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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혁 Aug 22. 2022

나의 디지털 해방일지 <2>

디지털 디톡스 1주 차: 신현준 금연껌 짤이 생각나던 날


디지털 디톡스를 선언한 지 일주일 가량이 지났다. 그 첫걸음으로 인스타그램 어플을 핸드폰에서 삭제했다. 엄밀히 말하면, (취미로 카드 뉴스를 만들어 올렸던 부계정에서 계속이 업데이트 알람이 뜨는 바람에), 계정을 아예 비활성화했다. 주변 사람들의 소식을 손쉽게, 그리고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었던 창구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니 확실히 이틀 정도는 금단 현상을 경험했다. 예컨대 부모님과 함께 장 보러 가는 차 안에서나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 등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으로 향했던 손가락이 갈피 없이 허공에서 우왕좌왕했다. 뭉툭한 엄지손가락이 갈 곳을 잃고 한 뼘 남짓한 LED 위에서 분신사바를 하듯 오른쪽, 왼쪽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반대급부(反對給付)라고 말하는  맞을 터다. 인스타그램을 멀리한 이후, 이에 대응하발생새로운 이점도   있었다. 인스타그램 접속의 주목적은 '소식을 보고 듣기 위함'이었다.  그대로 소식을 보고 들을 데가 없으니, 3 쯤엔 자발적으로 세상 이야기를 찾아 나서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있었다. 과거 인스타그램이 차지하는 비율이 100%였다고 가정했을 , 현재는 뉴스 검색(20%), 라디오 듣기(20%), 순수한 연락(10%)  소위 '독점'이었던 판세가 조금씩 쪼개지는 양상이다.


사실 뉴스 검색은 이전에 잠깐 경험했던 기자 생활 덕분에 습관으로 남아 있긴 하다. 그러나, 매일 아침  언론사별 헤드라인 정도만 훑던 습관이 이제는 연관 기사로까지 들어가 보는 방향으로 다소 깊어졌다. 특히 최근 홈플러스 당당치킨 때문에 핫한 사회면의 기사들을 보면서 기사에 달린 수백 개의 댓글을 구경하는 재미도 알게 됐다. (참고로, 나는 요기요에서 할인 프로모션을 하지 않으면 치킨을 제값 주고 거의  먹지 않는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의 기사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오늘 읽을만한 ' 다양한 콘텐츠를 경계 없이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 성격의 콘텐츠가 많긴 하지만, 인스타그램  쓸데없는 가십성 정보보단 백배 나은  같다.


개인적으로 리빙 섹션을 좋아한다. 신차 뽑기보다 내 집 마련에 관심이 더 많다.


특히 축구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나를 포함해 스스로를 '축구인'이라고 자부하는 이들은 각종 해외 축구 소식을 타인보다 늦게 받아들이는 점을 수모로 여긴다. 예컨대 'FC바르셀로나의 미래'라고 여겨지던 프렝키 더용 선수가 한순간에 처분 매물로 평가절하되면서 차기 행선지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을  그대로 긴장의 연속이다. (이렇게 산다고 해서  아무도 알아주진 않는다.) 그렇기에 온갖 축구 관련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던 나는 이러한 소식들을 즉각 받아볼  없다는 사실에 처음엔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매일 아침 눈을 뜸과 동시에 해외 축구 뉴스를 서칭 하는 쪽으로 선회하니, 급한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은근히 잠도 잘 깼다. 이처럼, 뉴스를 직접 검색해보는 비중이 점점 늘어났다.


다음으로 말하려는 라디오 듣기는 일주일 동안 체감한 변화  가장 만족스러운 변화에 해당하는데, 위에서 말한 손가락을 직접 움직여야 하는 소모적인 뉴스 검색을   번의 클릭으로 어떠한 수고로움 없이 해결할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는다. 더불어 질릴 대로 질려버린  플레이리스트와는 다른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여기에 웃음과 감동이 가득한 사연까지 더해지면 인류애까지 정도다. 문득 배우 신현준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금연하려고 금연껌을 씹었는데, 이제는 금연껌을  끊겠다" 몸서리를 치는 장면이 생각났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의 출퇴근 길을 CBS FM와 함께 했다. 출근길에는 지난 하루 사이 벌어진 정세를 파악할 수 있는 <김현정의 뉴스쇼>를 듣고, 퇴근길엔 음악 FM으로 넘어가 <박승화의 가요 속으로>로 지친 하루의 피로들을 날려버린다. 더욱이 서정적인 옛 노래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가요 속으로>는 그야말로 '취저' 채널이다. 분명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했는데, '라디오 프렌들리(friendly)'가 되어 버린 듯한 이 느낌은 뭘까.


마지막으로,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며 '좋아요 박수'와 '슬픔의 이모티콘' 등 겉핥기 식 인사를 보낼 일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순수 연락'만이 남았다. 직접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과의 대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왜?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빠르게 흘긋 접하던 사람들의 근황을 더 이상 알 방법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고로, 나를 찾아주는 연락이 온다면 다른 의미로 거의 사랑에 빠져 소중하게 다루듯 연락을 주고받는다. 업데이트가 안 된 상태로 만나, 근황을 묻는 일이 이렇게 짜릿한 지 새삼 느끼게 됐다.


나의 디지털 디톡스 해방일지 1주 차를 한 마디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금연하려고 금연껌을 씹었더니, 금연껌이 너무 달달했다.


디톡스라고 보기엔 애써 비운 곳을 대체제로 채운 느낌이 강하지만, 나름 일상에서 변화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선 아주 만족스러운 일주일이었다. 이제는 정말 디지털(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가는 디톡스에 도전해봐야겠다. 부디 금연껌에 중독되지는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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