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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11. 2023

STAYC의 아쉬운 음악에 대해 짧은 생각

    STAYC(이하 스테이씨)는 범람하는 걸그룹들의 전쟁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신인 중 하나이다. 이는 필자가 생각하는 아이돌에 필요한 요건을 잘 충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아이돌 개인의 실력이 있어야 하고, 적절한 마케팅과 좋은 곡의 삼박자가 이루어져야 아이돌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좋은 곡'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아이돌이기 이전에 음악가이고, 음악가이기 이전에 예술가라면 당연한 것이다. 아이돌 시장이 커지며 아이돌들은 모두 다변화되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가수라면, 그 근본이 가수에 있다면 당연히 음악이 좋아야 한다. 퍼포먼스, 멤버들의 매력, 예능감 등 연예계에 정착하기에는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지만, 그중 최고가 음악이라는 뜻이다. 음악이 좋다면 잊힌 아이돌들도 얼마든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롤린 열풍을 가져온 브레이브걸스가 대표적이다. 그 이후 브레이브걸스가 다시 원래 자리를 찾아간 것은 후속 트랙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소속사가 일을 못했다느니, 아이돌 생활을 다시 이어가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느니 이런저런 이유들이 튀어나오지만, 결국 롤린만큼 좋은 노래가 또 나온다면 문제 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에서 스테이씨를 꼭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었다. 


    필자가 어떤 아이돌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감점 요소로 작동하는 것은 너무 과한 세계관과 너무 많은 멤버가 있다. 너무 과한 세계관은 장사에는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으나, 억지스럽고 과한 콘셉트로 앨범이 점철되어 가사도 이해불가에 뮤직비디오도 싸구려 SF 영화처럼 만들어진다. 더불어 대부분은 그런 세계관이 딱히 새롭다거나 재미가 있지도 않으며, 설사 재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미디어 믹스로 전개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고생을 감수하고 연구를 하지 않는 다음에야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너무 많은 멤버도 좋지 한다. 퍼포먼스 적으로는 좋을지 모르겠으나, 차라리 댄서를 늘리는 게 낫지 않나 싶다. 너무 많은 멤버는 음악적으로 정신 사나우며, 개개인의 음색과 창법을 알기 너무나도 어렵게 한다. 너무 많은 파트 분배로 일부는 3~4분짜리 노래에서 고작 몇 초 부르는 게 다일 정도이다. 또한 훅이 혹은 코러스가 대부분 때창의 형태로 녹음되기 때문에 음악적으로도 굉장히 제한된다.


    스테이씨는 이러한 관점에서 굉장히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좋은 음악, 적당한 멤버 수, 괴상한 세계관이 없다. 그렇다면 스테이씨가 결국엔 이 걸그룹 전쟁을 끝장내고 정상에 오를까? 이 질문에 필자는 고개를 끄덕일 수만은 없다. 이는 음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음악이라고 말해놓고 왜 이를 번복하는 것일까? 번복이 아니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스테이씨의 음악에 대해 더 할 말이 있다.


    스테이씨의 음악은 대부분 '블랙아이드필승'이 작곡한다. 애초에 소속사 자체가 블랙아이드필승이 세운 회사이다. 스테이씨의 음악은 대부분 아주 케이팝이다. 블랙아이드필승은 씨스타의 '터치 마이 바디', 트와이스의 'CHEER UP' 등 대중적으로 아주 잘 먹히는 음악을 만든다. 결코 나쁜 음악들이 아니다. 그러나 스테이씨의 음악은 유독 아쉽다. 이는 완성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처음에 스테이씨 음악을 접했을 땐, 노래가 전반적으로 좋은데 구성과 편곡이 아쉽다고 생각했다. 코러스는 좋으나, 그전의 브리지와 프리코러스가 촌스럽다거나, 전반적으로 다 좋으나 코러스가 촌스럽다던가, 다 좋은데 노래가 너무 짧다거나, 급하게 끝낸 듯한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대부분 스테이씨를 [ASAP]을 통해 알게 되었을 것이다. ASAP도 전반적으로 틴 에이저, 틴프레시 장르답게 통통 튀고 귀여운 사운드와 귀를 사로잡는 중독성이 있다. 그러나 그 외의 모든 것이 "글쎄 올 시다"이다. 다들 꾹꾹이 춤 챌린지로 기억하는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진부할 정도로 평범하다. 그 뒤에 공개된 색안경도 그러하다. [RUN2U]나 [POPPY] 등을 들어보면, 음악 시장적으로도 꽤 괜찮게 들을 수 있는 사운드들도 앨범에 조금씩 포함되어 있다. 드릴에서나 쓰일 법한 808 글라이드가 수록곡에 있다거나, 특이한 신스 사운드를 예로 들 수 있다. [RUN@U]가 그런 점이 가장 두드러졌다. 구성도 특이하고 노래도 재밌었다. 그러나 스테이씨의 노래는 전반적으로 아쉬운 맛이 느껴진다. 충분히 좋은 노래인데 아직 덜 완성된, 덜 무르익은 상태로 나왔다는 느낌이 강하다. "훅을 한 번만 더 했더라면...", "조금만 더 진보적인 사운드를 썼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촌스러울 수도 있는 정석 케이팝을 탈피하려고 엄청 애는 썼는데, 뭔가..."와 같은 생각이 계속 든다.


    그러던 와중 깨달은 것은, 소속사가 이것을 노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만약 일부러 아쉽게 만드는 거 라면? 블랙아이드필승의 음악을 돌이켜보면, 이런 느낌은 흔치 않았다. 씨스타, 트와이스, 청하의 노래를 들었을 때 이런 인상은 딱히 없었다. 정말 괜찮을 수 있었는데 작은 점이 너무 아쉬워서 계속 듣게 되었던 스테이씨의 음악은 그런 식으로 계속 들리게 되는 것이다. 음악을 코러스만 듣거나, 챌린지로만 찾아듣는 사람을 위해 적절한 킬링 포인트를 몇 가지 두고, 필자처럼 지독하게 음악을 파고들어 이러니저러니 평가질을 하는 사람들에겐 다음 음악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는 게 전략이라면? 그렇다면 스테이씨의 음악은 아주 지능적으로 짜여 있다는 말이 된다. 스테이씨 음악의 아쉬운 점을 나열하다가 하루 전체를 보낸 날도 있을 정도이다. 약간 부족한 게 더 좋다고 했던가, 스테이씨 음악이 딱 그렇다. 급하게 일찍 끝낸 듯한 음악은 아쉬워서 한 번 더 듣게 된다. 당장 ASAP도 꾹꾹이 춤이 나오는 킬링 파트가 좋아서 또다시 곡을 듣고야 말게 만든다. 이 의도된 아쉬움이 스테이씨의 포인트인 것이다.


    그러나 왜 음악계를 평정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의도된 아쉬움 때문에 음악적인 가치가 조금씩 깎인다. 듣기만 해도 만족스러운 곡 자체로써도 완벽하면서, 음악적인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로 가득 찬 곡을 대중에게도 먹히게 만드는 능력은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의도한 아쉬움을 내포한 것일지도 모른다. 음악에 비교는 의미 없다만 뉴진스나 르세라핌의 노래가 그렇다. 사운드적으로, 음악적으로 완성되어 있으면서도, 트렌드에 올라탔다. 그럼에도 대중적으로 대박이 났다.


    스테이씨는 자리 잡은 것 그 자체에 만족하고, 지금의 수준의 곡으로 활동해도 충분히 성공했고, 충분히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컴백 소식만으로도 음악계가 뒤집어지고, 다른 걸그룹이 긴장하고, 음악적으로도 인정을 받으려면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의도된 아쉬움이 아닌 그냥 좋은 곡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너무 케이팝인 음악에 약간의 신선함만 덧댄 것으로 아이돌 판을 평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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