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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혁 Oct 20. 2022

1년 차 직장인 통장 엿보기 (2)

제2회 : 나는야 어장남(?)

프롤로그


정말 오랜만에 돌아왔다.

가장 최근에 글을 쓴 날이 8월 중순이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1년 차 직장인 통장 엿보기> 시리즈는 거진 7개월 만에 돌아왔다.

결코 크지 않은 월급으로 금융 포트폴리오 이야기를 하자니, 그 정도로 내 통장이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에 미루게 됐다. (사실 내 게으름이 문제였다.)


지난 1회를 잠깐 요약해보면, 본격적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필자가 월세방 구하기와 이직 등을 겪으면서도 돈을 모았던 과정,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금융 포트폴리오를 짜야겠다는 다짐을 한 모습이 담겼다. 너무 오래전 글인지라, 혹여 궁금하다면 다시 한번 읽고 와도 좋을 듯싶다.


1년 차 직장인 통장 엿보기 (1) (brunch.co.kr)




제2회:  나는야 어장남(?)


10월 20일. 오늘로써 나는 직장 생활 1년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글에서 과감히(?) 통장 앞자리 수를 공개했는데, 지금의 내 통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한 마디로 요약하면, 현재 필자는 금융계와 밀당 중이다. 아니, 밀당이라기보다는 슬쩍 여지만 남기고 거리만 유지하는 '어장남'에 가깝다. 아래에서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보겠다.

지난 6월까지는 목돈 마련을 위해 착실히, 아니 온 힘을 쏟아가며 적금을 들었다. 실수령액이 200만 원이었다고 가정하면, 약 70% 이상인 150만 원가량을 적금에 쏟았다. 다행히 술·담배를 하지 않아 식비와 교통비 이외로는 그렇다 할 불필요한 지출이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놀 건 다 놀았는데도, 적금을 뺀 나머지 금액으로 충분히 한 달 생활이 가능했다.


당시 적금은 4개 정도 들고 있었다. 어느 누군가는 왜 이렇게 적금 통장을 많이 만들었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상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필자는 사회 초년생이다. 세상에서 접하는 모든 일이 거의 처음이고 서툴기 때문에 언제든 지금의 상황이 변할 여지가 농후하다. 예컨대, 3년 다닐 의지로 들어간 언론사를 11개월 만에 나와 이직하는 등 우리 나이대엔 뭔가 '안정감'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물론, 하나의 적금 통장에 큰 금액을 매달 넣는 게 이자 측면에서 좋을 터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 이직을 하거나 급하게 병원비를 써야 할 일이 생기는 등 소위 '적금을 깨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동안의 모아둔 금액과 이자가 심히 아쉬울 것이다. 그렇기에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몇 개의 적금은 깨더라도 메인 적금은 지키는 전략이 나쁘지 않았다. 적금은 어느 정도 쪼개서 드는 것을 추천한다.

적금을 쪼갤 때도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해보길 추천한다. 라이프 스타일이라 함은, 본인의 나이대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들, 혹은 업무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쓸 수밖에 없는 돈 등을 카테고리화 해보는 것이다. 필자는 4개의 적금 통장을 ▲메인 적금(비교적 큰 금액의 절대 깨지 않을 적금) ▲경조사비 적금(축의금, 조의금 등) ▲여행 적금(데이트 비용 겸용) ▲서브 적금으로 쪼갰다.


말 그대로 메인 적금은 비상 상황에서도 절대 깨지 않을 의지로 만들었다. 비교적 큰 금액으로 적금을 들기 때문에 이자 수익을 노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경조사비 적금은 곧 다가올 결혼 시즌 등을 대비해 개설했다. 필자 나이 스물 후반, 왠지 조금만 있으면 축의금 폭탄을 받을 것만 같았다. (글을 쓰고 있는 10월, 이미 결혼식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그때의 축의금은 적금을 든 통장에서 빼 썼다) 여행 적금은 사실 데이트 비용 통장 목적으로 개설했다. 생각보다 '솔로 공백기'가 길어질 것 같아 1년짜리로 가입했던 기억이 있다. 슬프게도 만기 해지일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하. 마지막으로, 언제든 깰 수 있는 서브 적금을 들어 불안정성을 줄였다.


이렇게 막연하게 적금 릴레이를 이어가던 어느 날,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달콤한 '만기일'이 찾아왔다.
때는 초여름 5-6월 사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 봤자 합산 2000만 원가량의 돈을 분산해 적금을 들었으니, 이자 수익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어느 하나도 깨지 않고 성실히 적금을 들었다는 사실과 크진 않지만 목돈이라는 개념의 돈이 생기니 기분이 이루 말할 것 없이 뿌듯했다. 이제는 이 2000만 원 상당의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와 앞으로의 월급은 어떻게 분산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2000만 원은 통장에 묶어두는 안전한 '정기 예금'을 선택했다. 당시 여러 은행 상품을 비교해가며 그나마 연이율이 높은 상품을 택해 들어갔다. 나름 천만 원 단위의 돈이 들어가니, 예상 만기해지금액이 꽤나 쏠쏠한 것만 같았다. (사실 이것도 정말 쥐꼬리만 한 금액이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소위 말해 2000만 원은 따놓은 당상이니, 이제는 앞으로 받을 월급 기준으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짜야했다. 지난번과 같이 적금을 계속 들지, 혹은 다른 도전을 해볼 건지 등의 기로에 섰다. 그렇게 나는 아래와 같은 선택지를 집어 들었다.




우선, 기본적으로 적금은 소액일지라도 꾸준히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운 좋게도, 만기하고 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정부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적금 상품을 출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바로 '청년희망적금'이다. 최대 연이율 10%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향후 대한민국 경제 곳간 문제는 뒷전이다.) 내 명의로 개설한 은행 중에 우대금리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을 조사했고, 상품 오픈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바로 가입을 해버렸다.


사회 초년생에게 청년희망적금은 생각보다 소액의 적금 상품은 아니다. 매달 50만 원씩 꼬박 2-3년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에 수령받을 금액을 생각하면, 이는 무조건 지켜야 하는 적금에 해당한다. 무튼, 필자는 청년희망적금과 일반 은행에서 밀고 있는 적금 상품까지 총 2개를 들었다. 두 상품 합치면 매달 약 80만 원 정도가 적금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작년 기준으로 보면 턱없이 적게 들어가는 수준이지만, 이번엔 과감히 다른 곳에 발을 들여봤다.

자고로, 실패를 하더라도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하라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떠올랐던 터다. 필자는 최소한의 적금을 들고 난 후, 본격적으로 금(Gold)과 개인연금펀드(TDF) 상품으로 눈을 돌렸다. 금 같은 경우엔, 나름 안전 자산이 하나쯤은 필요할 것 같아서 적금 느낌으로 매달 1돈씩 사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주식 시장이 한 치 앞도 모를 정도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정보를 얻는 데서 약자인 필자는 자산 운용사에서 알아서 내 펀드를 안전하게 투자·조정해주는 TDF 상품을 들었다. 궁극적으로는 노후자금을 위해서다. (이 두 종목과 관련해서는 다음 글에서 보다 자세히 적도록 하겠다.)


즉, 현재 기준으로 필자의 포트폴리오에는 ▲정기 예금 ▲정기 적금 ▲금 ▲개인연금펀드 ▲주식(잠정 중단)이 들어가 있다. 거의 뭐 발만 담그는 정도로 어장을 치고 있는 수준이다.(Like '그대' 영식). 좋은 말로는 경험 정도로 포장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각 종목을 운영해오면서 느낀 점 등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이번 글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찾아뵙겠다.


부자보단, 합리적인 소비가 몸에 밴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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