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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운 Oct 09. 2022

장난


평소에 잔나비 음악을 정말 좋아하던 그 사람. 잔나비의 최정훈 님과 강민경 님이 협업을 통해 음악을 한 곡 발표했다. 노래 제목은 ‘우린 그렇게 사랑해서’ 가사를 최정훈 님이 쓰시고 작곡을 강민경 님이 하셨다고 들었다. 뮤직비디오는 박정민 님과 전소니 님이 출연하셨다. 가사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영상을 아무런 생각 없이 보다가 영상 속 여자가 남자의 머리에 핀을 꽂고 장난을 치는 회상 장면에서 방심한 나머지 크게 소리 내 울었다. 영상 속 남자는 책을 읽고 차분한 성격을 지닌 듯 보였고 그런 그에게 장난스럽고 사랑스러운 여자의 모습에 남자는 같이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별 후에는 모든 노래 가사가 자기 이야기 같다고 했던가. 그런 회상이 나에게 오버랩되면서 함께 하던 장난과 싱그러운 웃음소리 꽃처럼 피어나는 표정들마저 모두 폭죽이 되어 터져 갔다. 참을 수 없이 눈물이 나왔다. 괜찮다가도 고작 이런 작은 현상으로 나는 무너지고 만다.


나를 자주 놀라게 했다. 씻고 나오면 기다리다가 놀라게 하고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나오면 놀라게 하고 그런 모습을 그 사람은 영상에 담았고 보며 즐거워했다. 내가 장발 머리를 하던 시절 내 머리를 묶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나의 리액션은 풍성하지 못했겠지만 그런 그 사람의 모습을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보고는 했다. 저미는 그 시절은 떠오른 때마다 나를 헤집어 놓겠지. 놀라는 나의 모습을 보고 웃던 그 무엇보다 환한 빛 같은 사람. 나의 온 세상에 스며든 그 사람. 나는 내게 들어왔던 빛을 내보내기 싫어 물속을 걷고 있다.


사랑에 이름이 있다면 더 많이 더 크게 부르고 싶다. 닳도록 만지고 목이 쉴 때까지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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