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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혁 Mar 21. 2022

1년 차 직장인 통장 엿보기 (1)

제1회 : 사회 초년생의 주머니

프롤로그


지난해 3월 21일.

세상 물정 모르던 나는 어느 작은 언론매체에 입사해 주먹구구식 기자 생활을 보냈다.


그렇게 꼬박 1년이 지난 2022년 3월 21일 현재.

한 중견기업 커뮤니케이션팀에서 두 번째 커리어를 시작했다.


1년이 지난 시점, 나의 주머니 사정은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제1회:  사회 초년생의 주머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많은 일이 있었다고 보는 게 맞을 터다.


사회에 첫걸음을 내디디면서 여러 목표들을 세웠다.

실제로 이룬 목표도 꽤 있고, 당연히 지키지 못한 목표들도 많다.

(나중에 따로 후기를 쓸까 생각 중이지만,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전방 십자인대 파열과 반월상 연골 봉합 수술도 경험했다.)


더욱이 파워 J인 성격인지라, 이 글을 빌려 지난 목표들을 상기해 보고 보완할 점을 찾아보려 한다.

(인생 선배님들의 뼈 있는 조언도 언제든 환영이다.)


그중에서도 직장 생활의 주된 이유인 '돈'에 관련된 목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년  직장인이 현실 속에서 맞닥뜨려야 했던 '그놈의 돈'에 관한 이야기다.




4-5평 남짓한 작은 나의 아지트. 본가에 있던 책상, 수납장, 청소기, 밥솥 등을 최대한 활용했다. (매트리스 정도만 이동이 힘들어 싸게 인터넷에서 구매했다.)


먼저, 직장이 목동 부근에 위치한 터라 자취방을 구해야 했다.

(본가에서 통근을 하려면 2시간 정도를 잡고 버스 1번, 지하철 3번을 갈아타야 했다.)


부모님께 손 벌리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편이라, 당연히 월세방부터 알아봤다.

사회 초년생 주머니 사정에 맞게 찾아본 가장 저렴한 방들은 가히 상상의 영역을 심히 벗어났다.

(엘리베이터 없는 6층 주택에 에어컨이 없는 옥탑방이 문득 기억난다.)


결국 보증금을 최대한 높이고 월세를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초년생에게 수천만 원의 보증금이 어디 있냐고?

보증금은 주거래 은행 청년 전세대출 상품을 통해 다행히(?) 마련했다.

(은행마다 상이하지만, 당시 최대 7000만 원 혹은 보증금의 90%가량을 지원해주는 은행도 있었다.)


대출 가심사를 넣은 뒤, 직장 근처 부동산을 찾았다.

통상 세입자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방의 조건을 주르륵 써 간다.

예컨대, 반지하를 제외하고 준신축급 이상의 건물이나

채광과 환기가 잘 되는 집 등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에 맞는 조건들 말이다.


내 조건은 하나였다.


직장까지 걸어서 30분 이내로 갈 수 있는 집.

운동도 할 겸 교통비를 아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초년생의 주머니에서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창구가 식비 혹은 교통비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직장이 자아실현의 장이기도 하지만,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식비를 줄여야 한다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운 좋게 직장까지 20-25분 정도를 걸어야 하는 위 사진의 방을 계약하게 됐다.


방에 들일 가구들은 최대한 본가에서 사용하던 것들을 활용했다.

직장 다니면서 신분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작은 월세방에 고관여 제품들을 구매해 들이는 건 사치라고 생각했다. 이사 당일, 동생에게 5만 원을 쥐어주며 비합리적인 뇌물수수를 하기도 했다. 불쌍한 내 동생.




아마 회사에 출근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이었을 터다. 회사 근처에 안양천이 있어 퇴근 후 친구와 밤 산책을 했다.


여기서 잠깐.

중개사와 월세방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내내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기쁨'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월세 다음의 단계'가 펼쳐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후퇴할 길보다, 힘겹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만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다.


초년생의 무모한 패기였는진 모르겠지만,

이 작은 월세방 다음에는 조금 더 커진 전세방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여전히 전세방을 바라보긴 멀었지만, 설레는 마음은 아직도 남아있다.

잡념 없이 한 놈만 잡으면 1등이 될 수 있다는 2등의 편안한(?) 마음이랄까.


합리적으로 구한 작은 월세방에서 첫밤을 보낼 때 나는 다짐했다.

"5년 후엔 어떻게든 손수 전셋집으로 가보겠다!"라고.




의지만 가지고는 절대 성과를 낼 수 없다.

나는 곧바로 원대한 꿈(?)을 실천하기 위한 세부 단위의 목표를 세웠다.

다른 것은 필요 없었다. 오로지 '돈', 돈이 필요했다.

그렇게 1년 차 직장인은 '아직은' 보잘것없는 금융 포트폴리오를 짜 보기로 했다.


과연 나는 지난해 세운 목표를 착실히 지키고 있을까?


자고로, 꿈은 크게 가지라 했다.


초기 자본이 없는 사회 초년생의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 바로 '저축'.

나는 막연하게 장기 목표를 '5년 안에 1억 모으기'로 설정했다.

(사실 어느 유튜브나 투자 관련 서적에서 가장 많이 목표로 잡는 금액을 따라 해 봤다.)


어쩌면 말도 안 되는 목표일 수 있다. 1년에 2천만 원가량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인즉슨, 매월 160만 원 이상의 금액을 모아야 하는데 당연히 직장 월급으로는 빠듯했다.

더욱이 월세도 나가야 하기 때문에 나의 선택지는 둘로 나뉘었다.

저축액을 지갑 사정에 맞출 건지, 부가적인 수입을 늘릴 건지 말이다.


그렇게 나는 청춘을 불태워보기로 결정했다.



- 2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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