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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11. 2023

Taylor Swift - Midnights 소감

    현재 가장 성공한 싱어송라이터가 누구일 것인가? 하는 주제로 전 지구에 설문조사를 했을 때 아마도 세손가락에 꼭 꼽힐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 바로 Taylor Swift(이하 테일러 스위프트, 테일러)일 것이다. 테일러가 MTV 어워즈에서 올해의 비디오상을 받으며 전달한 그녀의 10집 발표했을 때, 나를 비롯한 수많은 팝 팬들의 기대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정규 앨범으로는 2년 만이었고, 그녀가 가진 영향력은 21세기 뮤지션 중에선 손에 꼽히기 때문이리라. 이미 스트리밍이든 피지컬 앨범이든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평단과 대중을 가리지 않고 좋은 평가를 가지고 있는 이 앨범에 나도 조심히 작은 숟가락을 하나 얹으려고 해본다.



먼저 이 앨범의 서문이 너무 인상적이라 먼저 읽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We lie awake in love and in fear, in turmoil and in tears. We stare at walls and drink until they speak back. We twist in our self-made cages and pray that we aren't-right this minute - about to make some fateful life-altering mistake.

This is a collection of music written in the middle of the night, a journey through terrors and sweet dreams. The floors we pace and the demons we face. For all of us who have tossed and turned and decided to keep the lanterns lit and go searching-hoping that just maybe, when the clock strikes twelve... we'll meet ourselves.

Midnights, the stories of 13 sleepless nights scattered throughout my life, will be out October 21.

Meet me at midnight

테일러 스위프트 'Midnight'의 서문


우리는 사랑과 두려움 속에서, 그리고 혼란과 눈물 속에서 잠에 들지 못할 때가 있어요. 벽을 응시한 채로 거기서 답을 얻을 때까지 술을 마시기도 해요. 스스로 만든 우리 안에 자신을 구겨 넣고 삶을 바꿀만한 운명적인 실수가 아니기를 기도하죠. 

이건 한밤중에 쓴 음악들의 모음집이고, 악몽과 달콤한 꿈들 사이를 오가며 헤쳐나가는 여정이에요. 우리가 서성거렸던 바닥에서 우리가 마주했던 악마들과 관련된 얘기죠. 누워서 잠을 못 자고 뒤척이다 결국 등불을 켜고 원인을 찾기 위해서 나선 우리를 위한 노래들이에요. 시계가 12시 자정을 가리키는 순간, 진정으로 우리 스스로를 마주하길 바라죠. 

제 인생에서 뜬 눈으로 지새우던 열세 번의 밤 이야기를 담은 [Midnights]가 10월 21에 찾아옵니다. 

자정에 만나요.

나무위키 서문 번역본


    싱어송라이터답게 아주 아름답고 감성적인 서문이 앨범의 시작을 열고 있다. 이는 그저 서문으로 넘기기엔 너무 아까운 글귀이다. 그녀가 이 앨범을 만든 감정들을 출처와, 그것을 우리의 공감으로 이어내는 앨범의 내용과 무드에 아주 잘 어울린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xA687tYuMWgXjGLvPvOWqXWgHEIA2JW6


    이 거대한 앨범은 한국 시간 10월 21일에 전곡이 발매되었고, 3시간 뒤 7곡이 추가로 들어간 3am Edition이 추가로 발매되었다. 이 앨범은 기본적으로 팝이다. 사실 팝이라는 장르를 어떠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없긴 하다. 애초에 대중음악이라는 뜻이고, 이 대중음악을 구성하는 장르는 늘 달라져왔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 팝의 전형인 음악들이 분명 존재한다. 필자는 최근 그런 앨범이 찰리 푸스의 'Charlie'라고 생각했다. 그 앨범은 팝의 요소로 가득했고, 요즘 트렌드에 맞는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와 짧고 강렬한 구성들로 가득해 가장 팝이지만 트랜디하다고 생각했다. 팝의 진화는 이 정도구나라고 속단했었다는 생각이 든 것은 테일러의 Midnights 이후였다. 새로운 장르가 또 한 번 대중음악에 스며들지 않는 한 찰리 푸스의 형태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테일러는 다른 음악으로 팝을 정의했다.


    그렇다고 진부한 사운드를 갈고닦은 앨범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순수한 팝으로 복귀한 것은 확실한 듯하다. 이전의 앨범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었고, 그것도 꽤 괜찮은 것들이 많았지만 이번 앨범은 그 거대한 9개의 서사를 잘 엮어 팝으로 묶으며 그녀의 실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대중음악이란 다양한 장르의 용광로이다. 최근의 미국 음악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만큼 단순히 신스 팝이라고 하기엔 꽤나 묵직함을 많이 가진 음악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은 테일러가 걸어온 다양한 장르들을 엮었지만 굉장히 가볍고 따듯하지만 우울하게 다가온다. 앨범의 무드가 전반적으로 차갑고 우울하지만 그것이 마음에 닿을 때는 따뜻하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아마 사운드와 가사 덕분일 것이다. 우리가 밤과 새벽 사이에 흔히들 떠올릴 법한 생각들과, 그것에 대한 솔직한 폭로, 사랑에 대한 참신하고 위트 있는 가사들과 자칫 차갑고 격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신디사이저를 아주 천천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밤의 감정을 감싼다. 트렌드를 전혀 쫓지 않고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의 분위기에 집중한 듯한 구성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요즘 보기 드물어 묘한 트렌디함을 자아낸다. 또한 듣기 편하지만 굉장히 퀄리티 높은 사운드가 앨범을 가득 채우는 것이 유행을 타지 않는 포만감을 선사한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보컬이야 말할 것도 없이 증명되어 있으므로 할 말이 딱히 없지만, 적어도 그녀의 목소리가 이번 앨범의 무드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 테일러가 가장 앨범을 대표한다는 의미로 고른 곡이 아마 리드 싱글일 것이다. 'Anti-Hero'는 사운드, 내용 등 어떤 면에서 보든 앨범 전체를 총괄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가장 중요한 것만 쏙 빼서 만든 '액기스'와 같은 역할이다. 필자는 앨범의 전체를 한 번 정도는 돌려 듣고 마음에 듣는 트랙을 고르는 것을 좋아한다. 다만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는 방식인 것은 분명하고, 이 앨범의 전체를 맛보고 싶다면 Anti-Hero가 그 역할을 굉장히 잘하고 있다. 리드 싱글 말고도 개인적으로는 Vigilante Shit, Mastermind, Glitch, Maroon과 같은 곡들을 더 추천하는 편이지만, 최대한 이 앨범 전체를 만끽하는 것을 추천한다.


    종합적으로 앰비언트 뮤직에 가까울 정도로 칠(Chill) 한 분위기와 계속 인정받아온 작사 능력, 오밀조밀하게 짜인 사운드와 그것을 잘 배치해 아주 묵직하게 흘러가는 앨범 진행까지 굉장히 완성도 있게 잘 만들었다. 필자는 음악에서 완성도 있고 뻔한 음악과 완성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실험적인 성격의 음악을 더 높게 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테일러의 10집은 팝의 정석이자 순수한 팝이며, 그럼에도 신스를 재미있게 쓰는 시도가 곳곳에 보여 전체적으로 지루하지 않고 부드럽게 흘러가게 끔 한다. 이 부드럽게 흘러가게 하는 부분이 실험적인 성격을 띤다. 일반적인 팝 앨범은 트랙이 (3am 에디션을 기준으로) 20개씩 된다면 지루해지는 경향이 많이 보이는데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섞여들어오는 키치한 신스 라인들이 향신료처럼 지루함을 덜어주어 전반적으로 소화력을 뛰어나게 해준다.


"팝의 지루함은 덜어내고, 팝의 사랑스러움을 담고, 테일러의 우울함과 솔직함을 섞은 다음 자정의 분위기를 졸여낸 잘 만들어진 수프"


Taylor Swift - Midnights. 8.5/10점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291716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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