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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11. 2023

250 - 뽕 소감

    재미있는 시도란 이런 것이 아닐까? 가장 한국적인 게 이런 것 아닐까? 신과 구의 조화라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촌스러우면서 세련된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이러한 질문들에 제격인 앨범이 이곳에 있다. 주의 깊게 들을 사람에겐 묘하게 세련된 이상한 뽕짝, 전혀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에겐 너무나도 특이한 그런 앨범이 이곳에 있다. 이 앨범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것이 수많은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그러나 이색적인.

    보통은 한국적인 소리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가야금 소리, 풍물놀이 등 한국적인 소리를 말할 것이다. 우리가 인식에 박힌 한국적인 소리이다. 하지만 이는 역사적인 한국의 소리이고, 고증을 거쳐야 하는 과거의 음악이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정서에 뿌리 깊게 박힌 한국적인 소리는 무엇일까? 우리가 교육으로써 터득한 저 옛날 선조들의 음악이 아닌 우리가 어릴 적부터 스치듯 스며들어온 그런 음악 말이다. 250은 이 앨범을 통해 그것이 뽕짝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트로트의 하위 장르이며 R&B와 힙합같이 상류층보단 하류층에서, 파티장보단 길거리에서 향유되던 음악이 뽕짝이다. 이를 즐기는 소수의 층과 옛날 음악, 구린 음악, 수준 낮은 음악으로 치부하는 대다수의 층이 공존하는 음악이다. 그런 호불호가 강한 음악에서 정수를 뽑아 250의 색과 고유한 색을 잃지 않을 만큼만 가미된 세련됨이 이 앨범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이 앨범에서 말한 뽕짝의 정수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이것을 위해선 뽕짝의 근원을 알아보아야 할 것 같다. 트로트란 광복 이후와 조용필 이전까지 우리나라를 지배한 대중가요를 이르는 말이다. 뽕짝이란 그것의 멸칭으로 처음에는 동의어로 쓰였으나 우리나라의 가요 시장이 점점 커지고, 음악에 품격과 용도가 생겨나기 시작하며 두 개념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뽕짝은 각설이와 같이 점점 더 거리의 음악이 되었고, 이는 시장과 관광버스 음악으로 인식이 박히게 되었다. 그야 당연히 트로트에서 방향성을 흥을 돋우는 것으로 완전히 틀었기 때문이다. 서정적인 가사나 아름다운 멜로디는 흥을 돋우는데 방해되는 요소로 간주되어 대부분 제거되어 알 수 없는 추임새, 극단적인 악기 구성, 단순하고 잘 먹히는 트로트 멜로디의 기본만을 남겨 하드코어 테크노, 혹은 신스팝의 맛을 섞은 트로트의 한 갈래가 되었다. 당연하게도 극단적으로 흥을 돋우기 위한 짧고 굵은 음악의 모음들로 구성된 장르이기 때문에 아주 다양한 곳에서 쓰였고, 유명세나 명예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이러한 장르의 정수란 무엇일까. 우리가 어릴 때부터 어딘가에서 들려오던 음악들의 정수란 무엇일까. 그것에 집중한 것이 '뽕'이다. 슬픈 음악이지만 흥겨운, 예스러운 멜로디지만 전자 음으로만 구성된 반전성,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제목은 하나도 알지 못하는 독특한 익숙함이 그 정수이다. '뽕'은 그것을 그대로 담아낸 앨범이다.


    250의 고유한 색이란 무엇일까? 그는 이태원에서 오래 활동한 DJ 이자 프로듀서로 BANA에 합류하고 나서는 이센스나 김심야의 트랙을 프로듀싱하며 실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김심야의 'Interior'는 꼭 들어보길 바란다. 그 이후 BANA 소속답게 SM 과의 연을 시작한다. f(x)의 4 Walls를 리믹스하고 보아, NCT 127, ITZY 등 케이팝에도 다양한 곡을 내며 힙합과 아이돌을 넘나드는 스펙트럼을 Prove 했다. 또한 최근에는 하이브 산하 ADOR에 프로듀서로 합류하며 뉴진스의 메인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등 뽕짝, 힙합, 케이팝, 일렉트로닉과 같이 모든 장르를 오가는 차원이 다른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250은 그러한 곡들을 만들어 내면서 보통은 잘 사용하지 않는 특이한 사운드와, 아주 비틀어 소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샘플링 능력, 그럼에도 새로움을 잃지 않으며 익숙한 곡들을 만들어 낸다. 최근에 발매된 뉴진스의 'Attention'과 'Hype Boy'도 대중성의 선을 밟고 놀며 트랜디 함을 전국에 알렸다.


    이 뽕짝과 250의 합작은 어떤 결과가 되었을까? 도대체 어떤 앨범을 만들었기에 수많은 평단에서 호평을 받았을까? 그의 노력을 알아보기 위해선 BANA 유튜브에 업로드된 '뽕을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한국 댄스 음악의 뿌리를 찾아다니기 위해 동묘에 찾아가서 옛날 악기들을 구매하거나, 전국노래자랑을 관찰하거나 옛날 춤도 배우는 등 그의 노력이 담긴 짧은 다큐멘터리는 앨범에 드러나지 않는 서사 또한 재밌게 느낄 수 있는 요소이다. 250은 처음엔 이박사를 최대한 피하려고 했다고 한다. 뽕짝에서 이박사의 영향력이란 압도적이었고, 그저 그를 따라가기만 하는 앨범은 식상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랬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말했듯이 뽕짝의 대명사인 이박사를 피하며 앨범 작업을 하기엔 어려움이 많았고 250은 이박사를 비롯한 많은 거장들을 찾아갔다. 뽕짝의 거장인 이박사, 그의 친구이자 키보디스트 김수일, 전자 오르간의 대가 나운도, 재즈 색소폰의 대가 이정식, 조용필과 이선희 등 가요 전설들의 작곡가 양인자, 대한민국 기타의 전설 이중산, 아기 공룡 둘리 주제가의 목소리 오승원까지 한국 음악사의 산증인들의 도움으로 이 앨범은 완성되었다.


    결과물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일렉트로닉이라는 장르를 기반으로 보통은 그 장르에서 더 이상 쓰이지 않거나 애초에 이 장르에 온 적이 없는 리듬과 악기들의 조합으로 재정립된 뽕은 묘하게 뽕짝이라는 장르에 속해있다. 세계적인 정론지 더 가디언에서 뽕을 국제적 보물이라고 칭한 것도 앨범을 들어보면 감이 온다. 굉장히 촌스럽고 익숙한 리듬과 분위기 사이에서 풍기는 묘한 뉘앙스는 250이 말한 우리의 인생은 상수도보다는 하수도라고 말한 것에 설득되게 한다.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함과 촌스러움이 적당히 범벅이 된 트랙에 250 특유의 세련된 레이어를 한층 얹자 늘 먹던 한식이 어딘가 달라진 퓨전 요리처럼 다가온다. 흔히 말하는 꽈배기 소리 같은 신디사이저와 오로지 흥을 돋우기 위해 빨라진 BPM은 뽕짝의 용도에 충실하지만 어딘가 한구석이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계속 준다. 원래의 의미를 잃지 않으며 그 뉘앙스를 교묘하게 비트는 250의 실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또한 로얄 블루나 휘날레 같은 서정적이고 따뜻한 감성의 곡들도 우리가 아는 다방, 카바레에서 들려올 법한 오래되고 구시대적인 사운드를 큰 수정 없이 아주 깔끔하고 세련되게 만들어냈다. 마치 완벽한 문화재 복원처럼 보수를 했으나 예전의 아름다움을 주는 듯하다. 처음 이 앨범을 들었을 때는 뽕짝에 대한 묘한 거부감과 뽕짝의 이미지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트랜디함과 세련됨이 뇌를 자극해 좋은지 싫은지 판단하기 힘든 현기증 나는 앨범이었다. 그러나 이 현기증이 오히려 이 앨범의 완성도를 증명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좋은 음악이 트렌드를 타지 않듯, 고의로 오래된 스타일을 혼합한 이 앨범도 트렌드를 타지 않는다. 서정적이지만 신나는, 신나지만 슬픈, 슬프지만 즐거운 한국인의 얼과 정이 묘하게 스며든 일렉트로닉 앨범이라는 모순 덩어리이지만 이것이 이 앨범을 표현한다. 그의 7년의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앨범은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고, 평단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더군다나 해외에서도 굉장히 고평가를 받았는데, 아마 우리나라에겐 정겹지만 세련된 앨범으로 다가올 테지만 해외에선 완전히 새롭게 느껴졌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오히려 그들에겐 우리와 달리 뽕짝에 대한 선입견이 없을 것이고 '뽕'을 더욱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DJ MAG은 이 앨범을 소닉 헤븐(소리의 천국)이라고 평가했고, 더 와이어는 아시아 전역에 영향이 있을 것을 예상했으며 더 가디언은 아까 말했듯 국제적 보물이라고 이 앨범을 평가했다. 필자 또한 이 재미있는 앨범을 아직까지는 2022년도에 발매된 앨범 중 가장 인상적인 앨범으로 꼽고 있다. 과연 250의 재능과 노력의 끝은 어디일까? 트렌드의 양쪽 끝에 있는 '뽕'과 '뉴진스', 힙합부터 가요까지 넓은 커버리지를 가진 그의 정규 1집 '뽕'은 앞으로의 그의 음악 활동을 너무나도 궁금하게 하는 이유이다.


https://youtu.be/aunbwaZ7Q1o

    뮤직비디오 또한 배우, 화가, 음악가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백현진의 열연과 독특한 영상미로 보스턴 국제 영화제, LA 인디 필름 영화제, 그리고 스웨덴 국제 영화제에 초청 상영되었다.

https://youtu.be/YJEwhAWdwCk


"서정적이지만 신나는, 신나지만 슬픈, 슬프지만 즐거운 한국인의 영혼이 묘하게 스며든 일렉트로닉 앨범이라는 모순 덩어리. 그러나 탁월한."


250 - 뽕. 9/10점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2911749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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