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나 - Love War 소감
최예나는 아이즈원 활동을 마무리하고 솔로 데뷔를 한 뒤 두 장의 미니 앨범을 통해 성과를 보여주었고, 나름의 입지와 장르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 솔로 데뷔의 시작을 알린 첫 번째 앨범 [SMiLEY]는 최예나와 잘 어울리는 스타일과 음악성, 수록곡 타이틀곡 모두 기준 이상의 수작들을 수록하며 개인적인 만족과, 차후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냈다. 이는 필자뿐만 아니라 차트에서도 증명이 되었고, 이 분위기는 2집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2집도 좋게 말하면 예나스럽고, 즐거운 앨범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뻔하고 너무나도 예나가 할 것 같았다. 타이틀곡이 너무 뻔하고 예상 가능한 수준으로 이어졌고, 곡의 완성도를 차치하고 진부하게 느껴졌다. 물론 미니 2집에서도 수록곡 몇 가지는 괜찮다고 생각했으나, 딱 괜찮다 수준으로 끝났다. 필자는 차트 성적이나 방송사 성과를 크게 신경 쓰진 않지만 대중적인 관심과 성공을 판별하는 데는 꽤 괜찮은 지표라고 생각하는데, 2집 [SMARTPHONE]은 대중의 평가와 필자의 평가가 정확히 일치했던 듯하다. 모든 면에서 1집보다 떨어지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1집에서 나름 지구미라고 할 만큼 예나에게 빠져들었던 나에겐 당연히 다음 음악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내부 사정은 알 수가 없으나, 수익적인 측면에서 2집의 흥망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은 우리가 아닌 회사일 것이다. 정황상 2집이 1집에 비해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고, 누구보다 그 차이를 상세하게 알고 있을 회사가 다음에 준비시킬 곡은 이런저런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두 장의 앨범을 통해 만들어진 최예나의 이미지를 그대로 밀고 가려면 곡이 압도적으로 좋은 게 아니라면 스마트폰 Mk.2가 되며 더욱 진부하고 재미없는 구성이 될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이미지 탈피를 하게 된다면 도박 수이긴 해도 스마일리의 그늘을 벗어나 아티스트적인 스펙트럼을 더욱 확장할 수 있다.
이번 앨범은 그런 관점에서 후자를 택한 것 같다. 컨셉 사진과 선공개된 티저부터 확 뒤바뀐 것을 보여주었다. 서정적인 R&B 앨범으로 돌아온 최예나의 [Love War]는 이런저런 부분에서 이전과의 차이를 주려고 했던 것이 느껴진다. 첫째 모든 장르가 바뀌었다. 2집의 마지막 트랙이나 1집의 첫 번째 트랙처럼 최예나가 발라드를 부른 적은 이전에도 있으나, 앨범 전체의 메인을 R&B/소울로 발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즈원에도 보여주지 않았던 장르인 만큼 신선한 시도로 보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미니 3집이 아닌 싱글 1집이라는 것이다. 아이돌에게 미니 혹은 싱글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으나, 어떤 이유에선지 싱글 1집으로 내며 곡의 개수도 줄였다. 세 번째로는 음방을 하지 않는다. 아이돌로써 음방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이번에 예나는 하지 않는다.
과연 이런 차이를 통해 예나가 얻게 된 것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별로라는 인상이다. 다양한 방면에서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 별로라는 의미는 기대치에 부흥하지 못했고, 어떤 뛰어난 점을 찾기가 힘들고, 이해하기 힘든 점들이 몇 가지 있다는 뜻이다. 일단 최예나는 근본부터 아이즈원의 팬덤을 등에 업고 있고, 1집을 아주 성공적으로 내며 가요계에 나름의 입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번에 낸 [Love War]는 장르적으로 변화한 것까진 새로울 수 있으나, 그 장르가 너무나도 흔하고 식상하다. 굳이 아이돌이 아니라도, 유튜브나 사운드 클라우드처럼 아마추어 한 곳부터 메이저 한 음원 사이트에도 널리고 널려서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사랑을 주제로 한 서정적인 R&B다. 그에 비해 어떤 음악적인 새로운 시도나 실험적인 면이 단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돌이 타이틀곡에선 흔히 말하는 '정배'에 해당하는 대중적으로 실패하기 힘든 시도를 하고, 수록곡에선 프로듀서에 따라 이런저런 재미있는 시도들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수록곡 [Wash Away] 또한 너무나도 평범하고 뻔하다. 예나 특유의 음색과 음악의 궁합은 괜찮은 것 같지만, 딱 그 정도에서 끝이다. 예나의 음색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널리고 널렸고, 음색 하나로만 밀고 가기엔 그 정도로 특별하진 않다. 또한 노래 실력에서 나오는 최소한의 장점조차 너무나도 식상한 노래에 묻히고야 만다. 기대치에 부흥하긴커녕 대체 무슨 전략으로 이런 앨범이 나오게 된 건지 궁금해진다. 이런 갖가지 의문은 타이틀 [Love War]에서 더욱 많아진다. 전주와 프리 코러스까지는 새로운 색깔과 꽤 괜찮은 음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후렴구부터 굉장히 뻔하고 널리고 널린 노래가 되어버렸다. 거기다가 비오(BE'O)를 피처링으로 사용했다. 쇼미더머니 이후로 몸값을 계속 높이고 있는 비오의 피처링은 그래도 곡에 새로운 환기가 되어줄 것 같았으나, 프로듀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는 괴상한 필터가 먼저 귀를 덮치고, 아무런 특이점 없는 뻔하고 재미없는 전형적인 랩이 이어지며 귀를 의심하게 되었다. 일단 비오 특유의 중성적이게 아름다운 미성은 다 어디 갖다 버리고 이해할 수 없는 이팩터와 필터로 망쳐버리는 것은 물론이요, 랩적으로도 너무 뻔하디 뻔해 재미없다. 그 자체로도 지루하고 평범한 곡이었을 곡에 납득되지 않는 기묘한 랩을 얹으며 대체 이 음악이 어떻게 컨펌이 났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해지는 음악이었다.
음악적으로 굉장히 실망한 것을 뒤로하고, 도대체 이 앨범의 전략적 위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야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의구심만 남기 때문이리라. 일단 정황으로 추측했을 때 일종의 빅-리틀 전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든다. 여름, 즉 성수기에 모든 여력과 예산을 쏟아부어 음악을 낸 뒤 각종 음악방송과 행사 등을 진행하고 비수기인 연말~연초 시즌을 적당한 곡으로 팬 서비스와 동시에 소소한 음원 수익과 시장에서 잊히지 않는 것을 동시에 노리는 게 아닐까 한다. 대중음악 시장에서 아이돌이라면 양질의 곡을 자주 내며 얼굴도장을 찍는 것이 중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앨범과 그 전략을 생각해 보았을 때,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적당하게 차분한 곡으로 소소한 음원 수익을 내기엔 너무 노래가 평범하다 못해 진부하다. 아이즈원 팬덤이 근간에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수익의 하한선은 있겠지만, 오로지 팬덤만을 위한 노래를 내는 것에는 한계도 있을뿐더러 아티스트가 그래서는 안된다. 또한 시장에서 잊히지 않는 성수기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에도 너무나도 잊히기 쉬운 널리고 널린 음악에 파격적인 랩이 얹어진 맛없는 앨범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다른 전략으론 최예나의 아티스트 화가 아닐까 싶다. 솔로 아이돌이 아닌 솔로 가수로 나아가며 더욱 스펙트럼을 넓혀 마치 아이유와 같은 포지션을 잡고 싶은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해보았으나, 그렇다면 더더욱 곡에 신경 쓰고 더더욱 알찬 구성으로 돌아왔어야 했다. 미니 1,2집 보다 곡 수는 줄이고, 곡의 완성도나 퀄리티도 줄이고, 음방도 하지 않으며 뮤직비디오의 단순한 규모마저도 줄어들어서 여러 곳에서 아끼고 줄인 앨범이 도대체 어떻게 아티스트로 인정받을 수 있단 말인가? 개인적인 최예나에 대한 호감의 크기만큼 의구심과 슬픔이 생겼다. 기획사의 소속 가수인 만큼 100% 최예나의 의견으로 제작된 앨범이 아닐 테고, 중간에 다른 의견도 많이 있었을 텐데 왜 이 정도 수준으로 밖에 앨범이 나왔는가 이해하기 힘들다. 앨범 소개에 적힌 최예나의 작곡, 작사 참여를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기획사의 변명거리가 아닌가 나쁜 추측이 생길 정도로 앨범이 아쉽다.
"앨범의 모자란 완성도와 볼륨을 수많은 의구심과 불만으로 채운 웃기는 앨범."
최예나 - Love War. 2.5/10점
ps. 최예나가 예쁘다..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29873677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