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뷰: <그레타 툰베리> 오는 17일 개봉
"당신들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구하러 옵니다. 염치도 없나요? (중략) 어른들은 말과 행동이 달라도 너무 달라요. 부디 제 마이크가 켜져 있기를 바랍니다" (<그레타 툰베리> 대사 中)
평범한 스웨덴 10대 소녀 툰베리가 세계적인 기후 활동가로 거듭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그레타 툰베리>(2021)가 오는 17일 극장가를 찾아온다. <그레타 툰베리>는 학교 대신 거리로 나선 툰베리가 2019년 유엔본부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세계 정상 '어른들'을 꾸짖기까지의 긴 여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특히 스웨덴 의회 앞에서 홀로 기후위기를 외치던 툰베리가 뉴욕으로 가기 위해 화석 연료 사용이 없는 무동력 요트에 몸을 싣는 장면은 기후위기 개선에 무책임한 정치인들에게 묵직한 일침을 가한다. 극 중 툰베리가 "가끔은 모든 사람에게 '아스퍼거'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울먹이는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부끄러움까지 느끼게 한다.
"어느 자리에선 (툰베리를)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소녀라고 평가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극 중 기자 인터뷰 中)
더 나아가 툰베리를 그저 작은 꼬맹이로 여기며 "정신 나간 아스퍼거 환자", "언론의 귀염둥이 공주님"이라며 조롱하는 정치인들과 그를 취재하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드는 언론의 모습은 씁쓸한 웃음까지 자아낸다.
<그레타 툰베리>의 특이점 중 하나는 영상의 초점이 툰베리의 말과 행동에 맞춰져 있으면서도 툰베리를 마주 보는 대중과 언론의 말과 행동, 태도에도 집중한다는 것이다.
극 중에서 툰베리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반면 툰베리가 마주 보는 수많은 이들의 표정에는 열광, 위로, 안쓰러움 등의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다. 이는 기후 문제를 공동의 해결 과제로 보는 툰베리의 냉철하고 절박한 시선과 '툰베리 돌풍'을 하나의 '가십거리'로 보는 대중의 모습이 퍽 대비된다.
이처럼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본질을 짚지 못하고 말만 앞서는 이 세상 '어른들'의 세태를 꼬집는다. 뉴욕 기후 정상회의 연설 중 울분을 토하는 툰베리 앞에서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세계 정상 어른들의 모습은 마치 우리나라 정치권을 연상케 한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권을 보면 내년 대선을 의식한 듯 연일 '돈 뿌리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달 초부터 화두로 떠오른 14조 원 규모의 2차 재난지원금과 자영업 손실보상금, 백신 유급 휴가비 지급 등 말 그대로 '미래 세대 희생'을 담보로 한 정책을 내놓기에 급급하다. 국정모니터링 지표 e-나라지표에 따르면, 올해 국가 채무는 약 956조 원으로,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현재까지 약 300조 원이 넘게 증가했다.
지난 14일 조선일보 <빚내서 돈 뿌리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칼럼에서는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돈 뿌리기 경쟁은 어느 때보다 성황이다. 기본소득에서 시작해서 1000만 원 해외여행비, 1억 원 적금통장, 3000만 원 사회 출발 자금 등 돈을 못 써 안달이 난 것 같다"며 "많은 전문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 부채에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들은 '인플레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무한정 화폐를 찍어도, 국채 발행으로 부채가 아무리 늘어나도 문제가 없다'는 MMT(Modern Monetary Theory) 이론을 신봉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정치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준석 돌풍'을 전후로 청년층을 '이대남', '이대녀' 따위로 갈라 치는 등 공익 추구가 아닌 정당 이익과 표심 공략에만 혈안이 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청년 일자리, 페미니즘‧안티 페미니즘 등의 문제를 마치 건설적인 논의 없이 공적 문제처럼 확대해 이미지를 챙기는 어른들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우리 청년들을 핵심 표심 공략층으로만 보는 어른들도 필요 없다. 청년들에겐 공동의 미래 환경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한국형 툰베리'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툰베리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이미 다 알고 있다. 툰베리가 덴마크, 벨기에 등의 전 세계를 돌며 온갖 기후변화 회의에 참석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단 5분을 만나면서까지 외친 말은 기후 위기만이 아니다.
그는 정당 이익과 표심 공략을 위해 돈을 바르거나 청년층을 '이대남', '이대녀' 따위로 갈라 치는 정치인들이 아닌, 적어도 뱉은 말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어른을 요구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우리들은 청년들 앞에서 자신을 진정한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언제까지 희망찬 미래는 다음 세대에 있다고 말할 것인가. 현재 일어나는 일은 결코 미래 세대가 바꿀 수 없다.
영화 끝 무렵 툰베리는 말한다. "세계는 깨어나고 있고, 좋든 싫든 변화는 시작된다. 미래 시대의 모든 눈이 당신을 향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