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이며

미니픽션

by 희원이

♬ 내성적인 슬픔이 몸치에 박치처럼 드러나서 (*)

내- 성적인 슬픔이


몸- 치에 박치처럼 드러나서

에- 잔하다가도


흐- 릿해진다.

르- 맹가리의

는- 필명 목록처럼


너- 는 나일 수도 있고

의- 쩌면 내가 너일 수도 있다.


피- 곤하여서


꿈- 꾸지도 못한

을- 의 삶이라 자책하여도


꿨- 던 돈을 갚는 순간엔 행복하다.

을- 매나 서러웠던지


뿐- 질러버리고 싶던 관계를

인- 지상정이라며

데- 우고 식히기를 반복한다.


난- 롯가에 앉아서 끓는 물을 바라보며


이- 정도면 잘 살았다 싶다.

제- 명에 못 살지 싶었던 나날은 어느덧 길 뒤로


없- 어지고

어- 휘들이 늘었다. 회사 바깥의 언어들은


프- 리하게 드나들고

리- 성적으로 세웠던 계획을 하나씩 허문다.

다- 이루지 못했다, 되뇌며 웃었다.





√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이며

작은 원룸 한구석, 낡은 주전자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물이 끓는 소리는

조용한 심장의 마지막 박동 같았다.

희주는 그 앞에 앉아 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그 물을 바라보며

시간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 정도면 잘 살았지,’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끓는 물처럼 계속 달아오르기만 하면 터져버릴 거야.”

희주는 물이 조금씩 증발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 광경이 보이지 않았지만, 오래 끓은 물의 양이 주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물이 증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의 하루는 반복되는 피로와 희망의 얕은 경계에서 시작해, 지쳐가는 늦은 밤으로 끝나곤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 물이 끓어오를 때마다, 잠시 자신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었다.

뜨겁게 끓어오르는 물은 그녀에게서 지나간 나날들을

떠오르게 했다.


대학 졸업 후 고향을 떠나온 날의 떨림,

첫 직장에서 부딪힌 잔혹한 현실,

사랑이라 믿었던 관계의 끝자락에서 느낀 깊은 배신.

막차를 타고 퇴근하던 밤,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이 입 안 가득 퍼질 때 느껴졌던 작은 위안.

친구와 나눈 짧은 통화 속 따뜻한 목소리.


그러나 그런 기억 속에서도 그녀는

작은 행복을 찾았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그런 순간들을

기다리는 건지도 몰랐다.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까?”


생각했다. 삶은 그렇게 끓어오르고

식어가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너무 뜨거울 때는 식혀주고,

너무 차가울 때는 다시 불을 지펴주는.


물이 거의 다 끓어올랐다. 희주는

주전자 손잡이를 잡고 컵에 물을 따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리고 궁금한 것들에 관하여 어떠한 대답 없이도 알 수 있는 것들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내일도 주전자를 보며 물을 끓일 것이었다. 차를 마시기 위해.





(*) 뮤지컬 <프리다> 포스터 문구, 세로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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