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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11. 2023

Charlie Puth - Charlie 소감

    찰리 푸스라는 아티스트는 우리에게(적어도 한국인에게는) "One Call Away"와 "See You Again"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버클리 음대 전액 장학생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탁월한 보컬 능력과 천재적인 음악 감각에서 나오는 캐치한 음악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유튜버, 틱톡커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을 펼치고 그것들은 썩 괜찮은 성과를 보여주었으나, 그는 원 히트 원더 혹은 투 히트 원더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분명 그의 재능은 확실하고,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성과는 조금 거리가 먼 올드 한 음악을 주로 만드는 것과, 공백기에 발표했던 싱글 곡들의 성과가 굉장히 실망스러움이 원 히트 원더라는 평을 더욱 가중시켰다. 


    그런 그가 이번에 돌아온 정규 앨범은 뭔가 다른 듯하다. 그는 가장 자신을 많이 드러낸 앨범이라고 자신의 앨범을 평가했다. 덧붙여 자신의 취약점을 가장 잘 드러낸 앨범이라고 덧붙였는데, 한마디로 가장 솔직하게 만든 앨범이라는 뜻을 유추할 수 있다. 앨범명 또한 아마 그러한 성향을 반영한 것이 틀림없다. "Charlie"는 단적으로 표현하면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좋은 앨범이다. "See You Again"을 저평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곡은 단순히 찰리 푸스의 음악적 성과라고는 보기가 힘들다. 분명 좋은 곡이지만 폴 워커의 추모곡이자 잘 팔리는 시리즈인 분노의 질주의 OST 이자, 위즈 칼리파의 피처링도 있었듯, 다양한 요인이 그의 대표곡을 만들어준 것에 분명히 큰 영향을 끼쳤다. "One Call Away"는 앨범에서 오로지 그 곡 빼고는 건질 게 없다는 혹평을 주로 들어오며 반짝하고 사라지는 가수로 찰리 푸스를 평가했다. 2집이었던 "Voicenotes"에선 그러한 비판과 원 히트 원더 이미지를 탈피하기 아직 덜 갈고닦아진 느낌은 있었으나 다양한 시도를 통해 최대한 많은 것을 들려주려고 노력한 것이 티가 났다. 다행히 그 성과는 대중에게 닿아 꽤 성공한 앨범이 되었다. 그 이후 이어진 몇 가지 싱글들이 대부분 실패하고, 그가 추구하는 장르 자체가 올드하고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어지며 자꾸만 잊혀지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점점 유튜버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고, 틱톡에서 팬들과 이런저런 영상을 만드는 재밌는 사람 1 정도로 끝나는가 했다.


    먼저 말했듯이, 이번 앨범이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좋은 앨범이라고 느낀 이유는 첫 번째가 솔직함, 두 번째가 단점과 장점의 결합, 세 번째가 깔끔함이다. 솔직함이란 내용을 말한다. 찰리 푸스 본인이 말한 대로 이번 앨범의 가사는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스타의 삶이나, 너무나 이상적이라 와닿지 않는 가사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읽어도 공감이 되는 가사들로 구성되었다. 두 번째로 꼽은 장점인 단점과 장점의 결합이란, 일단 긍정적인 이야기를 말한다. 그의 분명한 장점인 캐치하고 탁월한 멜로디 구성, 귀에 딱 들어오는 부담 없이 듣기 좋은 보컬은 그대로 유지했다. 단점이란 이전에 보여주었던 딱히 뭐라 평가할 말도 없는 평범한 곡들 더미에서 괜찮았던 시도를 꺼내든 것이다. 초창기 그의 곡에 비해 신디사이저나 베이스 리프의 비중이 늘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고 풍부한 사운드를 잘 만들어냈다. 그리고 마냥 틱톡커스럽게 짧고 얇은 곡을 만들던 것과, 그의 캐치하고 참신한 멜로디 구성을 잘 섞어 짧고 굵은 곡으로 앨범을 채웠다. 세 번째는 두 번째 장점과 이어지는 것으로, 요즘 시대에 음악은 자주 짧고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경향에 맞게 짧고 굵은 곡들을 아주 깔끔하게 뽑아낸 것이다. 찰리 푸스는 짧기만 하거나 짧은데 깊이까지 없는 트랙들의 모임을 만들던 사람에서 듣기 좋은 중독적 멜로디가 끊임없이 변주되는 재미있는 곡들이 모인 앨범을 만들어 냈다. 그가 방탕하게 지내던 시절 들었던 엘튼 존의 따끔한 조언 이후 앨범을 갈아엎은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만들어 냈다.


https://youtu.be/WFsAon_TWPQ


    개인적으로 이 곡에서 가장 즐겨듣고 있는 곡에서 이 앨범의 장점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어쿠스틱 악기로 구성된 디스코나 테크노 같은 느낌을 주어 신나는 것은 물론이요, 찰리의 듣기 좋고 감각 있는 가사와 보컬과 자칫 비어있을 수도 있는 저음부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베이스 리프가 굉장히 듣기 편하게 신나는 특이함을 준다.


    이 외에도 다양한 괜찮은 곡들이 있고, 이들이 대부분 짧고 굵게 구성되어 있어 맛있는 뷔페에서 괜찮은 음식을 찾아서 담아 먹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 


https://youtu.be/9mzSgnOxXtw


    "There's A First Time For Everything"과 같은 곡에서도 이 앨범 특유의 장점이 잘 드러난다. 억지 후크송으로 중독되게 하는 것이 아닌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만 만든 음식이 너무 맛있는 듯한 인상이다. 굉장히 팝이며 굉장히 깔끔하다.


    다만 이 앨범의 단점으로 들어가 보자면, 사실 어떻게 해결하기 힘든 것일 수도 있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그의 스타일이 더 이상 바뀌지 않는다고 하면, 굉장히 유행에 뒤처진 장르와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그의 캐치함에 대한 탁월한 능력으로 많이 묻히는 경향이 있으나 굉장히 전형적인 팝 스타일이고, 이는 찰리가 성공하는 것보단 위대한 음악가로 남는 것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한 곡이 짧은 것도 어느 정도는 지적하고 싶은데, 짧고 굵게 즐거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위대한 아티스트는 거대한 서사를 구성하고, 그것을 완성하는 끈기에 긴 곡도 이끌어나가는 프로듀싱 능력까지 모두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Queen의 "Bohemian Rhapsody", Oasis의 "Champagne Supernova", 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과 같은 곡을 말한다. 이것은 단순히 긴 곡을 못 만든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닌, 그 아티스트의 음악적 능력의 끝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찰리는 분명 이 시대에 요구하는 다양한 음악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그 사용에 아쉬움이 보인다. 3집이 12곡에 30분 언저리인 것은 짧은 편이고 자칫 히트곡 메들리처럼 들릴 수 있다. 또한 음악끼리 연결되는 스토리나 사운드를 통틀어 서사라고 표현하자면, 그것이 굉장히 부족하다. 서사란 긴 앨범의 몰입감을 만들어주는 아주 큰 요소이며 앨범으로써 고평가를 받고, 음악인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서사의 구성 능력도 굉장히 중요하다. 한마디로 좋은 곡들이지만 그 사이에 아무런 연결점이나 연계되는 부분이 없다. 그의 스타일이 트렌드에 맞지 않는 것이야 해당 아티스트의 스타일 내지는 올드스쿨이란 말로 포장이 되지만 서사가 부족하고 음악적으로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이 부족한 것은 달리 포장할 수식어도 없다. 찰리의 신나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재능을 알았으니, 이젠 음악가로서의 파괴력도 보여줄 차례이다. 음악적으로 단정 짓는 것은 금해야 할 일 중 하나지만, 다음 앨범도 비슷하게 짧고 굵은 곡들로 채워져 있다면 아무리 특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더라도 뻔하게 들릴 것이고, 그것은 팝 아티스트로서의 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찰리는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무언가 더 보여주어야 한다.


"아주 듣기 즐겁고, 아름다운 곡들로 구성되어 있는 팝의 뷔페, 그러나 음식이 너무 적고 서로 전혀 조화되지 않는 음식 구성"


Charlie Puth - Charlie. 7/10점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291995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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