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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운 Oct 08. 2022

방향

짓눌린 마음은 항상 비밀로 두고 싶었다. 정확히 비워지는 상태가 오지 않는다. 나라는 사람은 그 자리에 있는데 또 다른 더 커다란 내가 또렷해진다. 책임을 질 수 없어서 머리가 멍해진다. 기어코 안부를 묻지 못했다. 슬퍼하는 일은 붙잡는 일이지만, 슬퍼할수록 명확해지는 게 없었다. 머리카락만 봐도 알아볼 사람. 내가 떠나도 남은 흔적을 그 사람은 모른다. 기억 속에서 흔적을 두고 온 바다를 아무리 떠올려보아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무수한 외면이 나를 건든다. 망각을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 기나긴 소리도 장면도 감춰 둘 필요 없이 그 사람을 초대하고 싶다. 긴 울음이 쓸고 간 자리에 무거운 빛 자국이 남는다.


같은 공간에 살다가 찢어진 채로 또 다른 공간에 마치 남처럼 앉아있게 되었다. 자주 가는 카페에 우리는 따로 앉아 있다. 주변 지인이 서로의 공기만 보고도 헤어진 사이라는 걸 안다. 인기척에 모든 신경이 곤두서고 서로 방향이 갈려서 헤어진 것처럼 물리적인 몸의 방향도 다르게 앉아 있다. 나를 알아보기는 했을까. 그런 생각은 1초 만에 사라졌다. 아무리 고개를 반대로 뻗어도 느껴지는 게 있다. 창가로 스며드는 눈 부신 빛의 공기가 잿빛으로 변한다.


아마도 우리는 이대로 흘러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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