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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운 Oct 05. 2022

바람

사랑이 소멸을 반복한다. 그럼 이제는 뭐랄까 ‘생활’이 남는다. 나의 몸과 마음을 체크하는 것. 바람은 쿵 하고 지나가지 않는다. 휭하고 지나가면서 기분을 제대로 영글어 놓는다. 툭하고 다 드러내는 것. 그 사람은 바람이었나. 운명이구나. 그리고 우연이구나.


더 다정하게 못 해줘서 미안해.


가끔 어느 말도 와닿지 않을 때가 있다. 완전한 진공 상태의 마음. 조촐한 마음 주변은 초록의 풀로 가득하다. 토양이 좋지 않을 때도 좋을 때도 언제나 생생한 초록의 풀 너머로는 나의 헤어짐이 있다. 말뿐이더라도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육체로 전달할 수 있는 것과 마음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게 참 다른데 그중에 마음으로 전달하려는 증명이 말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나의 약속들은 사랑처럼 깨졌을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때의 그 마음. 이제는 소중한 그 마음만을 믿는다. 다툴 때 말을 최대한 예쁘게 하려는 버릇이 있었지만, 말을 거치지 않은 나의 눈빛은 더 쉽게 닿았으리라. 꽃을 꺾는 순간만큼 짧아서 마음 한 켠에 박제되었을까. 작은 온도마저도 걱정으로 가득 찬다. 나는 노인의 마음으로 그 사람을 보고 싶다.


마지막 시선을 온종일 생각한다. 이 긴 여운은 언제쯤 처분될까. 조용히 중얼거리는 바람이 내게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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