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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운 Oct 06. 2022

해가 지는 방향으로 당신을 오래 세워두고 산다. 파도처럼 천천히 밀려나는 그 사람과 보낸 시간들. 그리고 낙엽처럼 막을 수 없이 가장 큰 빛이 사라진다. 공간의 빛은 각각 의미가 있다. 새벽에 퇴근하는 나를 위해 문 앞에 올려둔 작은 등부터 너무 캄캄하면 잠을 자지 못하는 그 사람을 위한 긴 스탠드. 그리고 햇빛이 사라진 밤에 흰색 형광등을 싫어하는 그 사람을 위한 주황 LED 스탠드. 그 밖에는 소소한 낮에 들어와 벽을 메워주는 햇빛들. 마지막 다음 날 그 사람이 짐을 정리하며 나갈 때 나는 일하느라 집을 비웠다. 그 사람은 나를 위해 현관에 작은 등을 켜놓고 나가주었다. 그 사람 탓에 작은 등은 한동안 계속 열을 내며 켜져 있었다. 꺼버리면 정말로 사라질 것만 같아서 손을 대지 못했다. 이미 짐은 사라진 채로 넓어진 공간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나를 휘두른다. 날것의 이질감. 나를 특별하게 밝혀 주다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게 만들어 준 사람. 현실을 나열하면 유년의 기억이 나에게 준 영향이 분명히 있을 텐데 다 타버린 재처럼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지러운 회복 속에도 잘 살아남고 있다는 건 그만큼 살아있음을 인정하는 것. 회복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인데. 나의 원래는 대체 무엇일까. 수줍게 웃는 너를 사랑하는 나의 눈빛이 나의 원래였다면 너무도 슬픈 일일까. 사랑이라는 단어는 빛처럼 단순하고 복잡한데. 그 사람을 생각하면 왜 사랑이 먼저 떠오를까. 다 지나면 괜찮은 일이 될 거라는 생각도 지금 이 마음에서는 불순물처럼 느껴진다. 빛을 만드는 회로가 있다면 그 회로를 회복시키는 전문직이 있다면 좋겠다. 모든 빛은 보이다가도 한순간에 안 보이기도 하니까. 이 비현실 같은 상황은 계속 진행 중이다. 그리고 확실한 건 나는 사계절 내내 빛이 나는 사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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