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는 석 달 고생하고, 석 달 드러눕는다

에세이

by 희원이

이 말은 내 말은 아니다.

트위터리안 중에서 누군가 했던 말인데

솔직히 누군지 몰라서 이름을 적지는 못했다.

그러니 그분이 있다면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이라고 하시면 된다.

2023년 겨울쯤이었으니까, 그분보다 먼저 말씀하신 분이 있다면 자신이 처음 말한 것이라 하면 된다.

돌고 도는 말이라면, 돌고 도는 말이라고 하면 된다.


어쨌든 이 말을 보고는

프리랜서의 삶은 예측할 수 없는 일의 흐름 속에 휘둘리며 살아가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일이 없을 때는 사방에서 씨가 마른 것처럼 조용하다가도,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일이 몰려온다.


일이 밀려들면 기쁘다기보다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정신없이 바쁜 나날 속에서 마감거리는 쌓여가고, 한숨 돌릴 틈도 없이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소화해낸다.


물론 일을 적당히 하고 소소한 생활에 만족하는 프리랜서도 있지만, 많은 이들은 급작스럽게 몰려온 일거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눈앞에 놓인 기회에

손을 뻗지 않으면

언제

다시

비슷한 기회가 찾아올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놓치면 다시는 이곳에서는 일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되도록 일감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쳐버리기 일쑤다.


일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새 골병이 들 지경에 이르지만

일을 거절하면 다음에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발목을 잡는다.

그렇게 끊임없이 일에 휘둘리다 보면


프리랜서의 삶은 ‘석 달 고생하고 석 달 드러눕는’ 패턴으로 흘러가게 된다.

한동안은 일에 파묻혀 바쁘게 일하고,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다음에는

석 달을 누워 회복에 몰두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교정교열 일을 쏟아지듯 받은 적이 있는데, 그러다가 정작

원래 거래하던 곳의 업무도 소화 못하는 지경이 이른 적이 있다.


홍수에 떠내려가는 일거리를 붙들고 허우적대다 보면

노아처럼 착실히 방주 시스템이라도 만들어놓을 걸 그랬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집중할 때는 몰랐는데, 석 달 동안 많은 일을 처리하고 나자,

일이 거의 종료될 즈음에 허리가 거짓말처럼 아파왔고, 후유증이 석 달 갔다.


물리 치료를 해도 이미 무리한 시간만큼의 심통을 부리는데, 이게 나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었다.


좀 배분해서 들어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더랬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 중심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걸 알 만한 나이. 그랬다.

세상은 우리가 아프든 말든 그다지 관심이 없다. 볼멘소리 해봤자, 들을 사람도 없었다. 특히, 프리랜서의 말이라면.


일이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되는

그래서 다음 일을 더 받지 못하는 휴지기가 생기는 경우,

이 아이러니한 삶 속에서 프리랜서들은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일과 건강을 모두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건강을 챙길 수밖에 없는 순간에는 다음 일을 차라리 쉬는 것도 낫지만, 그러면 또

불안해진다.

반대로 다른 거래처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일이 밀려들어오면

아픈 상태로는 어쩔 수 없이 일을 거를 수밖에 없는데


때로는 다른 동료와 협업을 해서

이런 때에 일을 받아서, 협업하기로 한 동료에게 일을 넘기기도 한다.

자신이 일을 받아서 배분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공식적으로는 자신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을 망치지 않도록, 또 자신의 스타일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일을 잘 못 처리하면 해당 거래처와는 일이 끊길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활용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간혹 거래처에서 그것을 허용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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