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넬로페 Apr 11. 2023

Flume - Palaces 소감


    Flume의 궁전이 드디어 세상에 공개되었다. 그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자 나를 흔들어 놓았던 'Skin'이 2016년 세상에 공개되고 그는 이렇다 할 앨범 활동 없이 싱글만 가끔 드랍하다가 2019년도 초에 'Hi This Is Flume'을 공개하며 그의 새로운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Hi This Is Flume'은 믹스테이프임에도 정규 앨범 뺨치는 퀄리티와 참신함으로 무장해있었고, 일렉트로닉 리스너들의 마음에 큰 인상을 남겼다. 그런 믹스테이프로 기대감을 달군 Flume은 3번째 정규 앨범 'Palaces'를 2022년 5월 20일에 공개되었다.


     46분 언저리의 러닝타임은'Skin'에 비하면 15분 정도 줄어든 러닝 타임이지만 정규 앨범으로써 충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첫 번째 트랙'Highest Building"을 들었을 때 Flume의 천재적인 사운드에 다시 한번 놀랐다.

https://youtu.be/JqfvnsDkqcE

    그의 사운드 디자인은 늘 그렇지만 다른 아티스트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을 제공한다. 다만 그 특이함이 일부 곡들에게선 과하게 작용해 일반적인 대중들, 더 나아가서 대부분의 일렉트로닉 리스너들에게도 거슬리는 경우가 가끔 있다. 물론 플룸이 의도적으로 그것을 이용한다는 느낌도 어느 정도 받지만, 적어도 이 트랙에서 그런 것은 느껴지지 않고, Flume의 사운드의 장점만 느껴졌다. Oklou의 몽환적인 보컬은 음악에 잘 어울리되 너무 특이하지 않아서 대중적인 음악과 Flume의 음악 사이를 잘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후술할 리드 싱글 'Say Nothing'에 조금 실망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 곡이 더욱 돋보였고, 이것을 리드 싱글로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가사 또한 Flume이 이전에 만든 트립 합들에게서 보이는 특유의 비유적인 사랑 가사였지만, 사실 Flume에 음악에는 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아티스트들에 비해 적은 편이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이 없다. 이 트랙을 쉽게 요약하자면, "Flume의 장점을 퇴색시키지 않으며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곡.", 더 쉽게 말하자면 그냥 신나게 듣기 좋은 곡일 것이다. Flume의 야생마 같은 트랙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리드 싱글 'Say Nothing'이 기다리고 있다.


https://youtu.be/Iczqotmm5sk


    'Highest Building'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할 때 미리 말했듯이 개인적으로는 이 트랙에 조금 실망했다. Flume의 믹스테이프나 EP들을 들어보면 그는 이런 스타일의 트랙을 가장 대중적이라고 생각하고 전면에 내세운듯하다. 수록곡들에서 보이는 실험적인 성격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차트형 음악처럼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럼에도 전형적인 머니 코드 진행을 가진 평범한 일렉트로닉 계통의 음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또 완전히 그렇지 않다고는 할 수 없었다. 'Skin'의 성공 이후 'Never Be Like You'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Never Be Like You'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노래고 그 노래가 Flume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차트에 오르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는 아니지만, 'Say Nothing'은 이러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이전 앨범에 성공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곡이 'Never Be Like You'였기 때문일 것이다. 'Never Be Like You'는 익스페리멘탈과 팝 사이의 어딘가에 줄을 타면서도 아름답고 참신한 사운드를 들려주었으나, 두 번이나 타이틀로 내세우기엔 이젠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트랙인 DHLC은 'Flume'이 수록곡으로 많이 넣는 스타일의 노래라고 느꼈다. 그가 만드는 익스페리멘탈한 사운드는 여전히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아까 언급한 불쾌할 수도 있을 정도의 사운드의 선을 잘 넘나들며 자칫 팝 앨범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앨범의 방향을 다시 한번 'Flume'이라는 타이틀로 가져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네 번째 트랙인 'ESCAPE'는 이 앨범에서 필자가 굉장히 고평가하고 있는 트랙이다. 1번 트랙과 비슷한 맥락인데, 팝과 Flume 식 익스페리멘탈의 좋은 타협점이라고 생각한다.


https://youtu.be/lup6uoiet5Y


    도통 따라가기 힘든 박자 구성과 로우 파이보단 의도적으로 깨부순 듯한 드럼, 베이스라인은 Flume의 트랙에서 자주 보이는 형태이지만, 빠른 템포로 구성하며 정신없이 휘말리는 듯한 분위기와 자칫 개판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음악에 기둥을 박아 넣는 신스 라인과 보컬로이드 혹은 보코더처럼 Flume 입맛대로 가지고 논 'Kučka'의 보컬은 부자연스러움보다는 독특함과 기계적인 매력을 더했다. 'Kučka'의 벌스와 같은 구성이면서도 사운드적으로 굉장히 비틀어 멋들어지게 구성한 훅은 익스페리멘탈보단 크러쉬드 일렉트로닉에 가까운 정도였다. 또한 2절에 추가되는 훅의 독특한 사운드들은 생기를 더욱 불어넣으며 곡을 클라이맥스로 이끌어간다. 자칫 정신없고, 실력 없는 이들이 모인 재즈 스캣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차분하게 받쳐주는 중저음부 신스와 보컬이 이를 잘 규합해 멋들어진 트랙으로 완성해 냈다.


    Flume은 앨범 아트를 독특한 그래픽 아트로 만드는데, 이번 앨범 아트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난잡하면서도 정갈한 트랙이다.


    다음 트랙인  I Can't Tell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느껴진다. 실망보단 아쉬움에 가까운 이유는 Flume이 절제를 했다고 느껴졌다. 또한 그 절제가 의도된 절제인 것도 느껴지지만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https://youtu.be/X-ZRGOBm30c

    Flume의 고막을 쥐어짜는 것 같은 사운드로 떡칠된 훅과 'LAUREL'의 몽환적인 보컬이 그런대로 잘 섞인 트랙이지만, 'Say Nothing'과 'Highest Building'의 중간 쯤에서 타협을 본 듯한 느낌을 준다. 너무 Flume 스타일도 아니지만, 너무 대중적이지도 않은, 그러나 그 강도가 부족해서 'ESCAPE'와 같은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아쉽게 느껴진다. 여러모로 조금만 더 세게 나갔으면 혹은 조금 더 팝으로 가서 대중성을 챙겼으면 하는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트랙이다. 꽤나 힘을 줬다는 것이 느껴져서 더욱 그런 감정이 짙게 남는다.


    여섯 번째 트랙, 'Get U'에선 여러모로 Flume이 날 들었다 놨다. 이전 앨범에 'Wall Fuck'에 해당하는 포지셔닝을 한 트랙으로 추정된다. 개인적으로 'Skin'에서 가장 고평가하고 많이 돌렸던 트랙이 'Wall Fuck'인데 'Get U'도 첫 재생에서 충격을 받았다. 


https://youtu.be/QecrlZONDr4


    개인적으로 가장 바랬던, 이상적인 Flume 스타일이었다. 의도적으로 모두 걷어낸 멜로디 라인과 이어폰을 고장 낼 것 같은 파괴적인 사운드 구성, 벌스나 브리지 등 통상적인 음악의 구성 방식을 모두 잘라낸 Flume의 날 것 그대로의 트랙이다. 다만 그가 추구하는 사운드가 나오면 나올수록 대중성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고, 클럽이나 페스티벌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도 틀기 애매해지는 단점 또한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마치 장식으로 제작된 그릇이나 수저처럼, 아름답고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생기지만 진짜 식기로서의 용도는 애매하거나 불편한 상황이다. 또한 노래가 크게 보면 두 개의 페이지로 구분되어 있는데, 전반부는 Flume의 익스페리멘탈한 소리 부수기가 주된 세일즈 포인트이고, 후반부는 Flume의 서정적인 트랙에서 잘 드러나는 부드럽고 따듯하지만 특이한 신스 구성과 멜로디가 돋보인다. 'Wall Fuck' 또한 비슷한 구조를 띄고 있지만 그 곡은 전반부의 파괴적인 사운드가 후반부에도 유지가 되고 있으면서 따뜻한 사운드를 레이어드해 고급스럽게 만든 반면, 'Get U'는 아예 구분된 음악처럼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필자는 불호에 가깝고, 'Wall Fuck'과 구분되는 참신한 사운드를 만들었지만 후반부에 아예 포기하는 것이 아까웠다. 차라리 후반부에서 신스를 조금 절제하고 전반부의 비트를 이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지만, 의도적인 구성과 탁월한 사운드가 나를 만족시켜 전체적으론 극호인 트랙이다.


    이다음에도 남은 트랙이 많다. 13곡 정도로 구성된 앨범 중에 6번째까지 왔으니 절반 정도 온 앨범 후기이다. 그러나 다음 곡들부터는 개별 곡들의 청음 후기를 적는데 약간의 고민이 든다. 이 앨범의 작은 논란거리라고 생각이 되는데, 선공개 곡(Say Nothing, ESCAPE, Sirens, Hollow) 들을 걷어내고 나면 많이 부족한 트랙들 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건질 트랙이 별로 없다. 리드 싱글마저 선공개됐기 때문에 남은 곡들은 Highest Building, DHLC, I Can't Tell, Get U, Jasper's Song, Only Fans, Love Light, Go, Palaces 정도인데, 이들은 대부분의 트랙이 솔직하게 얘기해서 믹스테이프에 실려도 되지 않았나 싶은 긴가민가한 곡들이었다. 'Hi This Is Flume'이 고평가 되었던 것도 믹스테이프에서 참신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곡들이 주를 이뤄서 고평가를 받았던 것인데, 언급한 곡들은 정규 앨범인데 오히려 믹스테이프 수록곡쯤으로 느껴지는 곡들이 많다. 곡 간의 연계성, 앨범 전체로 봤을 때의 통일성 혹은 작품성도 빈약하게 느껴졌다. 물론 일렉트로니카, 특히 Flume이 앨범 구성이 주가 되거나 그것을 위해 듣는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이 또한 중요한 앨범의 요소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규 앨범보단 믹스테이프에 가까울 것이다. Jasper's Song 이후로는 사실상 앰비언트 앨범이 되는데 이것 또한 일반적인 리스너에겐 꽤 당혹스러운 전개일 수 있다. 선술 했듯이 'Palaces'가 믹스테이프의 형식이었다면 실험적인 곡들이 어떠한 앨범의 거대한 흐름과 관계없이 튀어나올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으론 의아했다. 물론 각기 곡들이 사운드적으로 미흡하다던가 뻔해서 구리게 들리거나 하진 않다. 그러나 아쉬움이 들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선공개 곡이 아닌 곡 각각의 후기를 짧게 남기자면 이렇다.


Jasper's Song

서정적인 멜로디가 주를 이루며 이따금씩 'Flume'식의 사운드와 베이스라인이 곁들여지는 트랙이다. 쉬어가는 트랙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고, 앰비언트한 느낌을 강하게 풍겨 편안하게 듣기는 좋으나 큰 인상은 없다.


Only Fans

이 앨범의 가장 문제의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선정적인 가사와 포르노에서 나올 법한 신음 소리를 악기처럼 사용하거나 힙합의 더블링처럼 틈틈이 끼워 넣어서 듣는 이로 하여금 어리둥절함을 계속 유발한다. 물론 'Flume'은 성적인 표현을 자주 음악에 포함시키는(Highest Building의 뮤직비디오는 레이싱 콘셉트지만 중간중간 뜬금없이 Sex라는 단어를 곳곳에 배치하는 등) 아티스트인 것은 맞지만 이렇게 원초적이고 아무렇게나 배치한 것은 처음이다. 가사의 내용을 떠나서 사운드적으로도 딱히 주목할 점은 없는 듯하다. 익스페리멘탈함은 충분하지만 그것이 딱히 참신하게 다가오지 않았고, 그저 신음 소리만 귀에서 계속 맴도는 괴상한 트랙처럼 여겨질 때가 많았다.


Hollow

여러모로 'Skin'의 느낌으로 돌아가서 익숙함이 느껴지는 트랙이다. 선공개 곡의 기준이 어떤 것인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노래가 공개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이 앨범이 'Skin 2'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도 좋아했던 노래이다. 그가 추구하는 대중적 팝 요소가 강하면서도 특유의 사운드가 잘 결합된 트랙이다. 다만 신규 트랙들에 비해 조금 아쉽게 무난하다. 'Skin'의 수록곡으로 끼워 넣어도 딱히 어색함이 없을 수준이다. 'Say Nothing'과 같은 맥락으로 저평가를 하게 되는데 그와 별개로 수준 높고 좋은 곡임은 분명해서, 이 앨범의 후반기(6번 이후의 트랙들) 중에 가장 많이 듣게 되는 것 같다. 다만 곡 배치에서 문제의 곡인 "Only Fans'와  퓨처 베이스와 앰비언트의 혼종 같은 곡들 앞에 배치되어 더욱 아쉬운 기분이 든다.


Love Light

그의 대부분의 곡은 퓨처 베이스에 영역을 조금씩 가져가고 있으나 이 트랙은 사운드적으로는 퓨처 베이스이지만 구성이나 저음부의 구성은 앰비언트같이 잔잔한 진행이 계속 이어지는 방식이다. 이는 'Skin'보다 더 되돌아가 1집 'Flume'에 가까운 느낌이어서 반가운 느낌이 조금 들었다. 'Wall Fuck'에서 사용한 사운드도 조금 가미되어 3개의 정규 앨범의 맛을 조금씩 다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나름 즐겁게 들은 트랙이지만, 이 또한 약하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Sirens

Flume의 익스페리멘탈, 퓨처 베이스, 앰비언트 뮤직을 좋은 점끼리 뭉친 트랙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리드 신스가 굉장히 부서진 느낌을 주면서 하이라이트의 느낌을 강렬하게 살렸다. 의도한 사항일 수도 있지만, 믹싱 문제인지 혹은 귀에 가해질 스트레스를 걱정해서 인지 약간 소리가 흩어지는 듯 희석된 느낌을 주는데 이것이 오히려 몽환적인 보컬과 합쳐져 분위기에 시너지를 더하는 효과가 있다. 트립 합에 가까운 드럼 구성은 Flume의 주 특기 중 하나지만 특히 이 트랙에서 빛나는 것 같다. 그가 수록곡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식인 비트는 제멋대로 날뛰지만 보컬은 한 가지를 계속 반복하며 몽환적으로 이끌어 극적인 대비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Go

DHLC와 같이 후반부의 분위기를 환기하고 앨범의 끝이 다가오는 것을 암시하는 역할 쯤으로 느껴지는 트랙이다. 사운드 클라우드에 가끔 올라올 듯한 단순한 진행과 들려주고 싶은 사운드를 요약한 곡이다. 총체적인 앨범의 무드에서 약간 누그러진 느낌으로 마지막 곡인 'Palaces'에게 길을 내어주는 것이 이 트랙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Palaces

이번 앨범의 마지막 곡이자 앨범과 동명의 트랙이다. 극 후반부에 드럼이 치고 들어올 때를 제외하곤 앰비언트 무드와 앨범 아트에 그려진 앵무새가 우는 듯한 사운드가 귀를 잔잔하게 간지럽히며 진행된다. 곡 자체는 마지막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지만, 선술 했던 것처럼 곡의 배치가 조금 아쉽게 다가온다. 흔히 말하는 기승전결보단 되는대로 배치한 듯한 전개가 몰입에 조금 방해가 된다. 또한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지만 앨범과 동명의 트랙은 리드 싱글인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아웃 트로의 느낌으로 배치하며 특이하지만 납득은 조금 힘들었다. 그리고 3분 30초 즘을 넘어서서부터 들어오는 퍼커션이 분위기를 환기하며 다음 앨범, 혹은 다음 싱글에 대한 기대감을 주는 것처럼 마무리를 했다. 전반적으로 트랙만 보면 아웃트로에 어울리는 트랙이지만 후반부에서 느낀 배치의 난해함과, 중간중간에 섞인 믹스테이프나 싱글 정도에 가까운 트랙들이 이 아웃트로의 가치를 깎는 것 같다.


https://youtu.be/ObNM6AbIY34


마치 영화 아바타 속의 밀림을 보는 듯하다가 뒤로 갈수록 각종 그래프가 섞여오는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Flume'과 'Skin'에 비하면 곡들 간에 호불호가 갈리는 앨범이다. 다만 사운드적으로 더 새로운 실험적 시도들을 한 게 느껴졌고, Flume만의 사운드가 다른 아티스트들과 더욱 벌어져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는 앨범이었다. 개인적의 기준에선 완성도에 물음표가 조금 생기는 난해한 배치와 트랙, 'Hi This Is Flume'과 몇 곡을 바꿔서 수록했다면 더욱 멋지게 들렸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망작 혹은 수작의 사이에 머물러 있느냐면 그렇진 않다고 생각한다. 꼭 앨범에 큰 서사나 유기성을 중요시하지 않는 아티스트들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수작 이상 명작 미만이라는 평가는 확실한 듯하다. 사운드적으로나, 좋은 곡들의 퀄리티는 충분히 그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모든 앨범에 서사나 유기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명반들은 대부분 그러한 모멘트를 보여주었다. 난해한 가사가 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하는 것도 없지 않아 있다. 물론 가사에 아무 뜻도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작사를 하는 사람도 많지만, 또 그런 것에 대해 의미를 찾거나 부여하는 사람들이 우리 같은 리스너이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수작은 넘은 듯하나 본인의 1집과 2집은 넘지 못했다는 것이 나의 평이다. 아예 믹스테이프처럼 참신한 시도로 밀고 나가던지, 아예 대중적인 팝으로 돌아서던지(다만 이 길은 필자에겐 굉장히 슬플 것 같다) 한 가지 선택을 해서 다음 앨범이 나왔으면 한다.  


"사운드 디자인은 끝에 다다랐으나, 그 끝에 도달하기 위해 너무 많은 음악성을 버린 듯한."


Flume - Palaces. 6.5/10점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287524396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