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 - 직장 생활 1년, 나는 어디쯤 왔을까?
프롤로그부터 이런 말을 꺼내는 게 맞나 싶지만, 이 글을 마지막으로 <1년 차 직장인 통장 엿보기> 시리즈 연재는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아래에서 주욱 이야기하겠지만 오는 2월이면 더 이상 "1년 차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쓸 수 없게 된다. 앞서 말했듯, 짧은 기자 생활을 마치고 작은 중견기업에 입사해 정신없이 일을 배우다 보니, 어느새 입사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훗날 해당 시리즈를 다시 들고 오게 된다면 "N년차 직장인"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둘째,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모으려고 했던 보유자산 목표 금액의 50%를 표면상(?) 달성했다. 아쉽게도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으로 50%를 달성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총자산을 말한다면 당당히 목표 금액의 절반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을 터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당분간은 현재의 포트폴리오에서 연재를 해 나갈 정도의 다이내믹한 움직임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큰 이슈가 있지 않는 한, 올해는 현행 체제 그대로 운용해 나가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추후 다른 글에서 전하지 않을까 싶다.
나름 인내와 고난의 시간 속에 쓰인 <1년 차 직장인 통장 엿보기> 시리즈다. 많지 않은 내 글 중에서도 애정이 가는 연재글임엔 틀림없다. 이제는 잠시 보내줄 때가 된 것 같다. 그 마지막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자.
이전 글(https://brunch.co.kr/@xxxodzm99/35)에서 필자의 금융 포트폴리오를 개략적으로 설명했다. 그 이후로도 작고 소중한 월급을 해당 종목들에 꾸준히 분배를 해왔고, 그 결과 2023년 1월을 기점으로 약 5천만 원의 자산을 모으게 됐다. 아쉽게도 현금성으로 5천만 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 안에는 깨지 못할(?) 주택 청약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훗날, 통장에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5천만 원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해당 금액을 달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를 했던 친구는 단연 '성과급'이다. 아쉽게도, 작년 경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로부터 많은 금액을 받진 못했지만,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성과급인지라 더욱 뜻깊은 곳에 쓰고 싶었다. 처음에는 해외여행을 갈까, 부모님께 효도를 할까 등 많은 생각이 앞섰지만, 결국은 '내 미래'에 투자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어느 날 경제 관련 유튜브를 보는데 한 경제 전문 기자가 한 말이 필자의 마음을 건드렸다.
"소비 습관은 생각보다 변동성이 적습니다. 즉, 내 용돈이 지난달에 비해 많아졌다고 해서 나의 씀씀이가 당장 하루아침에 커지진 않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현명한 저축 습관 중 아주 중요한 한 가지는, 커진 벌이만큼 그 즉시 적금 등의 저축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20, 30대 때 이것만 해도 어느샌가 늘어난 자산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아주 맞는 말이다. 물론 중간중간 연애·결혼 등의 변수는 있기 마련이나, 해당 변수들을 제외하고서는 웬만한 보복 심리가 아니라면 씀씀이는 땡 하고 하루아침에 커질 수 없다. 즉, 씀씀이가 서서히 커져버리기 전에 늘어난 벌이만큼을 다른 곳에 묻어두는 액션이 필요한 것이다.
누군가는 '너무 빡빡하게 사는 거 아니야?', '하루라도 젊었을 때 '플렉스'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터다. 그런데 필자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저축'이 아닌 '퇴사'로 예를 들어보겠다.
연말연시 이직철이어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주변에 이직·휴직·퇴사를 하는 지인들이 부쩍 많다. 그런데 이들 중 필자의 기준에서 다소 아쉬운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업그레이드 이직 및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퇴사하는 사유를 제외하고, 단순히 '그동안 너무 열심히 일했으니까 조금 쉬려고' 등의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아쉽다면 퍽 아쉽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위 '몸값', 즉 나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시기는 내가 하루라도 젊었을 때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른 전에 대기업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마흔 초반에 노력하는 것은 당연히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저축도 마찬가지다. 늙어보진 않았지만, 우리 인생에는 분명히 '저축할 수 있는 시기'가 존재하는 것 같다. 지금만 해도 결혼식 등의 '지출 파티'가 슬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온전히 저축할 수 있는 시기는 바로 지금, 다른 나이대에 비해 큰 지출이 적은, 하루라도 젊었을 때뿐이라는 결론이 났다. 이러한 결론에 다다르다 보니, 어느 때보다 저축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건 언제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고 무조건 당신의 생각이 옳다.)
서울에서 자취할 때는 부업을 통해 최대한 저축 목표액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부모님 집에서 얹혀사는 지금은 지옥의 통근길에 오르며 인내하고 있다. 그런데 마냥 힘들지가 않다. 조금씩이지만 차근차근 쌓여가는 잔고를 볼 때의 성취감은 확실하다. 앞으로 어떤 지출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 예정이다.
직장 생활 1년, 필자는 어디쯤 왔을까? 수치상으론 목표 금액의 절반을 이룬 시점이지만, 만족하긴 이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단순히 저축 금액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직장에서 작년보다 더 좋은 성과 평가를 받는 것, 물경력이 아닌 좋은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 주변 사람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주는 것 등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그 시작에, 저축을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좋은 추진력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향후에 더 좋은 '금융 글감'을 가지고, 성장한 모습으로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이제는 조금 더 다양한 주제로 찾아뵙길!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