 시험.(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사법고시를 보기 위해선 사법시험법 제5조에 따라 법학과목을 35학점 이상 이수해야 한다.
: 교육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3년제 대학원. 법률 이외의 학문을 전공한 학부 졸업자들을 법조계로 끌어들여 법조 인력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만들어졌다.(출처: 우리말샘) 현행 변호사시험법 제5조에 의하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려는 사람은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하여야 한다.
사법고시를 보기 위해서는 법학과목에 대한 일정 학점 이수가 필요하기에 사법고시 시절 사람들은 '00 대학교 법학과'와 같은 학사과정에 주로 입학하여 법학과목을 이수했다. 법학과 학사과정을 졸업하게 되면 법학학사학위가 수여되며, 영어로는 이를 LL.B(Bachelor of Legislative Law)라고 표기한다.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로스쿨 제도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로스쿨 설치가 인가된 대학들은 학부에 있는 법학과를 폐지하여야 했기에 예전처럼 법학학사학위를 찾아보긴 어렵게 되었다.(그래도 여전히 동국대, 홍익대, 국민대, 성신여대 등 다수의 학교가 법학학사과정을 유지하고 있다)
로스쿨의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로스쿨 제도의 도입 목적을 밝혔던 것과 같이, 법률 이외의 학문을 전공한 학부 졸업자들을 법조계로 끌어들여 법조 인력을 다양화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의 경우 사법고시 응시생과 달리 법학지식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기에, 법을 처음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법학 개론 내용을 포함해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로스쿨은 기존 법학학사학위과정에서 있었던 수업을 흡수한 형태가 많다.
일반적으로 학사과정 때의 기초 학문을 습득하고,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해 심화 학문을 공부한다. 그러나, 로스쿨의 경우 기초 학문과 심화 학문 모두를 한 교육과정에서 습득해야 하기에 일반적으로 석사과정이 2년제인 것과 달리 달리 3년제로 구성되며, 취득학점 역시 일반적인 석사과정보다 약 3배 이상을 요구하며 그 이름이 법학전문대학원인 까닭이 된다. 로스쿨을 졸업하게 될 때 수여받는 학위 역시, 일반적인 석사학위와는 취득과정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법학전문석사학위가 수여되며, 영어로는 이를 J.D(Juris Doctor)라고 표기한다. 또한, 전문석사라는 이름만큼이나 일반적인 석사학위와는 다르게 석사학위 논문이 요구되지 않는다.
그러면 여기서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만약 법학학사학위가 있는 자나 법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는 사람 중에 법학 심화 학문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로스쿨에 들어가서 또다시 기초 학문을 공부해야 하는지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필요는 없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과정으로 법학과 일반대학원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타 전공과 다르게 법학은 전문대학원과 구별하기 위하여 '일반대학원'이라는 명칭을 쓴다.)
법학과 일반대학원은 타 전공의 대학원과 마찬가지로 그 석사과정은 2년으로 구성된다. 또한, 타 전공과 마찬가지로 석사학위 논문 심사에 통과하여야 하며, 무사히 통과 및 졸업하게 되면 법학석사학위를 수여받고 영어로는 이를 M.A(Master of Arts in Law)라고 표기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현행 변호사시험법 제5조에 의하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려는 사람은 꼭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법학전문석사학위)를 취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법학과 일반대학원을 졸업함으로써 수여받는 법학석사학위로는 변호사 시험을 응시할 수 없다.
그렇기에 법학과 일반대학원에 입학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변호사 시험 자격이 필요 없거나 학문 자체에 목적을 가진 사람에 해당한다. 필자가 재학 중인 서울대학교를 기준으로, 법학과 일반대학원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의 대다수는 이전에 사법고시를 통과하여 이미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거나, 행정고시 및 입법고시 합격자, 변리사 등의 법조인접직역 등과 같다.
수업의 방식에 있어서도 로스쿨과 일반대학원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반대학원은 기본적으로 법학에 대한 기초 학문을 학습한 것을 전제로 하며, 현직 법조인 수강생이 다수인만큼 내용 전달 의주의 수업이 아닌 토론 의주의 수업이 진행된다.
따라서 본인이 변호사 시험 자격을 얻기 위해서나, 법에 관심을 갖게 되어 학위과정으로 법을 처음 공부하려고 한다면 일반대학원이 아닌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일반대학원에 진학하게 될 경우 수업을 따라가기에 버겁거나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어가지 못할 확률이 높다.
혹여 본인이 로스쿨 진학을 원하였으나, 로스쿨 입시를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성적이나 학부 학점이 아쉬워 로스쿨의 대체수단으로 일반대학원을 선택하는 것은 추천할만하지 않다.
법학전문석사학위를 취득하거나 법학석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석사학위와 마찬가지로 하나는 법학전문대학원인 로스쿨에서 취득하는 법학전문박사학위, 영어로는 S.J.D(Doctor of Juridical Science) 학위이며 나머지 하나는 법학과 일반대학원에서 취득하는 법학박사학위, 영어로는 Ph.D (Doctor of Philosophy in Law) 학위이다.
법학전문박사학위과정의 경우, 주로 법학전문석사학위나 법학석사학위를 취득한 자 중 일정요건을 충족한 이들을 (예: 실무경력 3년 이상) 대상으로 지원자격이 주어지며, 별도의 박사학위논문 없이, 혹은 전문박사학위논문 등으로 2년 만에 과정을 마칠 수 있다. 반면, 법학박사학위과정의 경우, 모집방법은 타 전공과 유사하며 박사학위 취득까지 통상적으로 5년 이상의 기간이 요구된다. 또한, 졸업요건인 박사논문 심사에 있어서도 수준 높고 엄격한 심사가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보다는 일반대학원에 더 가까운 개념의 대학원이며, 일반대학원에 입학하는 사람들이 학문과 연구 자체에 좀 더 목적을 둔다면, 법무대학원은 실무와 세부 전공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각 대학별로 과정에 따라 수업연한에 차이가 있으며(6개월~2년 6개월), 선택적 혹은 필수적으로 학위 취득 과정을 병행한다. 학위 취득 과정은 석사학위만 존재하며 수업연한은 통상 2년~2년 6개월이고 일반대학원과 동일하게 법학석사학위가 수여된다.
: 미국은 기본적으로 사법고시 제도가 존재하지 않으며, 대신 로스쿨 제도가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자리 잡은 국가이다. 사법고시 시험 자격을 위해 법학학사학위과정에 대한 수요가 있었던 국내와 달리, 미국은 딱히 그럴만한 이유가 없었기에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더 이상 LL.B를 취득할 수 없다.
사법고시 출신의 법조인들을 위한 교육과정이나 LL.B 학위자를 위한 심화 학문 교육과정 역시 그것에 대한 마땅한 수요나 설립 이유가 없기 때문에, 미국의 법학대학원은 로스쿨 중심으로 돌아가며, 법학과 일반대학원은 찾아보기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 M.A나 Ph.D 법학 학위를 찾아보긴 매우 어렵다. 다만, 예일대학교와 같은 소수의 학교가 예외적으로 일반대학원 및 해당 학위과정을 유지하고 있긴 하다.)
국내와 동일한 3년제의 미국 로스쿨을 졸업하게 되면, 국내와 마찬가지로 J.D학위가 수여되며 J.D학위가 있으면 미국의 모든 주에서 변호사 시험(Bar Exam)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국내와 동일하게 몇몇 로스쿨에서 J.D학위자를 위한 박사과정으로 S.J.D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로스쿨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미국 로스쿨에서 수여하는 한 가지 특수한 학위로 LL.M학위 (Master of Legislative Law)가 있다. LL.M학위는 일종의 석사학위로 미국 외 국가에서 LL.B를 취득하였거나, 미국 외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석사학위과정으로, J.D나 M.A학위과정과 다르게 1년짜리 과정이다.
미국에서 변호사시험을 응시하기 위해서는 J.D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New York, California, Georgia, Washington, Wisconsin주에서는 LL.M학위자를 대상으로도 변호사 시험 응시자격을 주고 있다. 즉, 어떤 경우에서는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데에 LL.M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비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로펌에서 아무래도 LL.M학위 출신의 변호사보다는 더 장기적인 교육을 이수한 J.D학위 출신의 변호사를 훨씬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정리를 해보니 법학 학위를 취득하는 방법이 정말 다양하고 복잡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각각의 학위과정의 설립목적이 다르고 그 특성이 다름에 따라, 법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유에 맞춰 반드시 유심히 비교해보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긴 글이었지만, 필자와 같이 법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이길 바라며, 혹여나 추가적으로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메일이나 DM 등의 방법으로 문의하면 가능한 선에서 도움드릴 수 있도록 해보겠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의 결심과 선택이 항상 빛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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