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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11. 2023

ODESZA - The Last Goodbye 소감

    한때 EDM에 굉장히 빠져있었던 적이 있다. 다만 Avicii의 사후 EDM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고, 다른 장르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자라났다. Avicii의 전성기였던 2011~2015년에 내 플레이리스트에 꼭 한자리 차지하고 있던 곡이 ODESZA(이하 오데자)의 'Say My Name'였다. 'Say My Name'은 필자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장르적 편향성을 없애는데 큰 도움을 준 고마운 트랙이었다. 'In Return'이라는 앨범에 수록된 곡이었는데, 이 앨범으로 대중에게 이름 알린 오데자는 부드럽고 따뜻한 사운드에 그렇지 않은 화려한 리듬과 독특한 곡의 구성. 한마디로 장르를 특정할 수 없는 아주 특이한 앨범이었다. 


    당시 일렉트로니카 씬은 누가누가 특별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지가 실력의 추세였다. 컴플렉스드트로, 퓨처 베이스, 퓨처 하우스와 같은 장르들이 대세였고, 나이트코어와 같은 언더의 음악들도 서서히 오버그라운드로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당시에 Avicii의 'Wake Me Up'과 같은 트랙의 뛰어난 판매량 이후 EDM 씬은 오데자와 'kygo'의 출현으로 완전히 다른 성향으로 돌아섰다.  그 중심에 있던 오데자는 사실 라이브 DJ이라기보단 밴드의 구성으로 라이브에 힘을 실었기에, EDM 씬에 있다기보단 발을 걸치고 있는 존재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앨범은 EDM의 주목을 받았고, 대중과 리스너 모두에게 실력과 독창성을 확실히 입증받은 오데자는 필자의 기억에도 오래 남아있었다. 


    그들의 데뷔 앨범은 'Summer's Gone'이지만 그들이 이름을 알리고 씬을 뒤집어엎은 In Return을 출발점으로 잡고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빌보드와 US 차트에서 굉장히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Cash Cash와 같이 아티스트의 원래 성격을 완전히 탈피한 2집이 아닌 본인들의 스타일을 갈고닦고 고수하여 만들어낸 In Return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샘플링임을 알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샘플링 구성 능력과, 그것으로 만들어낸 화려한 리듬은 아날로그적, 언플러그드적 음악을 주류로 하는 오데자가 이전의 EDM들 사이에서도 화려하게 보이는 특이성을 확보해 주었다. 다만 그다음으로 나왔던 3집 'A Moment Apart'는 개인적으로 내 취향은 아니었다. 오데자의 사운드 능력은 그대로였으나, 일렉트로닉 느낌을 강하게 주던 기술적 사운드를 탈피하고, 팝에 가까운 성향과 아날로그적인 사운드의 비중을 훨씬 늘렸다. 웅장한 사운드 구성과 따뜻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는 정말 좋다고 생각했으나, In Return에서 느낀 복잡함에서 오는 감탄은 없었다. 오데자 또한 이 이후로 대중적으로 성공한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들의 수순을 밟을 줄 알았다. 그저 예전 트랙들의 자기 복제 정도에 그칠 줄 알았으나,  이후에 나온 'Loyal'이라는 싱글에서 다시 한번 놀랐다. Say My Name보다 더 많이 들은 트랙이 'Loyal'이었다. 3집은 꽤 아쉽게 들었고, 오데자에 대한 기대감을 꺼뜨려버렸지만 Loyal 통해 필자에게 다시 비집고 들어온 오데자는 3집 이후 한참의 시간이 흘러 드디어 돌아왔다.

    2022년 7월 22일에 나온 오데자의 새로운 앨범 'The Last Goodbye'는 오데자의 완성 그 자체다. 개인적으로 점수나 차트 순위를 읊는 것은 좋아하는 평가 방식은 아니지만 아이튠즈 US 앨범 차트 1위(월드 와이드 기준으론 2위)에 오르는데 하루가 체 들지 않았고, 오데자의 화력은 여전함을 보여주었다. 역대 오데자의 앨범 스타일이 모두 녹아있고, 4집까지 오면서 그들이 보여주었던 다양한 변화들이 집대성되어 있다. 'A Monent Apart'가 아쉬웠던 나에겐 보충된 완성된 사운드였고, 'In Return'을 좋게 들었던 나에겐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앨범이다. 이제 그들은 뛰어난 EDM 아티스트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뛰어난 예술가가 되었고, ODESZA Like, 혹은 ODESZA House라는 새로운 세부 장르를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갈수록 옅어졌던 일렉트로닉한 사운드가 더욱 완성되어서 앨범의 핵심을 파고들었고, 갈수록 완성도 높아졌던 아날로그하고 따스한 사운드는 앨범을 받혀주는 든든한 기반이 되었다. 리드 싱글인 'The Last Goodbye'부터 이러한 성향이 굉장히 강하다. 또한 이러한 두 가지 장점을 트랙 리스트 구성으로도 체감시켜준다.


1. This Version of You (Ft. Julianna Barwick)

2. Wide Awake (Ft. Charlie Houston)

3. Love Letter (Ft. The Knocks)

4. Behind the Sun

5. Forgive Me (Ft. Izzy Bizu)

6. North Garden

7. Better Now (Ft. MARO)

8. The Last Goodbye (Ft. Bettye LaVette)

9. All My Life

10. Equal (Ft. Låpsley)

11. Healing Grid

12. I Can’t Sleep

13. Light of Day (Feat. Ólafur Arnalds)


    분량도 약 50분의 플레이 타임으로 기다렸던 앨범으로써 충분한 길이를 가지고 있다. 선술 했던 트랙 리스트로 보여주는 앨범적 구성이 굉장히 탁월하고 재밌다. 전부터 오데자는 앨범 구성에 굉장히 신경을 썼는데, 이번 앨범은 사운드적으로 3가지로 나뉘며 가사적으로도 두 가지로 나뉜다.


    1번, 2번, 3번, 4번 트랙으로 데뷔 초부터 In Return, 그리고 Loyal과 같은 오데자만이 구성 가능한 특이한 사운드 구성과 아날로그, 언플러그드 사운드임에도 화려하고 변칙적인 음악 스타일에 또 비트는 트립 합과 트랩 같은 특이한 사운드로 모두 구성되어 있다. 인트로 역할을 하는 1번 트랙 이후로 이러한 구성을 따라가다 5번 트랙인 Forgive Me부터 사운드가 살짝 달라진다.


https://youtu.be/43HOnc3nZ5s

Royal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었다. 이런 사운드를 뭐라고 해야 할까? 장르는?

    

    하지만 5번 트랙을 시작으로 오데자가 'A Monent Apart'에서 보여주었던 오데자식 팝을 보여준다. 오데자의 사운드가 부드럽게 깔리고 그들이 샘플링 아티스트였던 시절부터 탁월하게 다뤘던 보컬 배치가 인상적이었고, 리드 싱글 'The Last Goodbye'에선 그들 특유의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까지 개입하여 두 가지 스타일이 하나로 합쳐진다. 타이틀이 앨범 중간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납득이 될 법한 즐거운 사운드 구성이다.


https://youtu.be/VcB2MgNi8_E

https://youtu.be/iLKoiq6Su-8

    오데자식 팝 음악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스타일의 완성이지 않을까? 또한 'The Last Goodbye'의 후반부로 갈수록 바뀌는 음악의 중심은 앨범의 후반부에 대한 암시로써, 트립 합과 일렉트로니카적인 사운드가 주류가 됨을 알린다. 


    9번 트랙 'All My Life'부턴 진정한 The Last Goodye의 앨범 컬러가 되는 듯하다. 오데자가 해왔던 음악들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완전해짐을 이전 트랙들을 통해 보여주고, 이전의 팬들을 납득시키고 앨범의 후반부에서 오데자가 향하고 있는 음악을 보여준다. 앰비언트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는 All My Life는 오데자답게 구성으로 앰비언트 장르와 늘 따라다니는 지루하다는 평가를 탈피하려 든다. 화려한 앰비언트라는 모순적인 단어가 이 음악에선 말이 되지 않을까? Equal과 I Can't Sleep이 비슷한 사운드와 비슷한 느낌으로 묶여있고,


https://youtu.be/Egk-QdVSuso


 All My Life와 Healing Grid가 오데자 앰비언트로 묶여있다. 


https://youtu.be/46toI-ZUGDg


    다만 이것이 9번, 11번과 10번, 12번으로 교차로 배치되어 있어, 앰비언트의 장르적 한계인 지루함과 일렉트로닉 트립 합의 본질적 한계인 피곤함을 해소시켜준다. 물론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데 오데자 특유의 아름답고 따스한 사운드도 탁월한 위치에 있다. 또한 이러한 모든 후반부 트랙은 마지막 트랙인 13번, 'Light Of Day'로 향하고 있다는 빌드업의 느낌을 강하게 준다. 'Light Of Day'야말로 A Momnet Apart라는 앨범이 전달하고 싶었던 사운드의 완성이자 'The Last Goodbye'라는 앨범의 사랑 가사의 새로운 챕터이지 않을까? 글 초반부에 말했던 가사적으로 두 가지 주제가 있다는 것이 이 노래에서 드러난다. 중간에 끼인 타이틀을 중심으로 노래들이 제목 다운 이별에 대한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앨범이 후반부로 가고 격정적이게 되며 Light Of Day에서 새로운 사랑의 등장을 암시하고 있다. 필자는 그렇게 받아들였지만, 어떠한 인간적, 감성적 성장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https://youtu.be/_U9WURgOtf0


    물론 이 앨범에도 아쉬운 점은 분명 존재한다. In Return에서 머무른 그저 그런 앨범 아트 따위가 아니라, 오데자의 음악 자체의 한계를 말하는 것이다. 오데자만이 추구할 수 있는 음악은 반대로, 그 밖의 것은 전혀 얻을 수 없다는 것인데 언젠가 오데자의 사운드마저도 바뀌어야 할 만큼 시간이 흐른다면 그들은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로 갈아엎어야 한다.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후에 바뀔 새로운 스타일을 알 수는 없으나, 이 앨범에서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오데자는 늘 서정적인 주제로 아름다운 음악을 해왔는데, 그들은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주제나 사운드를 아직은 시도한 적이 없고 (물론 Loyal은 정말 감동이었다), 다음에 나올 음악에선 새로운 주제와 새로운 사운드와 그것들을 합친 새로운 스타일도 시도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오데자 스타일의 완성은 칭찬이 될 수도 있지만 스펙트럼을 기준으로 보면 장점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은 분명히 최소한 수작 이상이다(명반의 판단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니 접어두자). 그렇다면 과연 이 앨범이 댄스 앨범에 분류에서 차트에 올라야 할까? 팝으로 올라야 할까? 혹은 제3의 장르여야 할까? 명확한 답은 내릴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오데자가 들려주고 싶은 음악의 집대성이고, 음악성과 대중성을 둘 다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의 감탄할 만한 결과물이다. 오데자는 데뷔 때부터 원석보단 보석이었다. 모든 앨범이 서로 다른 보석이었다. 내 취향인 보석이 있고, 그렇지 않은 보석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석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The Last Goodbye는 보석보단 그들이 모인 아름다운 장신구다. 익숙한 사운드와 새로운 사운드, 익숙한 진행과 새로운 구성이 합쳐져 듣기에 거부감 없는 익숙함과, 새로운 음악만이 줄 수 있는 참신함을 모두 전달한 이 앨범은 현재까진 일렉트로니카 씬에서 독보적인 입지이다. 그들이 스스로 이 앨범을 넘는 앨범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면, 명반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다른 일렉트로닉으로 흔한 일렉트로닉을 지배하는 오데자의 정수, 이 앨범을 넘을 앨범은 오데자의 손에서만 나올 것."


ODESZA - The Last Goodbye. 8/10점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2895631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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