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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11. 2023

장기하와 얼굴들 - mono 소감

    장얼이 해체되며 세상에 남긴 5장의 앨범이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인디에서 가장 성공한 밴드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그들의 마지막 앨범이자, 가장 멋지게 밴드를 마무리하는 방법으로 내놓은 [mono]에 대해 알아보자.


    장얼은 꾸준히 실생활 밀착형 가사와 친숙하게 정감을 자극하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었다. 모던 록을 기반으로 한 인디 사운드 위에 [싸구려 커피]와 같은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고루한 일상들을 재밌게 풀어내는 장얼은 이 앨범을 자신들의 최고로 이야기하며 내놓았다. 10년간의 긴 여정의 마무리를 어떻게 보여주었을까?

    앨범 자체는 늘 장얼이 주안점에 두던 모던 록과 뉴 웨이브가 뒤섞인 뻔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사운드이다. 타이틀인 [그건 네 생각이고]를 비롯해, 다양한 수록곡들이 듣자마자 장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하다. 그러나 마치 갤럭시 Z Flip 3에서 4로의 전환처럼, 전반적으로 4집까지의 요소들을 비벼 넣었으나 더욱 잘 다듬어져 식상하거나 모자라다는 느낌을 주진 않는다. 이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타이틀이라고 생각하는 [나 혼자]와 [거절할 거야]처럼 너무나도 장얼인 사운드로 도배 되어있으나, 인디의 느낌을 벗어내고 더욱 완성도 있고 담백하게 담아냈다. 그러나 인디의 감성은 잃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멸종에 가까운 메이저 밴드들은 가져갈 수 없는 쌈마이함과 동네 감성을 가사와 장기하 특유의 창법으로 녹여냈다. 특히 필자는 장얼의 음악에서 가사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니 생각이고]에서 가사의 장점이 확실히 드러난다. 누구나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시원하게 뱉어낸 듯하면서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것들 재미있게 풀어냈다. 재미있는 가사를 받치고 있는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앨범 소개에는 Juno-106이라고 한다)와 스마트폰 앱(Vogel CMI Pro를 구매해서 사용했다고 한다)을 적당히 섞어 재미있는 사운드와 인디스러움을 동시에 챙기는 음악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을 의도했다면 무서우리만치 치밀하게 짜인 재미이고, 의도하지 않고 벌어진 일이라면 그들이 얼마나 음악을 즐겁게 만드는지 혹은 얼마나 천재성이 끓어오르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보통 정규 앨범을 준비한다면 과하게 묵직해져 부담스러워지거나 유기성을 해친다거나 초심을 잃어 팬들이 원하던 사운드가 아닌 음악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장얼은 그렇지 않았다.

    [거절할 거야]라는 트랙은 초창기 장얼과 같은 인상을 많이 받았다. 거절을 한 것이 아니라 거절할 거야 하는 귀엽게 찌질한 소망이 담긴 가사와 특유의 아저씨스러운 감성이 가득 찬 트랙이 후에 나올 트랙인 [나와의 채팅]과 사운드적으로도 이어져 아주 즐겁게 다가온다. 이 앨범 전체의 특징이기도 하면서 장얼 음악 자체의 특징인데, 장얼의 음악은 대부분 생활 밀착형 가사를 다루고, 비슷하면서도 세부적으론 다른 사운드를 사용하여 들어본 듯하지만 새로운 노래이기 때문에, 가사나 사운드와는 별개로 음악이 계속 웃음을 자아내고 공감을 통해 웃게 만들고 실소를 자아내며 재미있는 경험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베이스 솔로를 잘라 붙여 짜깁기를 하거나, 멜로트론을 사용하거나, 2010년대에 모노로 녹음하는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시도를 한다.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사운드를 만드는 데 다 다른 방법이 가미된 것도 이 앨범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일 것이다.

    아까 말한 뉴 웨이브 락에서 보이는 재미있는 시도들은 [초심]의 후반부에 샘플링을 활용해 음악을 EDM처럼 끌고 간다던가, [아무도 필요 없다]에서 보컬 두 개를 합쳐서 거친 조화를 만들어낸다던가, [나란히 나란히]에서 통화 녹음을 활용해 음악을 만드는 등 인디에서 가능한 재미있는 방식을 메이저 하게 끌고 오는 시도가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새로운 시도에만 집착해서 앨범의 완성도나 큰 그림이 어그러지는 경우도 더러 있으나, 마지막 앨범인 만큼 굉장히 신경 써서 제작된 것 같다.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밴드의 이미지 때문인지, 그저 자기들끼리 떠들다가 재밌게 놀면서 만들어진 음악 같은 인상을 주고, 또 그런 재미를 음악 곳곳에 배치해 놓았음에도 숨길 수 없는 완성도와 노련미의 반전이 이 앨범, 아니 장얼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서 느껴지는 것이 매력이다. 물론 팬으로서 이 밴드가 해체되는 것이 당연히 달갑지는 않지만, 억지로 이어가며 점점 폼이 떨어지는 것을 보기보다 박수칠때 떠나라는 격언처럼 해체되는 것이 오히려 멋지고 오히려 장얼답다는 생각도 든다. 요약하자면 앨범 소개에서 스스로 밴드로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앨범이라고 선언할 정도로 잘 나온 앨범이라는 것은 맞는다는 것 총평이다.

https://youtu.be/GlUi3AOjLcU


"장기하의 얼굴들과의 아름다운 작별"

장기하와 얼굴들 - mono. 8/10점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2984897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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