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억을 벌면 그걸로 뭘 하겠니?”
캐나다 원어민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농담으로 응수했다.
“호떡을 사 먹겠어요.”
“정말?”
선생님은 다시 한번 되물었다. 나는 자세히 부언하고 싶었지만, 영어 회화로 그걸 설명할 정도의 실력은 되지 못했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선생님은 내가 자신의 질문을 오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회화 시험을 짧게 끝났다. 옆에 있던 친구는 무난하게 답한 듯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그만 교실로 들어가 대기하고 있으라고 했고, 무언가를 기재하기 시작했다.
나는 뭐라도 변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돌아서서
패잔병처럼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다시 돌아가
1억으로 호떡을 사먹겠다는 건
순전히 농담이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싶었을 뿐이다.
그렇게 ‘미’를 맞았다. 회화 시험에는 보통 ‘수’를 맞는 것이라 ‘미’는 상당히 낮은 점수를 의미했다.
사실 ‘양’과 ‘가’도 없었다. 상당히 낮은 점수가 아니라
최하 등급이라 할 수 있었다.
몇 명은 상대 평가 탓에
그 등급을 받았으리라.
낙제점이나 다를 바 없는
점수를.
대학 시절
혜화역에 내릴 때면
고등학교 때
회화역이 떠올랐다.
1억으로
호떡을
사먹는,
호떡 하나에
2천만 원쯤 하는
곳처럼.
엉뚱한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