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결산] 내년 서른, 시드 1억을 모을 수 있을까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25살 때쯤이었나.
아무것도 모르는 한 사회초년생은 막연하게 "서른 살까지 1억을 모아보겠어!"라고 다짐한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진데, 소위 '크게 가진 것 없는' 집안이기에 자수성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주 어릴 적부터 있었고 일찍 결혼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성격 자체가 차곡차곡 스택(stack)을 쌓는 과정을 즐기는 성격이라 저축만큼 재미있는 게 또 없었다. 기타 사적인 이유는 더 적지 않겠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당시 서른까지는 약 5년 정도 남은 시점.
단순 계산상으로 보면, 1년 간 2000만 원은 저축해야 가능한 금액이었으며 이를 다시 월로 환산하면 매달 약 167만 원을 모아야 했다. 웃기게도, 5년 전 공공기관 청년인턴을 하던 나의 월급은 세금을 제하면 20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당연히 월 167만 원을 저금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를 악물고 안산-여의도 지옥철을 아무리 타 봐도 해당 금액을 저축하는 것은 어려웠다. 아쉽게도 당시 회사에서는 구내식당 식비를 지원해주지 않았다. 여기에 교통비, 유흥비(첫 사회생활인지라 직장인 선배들을 많이 흉내 내곤 했었다. 무슨 정신으로 거의 격주로 회를 사 먹었는지 모르겠다.) 등을 포함하다 보면 정말 월 100만 원 저축하기도 빠듯했다. 그럼에도, 당시 나는 인턴 5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약 400만 원을 저축했다. (출퇴근 왕복 4시간의 거리여도 본가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환경이란 건 지금도 보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인턴이 끝나고 "진짜 정규직이 되면 더 저축해야지!"라고 의지를 불태울 찰나, 기가 막히게 코로나가 찾아왔다. 그렇게 반강제 취준 보충기(?)가 약 1년 간 이어졌다. 취직을 기다린 만큼 높아져버린 눈높이에 회의적인 생각이 들며 덜컥 중소 언론매체 동아줄을 잡았다. 당시 내 계약연봉 3100만 원. 목표치 1억까지는 약 3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기억이 완벽하게 나진 않지만, 감사하게도 중소 언론매체답지 않게 야근 수당을 달 수 있었다. 워낙 워라밸이 파괴된 직무이다 보니 야근 수당은 차곡차곡 쌓여갔다. (반면 건강은 최악으로 내리꽂았다.) 워낙 시시각각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취재를 해야 하는 근무환경 특성상, 여느 일반 직장인들처럼 루틴한 출퇴근길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회사 가까이서 서울에서 첫 자취를 시작했다.
자취는 역시나 달콤했으나, 다른 측면에서는 녹록지 않았다. 자유와 자율을 얻는 대신 경제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당시 월세는 50만 원이었다. 연봉 3100만 원이 월세 50만 원을 내고 서울의 미쳐버린 물가와 식비, 공과금 등을 내다보면 급여일은 '한 여름밤의 꿈'이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운 좋게도 야근 수당으로 월세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었다. (그만큼 회사에서 살았고, 갈렸다는 말이다.)
그때쯤 든 생각.
"어? 나 이렇게 살면 서른 살까지 1억 모을 수나 있나...?"
그렇게 워라밸 파괴된 신입 기자의 '투잡(two-job)' 인생이 막을 연다.
- 바로 다음 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