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하면 떠오르는 짧은 단상(斷想)
청춘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떠오른다.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도 한몫하겠지만, 그의 작품을 조금 깊게 들여다보면, 소위 말하는 ‘청춘들의 아련함’이 담겨있다. 그가 자주 다루는 자연 현상이나 판타지 요소, 일본 신화 등의 키워드는 이미 많고 훌륭한 평론가분들이 이야기했을 터지만, 필자가 본 그의 작품에선 청춘들의 도전과 실패, 성장통과 고민 등이 더 눈에 들어왔다. 지급부터 필자의 좁고 깊지 않은 시야로 본 마코토 감독 작품의 특징을 말해보려 한다. 어쩌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작은 부분일 수도 있지만, 잠깐 시간 내어 읽어봐 주길!
예컨대 <스즈메의 문단속>(2023)·<날씨의 아이>(2019)·<너의 이름은>(2017)과 같은 대표작만 봐도 그렇다. 표면적으로 보면 세 작품 모두 절체절명의 자연현상 아래 펼쳐지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라 느껴진다. 그의 작품 안에서 극중 인물들은 대게 특별한 연(緣)으로 얽히고설키는데, 마코토 감독은 인물 간 첨예하고 극적인 이해관계만 보여주는 데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극중 인물들의 평범한 일상과 고민을 담는다. 비유하자면 ‘소설의 구성단계’ 중 첫 단계에 속하는 ‘발단-전개’에서 높은 확률로 청춘들의 고민이 담겨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 소타(<스즈메의 문단속>)는 교원 임용 고시를 앞둔 시점에 가업이라는 숙명을 받들어 목표를 뒤로한 채 재난을 막으러 다녀야 했다. <날씨의 아이>는 방황하는 청년 호다카의 가출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며, <너의 이름은> 속 미츠하와 친구들은 고리타분한 시골을 떠나 세련된 도쿄 라이프를 꿈꾸는 순수한 청년으로 표현된다. 이를 키워드로 단순 정리해 보면, 극중 인물들은 ‘진로와 목표’, ‘가족과 인간관계’ 등 우리가 어릴 적 한 번쯤은 겪는, 혹은 겪어 본 고민을 가진 청춘으로 묘사된다. 이처럼 극 중에 등장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청춘이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위 극 중 인물들처럼, 필자 역시 주변 환경으로 인해 꿈이나 목표를 잠시 접었던 적도 있고, ‘대중교통마저도 불편한 이놈의 촌구석을 벗어날 거야’하며 반항감을 가졌던 시기도 있었으며, 때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가출을 감행한 적도 있었다. (물론 두 시간 만에 울면서 돌아왔다.) 이처럼 청춘이라는 말을 들으면 설레는 마음 저 너머에 왠지 아련함이 느껴진다. 말 그대로 때론 벅차고 설레기도, 때론 후회되기도 아프기도 한 오묘한 기억이 함께해서 그럴 터다. 돌아갈 수 없기에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결국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아직은 무언갈 명확히 분간하기 힘든 청춘에게 전하는 응원이지 않을까. 즉, 청춘에게 필요한 것은 명확하게 보이는 ‘정답’이 아니라, 순간순간 생기는 질문이나 의문을 풀어가는 ‘해답’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 해답을 찾아가는 걸음걸음이 꽤나 길고, 그의 작품 분위기처럼 ‘아련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청춘이기에 재난과 같은 역경이 찾아와도 결국 이겨내고 나아가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