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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혁 Dec 3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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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보내며, 아디오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과연 끝날까 싶었던 2023년이 1시간 남짓 남았다.

그리고 우연히 지금 당신에게 닿은 이 글은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글이거나, 2024년 첫 번째 글이 되겠지.

잘 오셨다! 이 글은 바로 '당신'에게 전하는 글이다 :)




2023년, 당신에겐 아마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을 것이다. 퇴사·이직에 성공했을 수도, 새로운 진로를 향해 나아가는 시간을 가졌을 수도, 설레는 연인이 생겼을 수도 있다. 반면 가슴 아픈 이별을 했거나 업무 및 인간관계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날밤을 지새운 적도 있을 것이다. 어떤 날에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하며 하늘을 원망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날에는 "이대로만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포근한 침대에 얼굴을 파묻으며 하루를 마무리했을 때도 있을 테다. 이렇게 당신의 2023년을 쓱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과 함께, 생각 외로 "응? 생각보다 큰일이 아니었네?"하는 깨달음 또한 적지 않게 훅 들어온다.



필자 또한 다사다난한 1년을 보냈던 것 같다. 굳이 한 마디로 정리해 보면 '일에 미쳤었던 한 해'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청춘을 바쳤다. 지난주 팀장님으로부터 알게 된 사실인데, 올 한 해 휴가가 10일이 남았다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연차를 사용하지 않은 게 열심히 일했다는 방증이 될 순 없겠지만, 스스로는 내가 맡고 있는 업무에 온전히 몰입한 한 해였다고 평가한다. (내년에는 얄짤없이 2~3주 정도 긴 해외여행을 가볼까 한다.)


여러 업무를 맡고 있지만, 그중 가장 힘들었고 반면 가장 보람찼던 업무는 단연코 사내 매거진 발행 업무다. 주변 사람들에게 "회사 내에서 우리 임직원들만 보는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면 꽤나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복지에 신경 쓰는 회사다, 요즘 이런 회사가 있냐 등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 때론 반응만 보는대도 퍽 보람차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듣기 위해선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이겨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단연코 '섭외'다. 씨네21·매거진B와 같은 유명 매거진이 아닌, 오롯이 회사 구성원들의 매체이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일반 직장인'을 섭외해야 한다. 당장 옆 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팀장님이 될 수도, 어떤 계열사의 높은 대표이사가 될 수도 있다. 일면식이 전혀 없는 직원에게 다가가 매거진 참여 유도를 해야 하고, 그런 분을 모시고 그럴 싸한 표지 사진을 촬영해야 한다. 어쩌면 프로의식 가득한 전문 모델이나 연예인을 섭외해 매거진 촬영을 진행하는 것보다 더 힘들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감히 해본다.


더욱이 매거진은 '마감'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한 달에 한 번 마감이라는 최종 검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담당자 본인의 개인 사정이 어떻든, 업무가 쏠리던 간에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회사가 정한 그 날짜에 무슨 일이 있어도 매거진이 발행돼야 한다. 생각보다 마감이 주는 압박감은 무시 못 할 정도로 매섭다.



당신에게 전하는 글이라면서 왜 필자의 업무를 듣고 있는 건지 의문을 가질만한 타이밍인 것 같다. 바로 본론으로 돌아가서,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저의(低意)는 "결국 어떻게든 지나간다"라는 것이다.


마감 일주일 전인데 섭외가 안 됐던 적이 태반이었다. 어떨 때는 "만약에 이번 호를 통째로 날려버리면 정말 회사에서 잘릴까?", "그냥 일주일 동안 잠수를 타 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던 때가 있다. 그럴 때야 말로 정말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게 된다. 불면증도 찾아오고, 여느 때였으면 초주검이 됐을 피곤한 출퇴근길에서도 각성 상태로 계속 손톱을 물어뜯게 된다. 밥맛도 없어지고,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번 호만 발행하고 당장 퇴사해야겠다는 생각이 지배한다.


그런데 이런 위급한 상황일 때, 마지막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팀장님이나 사수분에게 솔직하게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털어놓게 되면 신기하게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일이 처리됨을 볼 수 있더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심지어 그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마무리했을 때, 위에서 언급한 병적인 현상들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밥맛이 올라오고, 얼굴에 생기가 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어쩌면 인간의 감정은 정말 간사해서, 그때 당시 죽을 만큼 힘들었어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 감정들이 '미화'된다. 예컨대 수능 날을 돌이켜보자. 당신은 분명 평소처럼 실력 발휘를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수능을 치고 나온 어스름지는 오후가 생각나는가? 정말 죽고 싶었을 것이다. 이대로 내 인생은 망했다고 생각했을 터다. 그런데 지금의 당신은 어떠한가. 나름 당신대로 잘 살고 있지 않는가? 물론 힘든 순간이 더 많겠지만, 수능을 보고 나왔을 그 당시의 기분 보단 때때로 행복한 순간도 겪으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출처: 그림비(@grim_b)


아직 덜 살아본 주제에 감히 말해보자면, 결국 어떻게든 지나가는 것 같다.

살다 보면 숨이 턱 차오를 때가 정말 많지만, 반면 숨이 탁하고 끊어지기도 되레 어려운 것 같다.


물론 당시에 입은 내상(內傷)이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어떻게든 보내고 나면 행복한 일들도 그만큼 찾아오는 것 같다. 위에서 말했지만, 정말 '죽을 것 같다'하는 순간이 어찌어찌 지나자마자, 얄밉게 우리는 안도감과 행복감을 되찾는 것처럼 말이다.


근래 1~2주간 정신없이 연말 모임에 다녀와 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신기하게도 우리는 그런 자리에서 하나같이 어떤 마무리 인사를 나누는지 알고 있나? 당신은 아주 높은 확률로 "내년에도 행복하자"라는 말을 건넸을 것이다. 이 말을 다시 곱씹어 보면, 우린 결국 마지막 순간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일 년 동안 무수히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었어도 말이다. 우리 가슴속엔 아직 희망이란 게 남아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었다.


감히 헤아릴 수 없겠지. 정말 고생 많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당신은 그만큼 행복할 자격이 충분하다. 앞으로 힘든 일도 당연 많을 테지. 그럴 때마다 '어떻게든 지나가겠지'라며 잠시 감정을 내려놓고, 누구든 간에 기대어보는 건 어떨까. 정말 기댈 사람이 없다면 일면식 없는 필자에게 연락하는 것도 얼마든지 오케이다! 왜냐면 결국 마지막 순간의 당신은 행복해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뻔하지만,

여느 때와 같이 우리에게 필연적으로 일어날 마무리 인사를 전한다.


"내년에도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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