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1/2)

연작소설

by 희원이

[목차]

◑ 구약의 말들이 죽지 않고 살아서

♬ 프롤로그

♬ 기이한 죽음

♬ 다시 돌아온 죽음

♬ 안팎의 고립

♬ 저주파의 교란

♬ 사교의 주술

♬ 탈출

♬ 격리

♬ 붕괴

♬ 피란

♬ 에필로그


* <탈출> 줄거리

대재앙이 닥친 도시에서, 먹구름이 짙게 드리운 가운데 시간이 멈춘 듯한 어둠이 깔려 있다. 혼란이 극에 달한 순간, 거대한 말 형상의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며 도시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발걸음마다 빌딩이 부서지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지만, 죽은 말들이 주술이 풀리며 되살아나 인간들을 추격한다.

수행3팀장 주요섭은 혼란 속에서 수행원들을 이끌고 사원으로 향한다. 그러나 도시를 뒤덮은 거대한 말의 등장에, 자신들이 믿고 따르던 이사장 유다인이 이 재앙의 원흉임을 깨닫는다. 유다인은 자신이 불러들인 괴물의 존재를 보며 절망에 빠지고, 메시아라고 믿었던 존재가 자신을 심판하려는 괴수임을 자각하게 된다.

주요섭은 수행원들과 함께 사원의 비밀 통로로 진입해 탈출하려 하지만, 도시는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으며 통로 역시 붕괴의 위험에 처해 있다. 그들은 죽은 말들의 저주파 공격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통로 안에서 긴장 속에 이동한다.

이 와중에, 수행원들은 배가 급격히 불러오른 의문의 여자를 데리고 있으며, 그녀와 유다인 사이의 불가사의한 관계에 대해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주요섭은 그녀를 주시하며 마음속 갈등을 느끼지만, 우선 살아남기 위해 통로 깊숙이 진입을 서두른다.





#1

대낮이었지만 먹구름이 가득 끼어 별빛조차 없는 지극한 어둠으로 시간이 훼손된 듯했다. 밤인가, 새벽인가. 그도 아니면 종말인가.

그 순간이었다. 도시의 어둠을 이리저리 밀어내자 간신히 희미해진 어둠을 뚫고 부인할 수 없는 존재감이 느껴지며,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초고층 빌딩들이 서로의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는 도시 중심부에서, 거대한 말이 모습을 드러내며 건물 사이를 헤치고 나왔다. 그 말은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그 크기는 마치 신화 속에서나 볼 법한 괴수였고, 다리가 한 번 땅을 디딜 때마다 대지가 진동했다. 초고층 빌딩들은 그 앞에서 마치 모래성처럼 부서지며 무너져 내렸다.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울렸고, 콘크리트 더미가 폭발하듯 흩어졌다.

"쾅!"

거대한 말이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빌딩은 그 발아래에서 철거된 듯 쓰러졌다. 순식간에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뒤틀리고, 모든 것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빌딩의 잔해들이 땅에 닿기 전부터 이미 그 파편들 사이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잔해들 사이를 헤치며 뛰쳐나온 사람들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죽음이 그들의 뒤를 쫓고 있었다.

“도망쳐!”

누군가 외쳤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갈 곳이 없었다. 도시는 순식간에 전쟁터가 되어버렸고, 건물들은 거대한 말의 발밑에서 속절없이 쓰러졌다. 거대한 괴수의 발걸음 소리는 지진처럼 도시 전체를 울렸고, 파편과 먼지가 사방에 흩어지면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그때 주술사들의 주문이 멈추었다. 의식의 주술이 차단된 그 순간, 괴생명체의 눈동자는 희미한 초점을 되찾았고, 길거리에 나뒹굴던 죽은 말들이 꿈틀거리며 일어섰다. 죽은 말들은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한꺼번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시 한번 신선한 살점의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는 그들을 자극했고, 잠에서 깨어나 무의식적으로 그 냄새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제 그들의 뒤에서 몰려오는 말들을 느꼈다.


"이쪽이야!"

수행3팀장 주요섭은 혼란스러운 무리 속에서 외쳤지만, 그가 가리킨 방향에서조차 또 다른 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신선한 살점을 향해 굶주린 눈빛을 번뜩였고, 조금 전까지는 길바닥에 처박혀 있었는데 이제는 살아 있는 인간의 냄새를 맡자마자 맹렬히 달려들었다.

죽은 말들이 살아난 것을 본 사람들은 그제야 그들에게 닥친 공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무너지는 빌딩만이 위협이 아니었다. 그들 자신이 괴물들의 먹잇감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거대한 말의 출현이 그들의 최면을 깨우고 말았다.

유다인 이사장이 있던 본거지마저 무너지고 있었다. 그 빌딩도 거대한 말의 발걸음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있었다. 그곳에서부터 퍼져나오는 진동은 단순히 건물과 땅을 뒤흔드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질서가 붕괴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주요섭 앞에서 무너지는 빌딩들은 그가 믿고 따랐던 신념과 체계의 상징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결국 이 무너지는 도시와 함께 끝을 맞이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너졌다.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발버둥치며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괴물들은 그들을 잡아먹기 위해 앞 다투어 덤벼들었고, 그 발톱과 이빨은 도시의 빛을 삼키며 모든 것을 어둠으로 몰아넣었다. 초고층 빌딩들이 무너질 때마다 사람들은 절망의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그러나 어디로 가든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뿐이었다.

거대한 말은 도시를 파괴하며 계속해서 걸어갔다. 그 거대한 형체는 하늘을 가리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고, 그 발아래서 모든 것이 부서져 내렸다.





#2

유다인 이사장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빌딩의 지붕이 무너지고, 그 너머로 거대한 그림자가 도시 위로 드리워졌다. 지붕을 뜯어내고 그 위에서 유다인을 내려다보는 존재는 단순한 괴수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괴물에게는 익숙한 무언가가 있었다. 순간적으로 사람처럼 두 팔을 지니고 있었으나, 대가리는 말의 모습이었다. 몸집은 언뜻 보기에 20층 높이의 빌딩에 버금가는 장신이었고, 그 거대한 존재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괴수는 주위를 둘러보며 거대한 손으로 작아진 사람들을 마구 잡아채더니, 그들을 입에 넣고 우두둑 씹어 먹기 시작했다.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찢겨 나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그 소리는 너무나도 세밀하고 선명하게 들려 귀를 찢을 듯했다. 괴물은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를 내며 걸었다. 말다리로 바닥을 강하게 밟을 때마다 땅은 울리고, 발굽에 깔린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피를 뿜으며 무너졌다.

유다인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혼란스러워졌다.

'이것이 메시아인가?'

유다인 자신에게 물었다. 그가 기다리던 메시아가 정말 이 괴물일 수 있을까? 자신이 기다려왔지만, 정작 오지 않기를 바랐던 바로 그 존재가 이 괴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이르렀지만, 어쩌면 예전부터 그럴 수 있겠다는 짐작 정도는 했었다. 애써 외면했을 뿐이다. 괴물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의 비명은 더욱 커져갔다. 거리 곳곳에서 비명 소리가 울리고, 사람들은 죽어나갔다. 괴물의 발밑에서 짓밟히거나 건물 잔해에 깔려버리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죽은 말들이 깨어나 거리를 뒤덮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의 군주가 돌아온 것처럼, 거대한 말에게 경배를 올리듯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그들은 눈을 감고 고개를 조아렸다. 죽은 사람들은 멍하니 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몸은 저주에 걸려 이미 살아있는 자의 몸이 아니었기에, 그저 엉거주춤한 자세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산 사람들은 그 공포 속에서 탈출하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도망칠 길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이사장 유다인은 그 모든 광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두 눈은 이미 감정이 마비된 상태였다. 모든 일이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던 것이다. 자신이 거대한 말을 불러들이고, 그것이 그에게 다가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이 초래한 일이었다. 그 말은 그에게 무언의 질책을 하고 있는 듯했다. 메시아가 자신에게 심판을 내리러 온 것인지도 몰랐다.

유다인은 자신이 무엇을 어겼는지 깨달았다. 거대한 말은 자신이 불러들인 것이다. 그의 주술, 끝없는 욕망, 메시아를 제외하고 홀로 서고자 했던 헛된 야심, 세상을 지배하고자 했던 조종욕이 이 거대한 재앙을 초래했다. 바깥으로 이어지는 성의 주변을 우회하는 통로를 알았지만, 유다인 이사장은 계속 망설였었다. 메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지 못했다. 어쩐지 말들이 자신의 주술로 통제하는 본거지에서 너무 멀리 나아가버리면 통제력을 상실하게 될까 봐, 차마 말들을 온전히 풀어놓지는 못했었다. 그것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한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성 안에 묶어 두고 이해득실을 따져야 했다. 중앙 정부는 마비되었고, 군사 작전을 시작하려는 군부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성벽을 타고 넘어와서는 소탕 작전을 펼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두려웠다. 이제 막 가진 것을 놓기 싫었다. 그리고 독버섯처럼 돋아난 새로운 권력욕 때문에 벌어진 재앙을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었다. 이제 유다인도 거대한 말 앞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사장은 서둘러 이사장실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가자, 멀리서 죽은 말들이 모두 바닥에 엎드려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거대한 괴수에게 복종하는 신하처럼 그들은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산 사람들은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힘을 짜내며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앞에는 더 많은 말과 죽은 자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유다인은 바깥으로 이어지는 성벽 주변의 비밀 통로를 알았다. 그 통로로 죽은 말들을 내보내 세상을 무정부상태로 몰고 가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대신 이제 자신이 그 통로를 따라 탈출해야 했다. 그 모든 가능성, 자신의 세계가 건설된다는 꿈에 부풀었다가 순식간에 쪼그라든 셈이었다. 본거지를 떠나면 자신은 도망자일 뿐이고, 자신의 몇 남지 않은 추종자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그나마 남은 자신의 작은 왕국을 유지하는 것에 급급하게 될 것이었다. 아직은 말들이 주술에 묶여 있었지만, 이곳을 떠나면 모든 통제가 풀려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의 지배력도 끝이 날 것이다. 자신 역시 말들의 공격을 두려워하는 패배자가 될 것이라 여겼다. 죽은 말들은 자신의 진짜 주인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이루어낸 권력은 헛된 것이었다.

멀리 광장에 몰려 있던 죽은 말들이 포효하며 모두 바닥에 엎드려서는 거대한 말에게 경배를 올리는 것 같은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죽은 사람들은 영문을 모른 채 멍하니 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있었다. 산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사장 유다인은 그저 멍하니 이 믿기지 않은 종말의 장면을 훑어보았다. 자신의 임무가 다했다는 직감이 들었다. 도망치다 죽느니, 차라리 여기서 죽자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 거대한 괴수가 한낱 작은 벌레 크기에 불과해 보이는 자신을 사뿐히 즈려 밟았다. 퍽, 뼈가 으스러지고, 내장이 터지는 소리가 잠깐 들렸다. 거대한 괴수가 발을 떼자, 정확히는 아틀라스가 하늘을 받치듯 이사장 유다인은 그 발을 들더니 점점 몸집이 부풀어졌다. 모든 죄악이 유다인의 발바닥을 적시고 발등을 타고 올라 기어이 발목까지 이르니, 걸을 때마다 발이 없어 기우뚱하는 기분이 들었다. 때로는 차가운 죽음의 손이 자신의 발목을 그러쥐고는 못 가도록 붙잡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유다인은 두려워 울부짖었다. 그것은 사람의 비명이 아니라, 괴수의 포효였다.

아무리 보아도 순간적으로 사람처럼 두 팔을 지닌 채 말 대가리를 한, 아파트 5층 높이쯤 되는 장신의 괴물처럼 보였다. 그는 갑자기 작아져버린 사람들을 손으로 잡아채서는 온 힘으로 그들을 쥐었다. 우두둑 뼈가 으깨지는 소리가 사방에 들렸다.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귀를 울릴 정도로 세밀해졌다. 그는 또각또각 걸었다. 그의 다리는 말다리였고, 발굽으로 소리를 내면서 걸었다. 그 발로 사람을 밟기도 하였다.

부디 말이 안 된다고 욕하지 말아 달라. 원래 말은 두서가 없어야 한다. 그래야 죽은 말이다. 말이 두서가 있으면 그때부터 더는 죽은 말이 아니게 된다. 죽은 말이 되려면 억지 논리로 무장한 채 상대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어야 한다. 광란의 파티가 열리는 셈이다.





#3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주요섭과 수행원들은 비밀 사원의 본거지로 차를 몰고 가던 중이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광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함 그 자체였다. 멀리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거대한 괴수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부수고 있었고, 그 옆에 5층 아파트만큼 커진 유다인 이사장이 있었다. 유다인은 점점 괴수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그의 몸은 기괴하게 뒤틀렸고, 인간의 모습은 사라져갔다. 처음에는 이사장이 마치 말 형상의 괴물들을 지배하는 존재처럼 보였지만, 이내 그의 모습이 그 괴수와 동일하게 변모해가는 과정을 목격한 순간, 주요섭의 마음속에서 무언가 무너져 내렸다.

'이게 도대체 뭐지?'

주요섭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동안 자신이 따랐던 이사장이 한순간에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토록 고귀하게 여겨졌던 유다인이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오랫동안 신뢰하고 따랐던 존재가, 지금은 압도적인 괴력을 지닌 괴생명체로 변해 있었다.

주요섭은 갑자기 마음속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자신이 지켜야 할, 자신이 믿어야 할 기준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이사장을 구출하거나 그를 따를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그를 막아야만 했다. 유다인 이사장은 세상에 해악을 끼칠 괴물일 뿐이었다.

"우리가 구해야 할 사람은 없다. 무조건 사원으로 진입해 비밀 통로를 통해 성을 빠져나가자."

주요섭은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이곳에 남아 있어 봤자 답은 없었다. 거대한 괴수와 이사장이었던 괴수는 이미 도시를 파괴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들의 발굽에 짓밟히고 있었다. 주요섭은 빠르게 판단했다. 사원으로 진입해 비밀 통로를 통해 탈출하는 것만이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는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상황에 따라서는 유다인 이사장에게도 발포해야 했다. 수행원 중에는 “그래도 이사장님인데...”라고 말끝을 흐리는 경우는 있어도, 대부분 잠자코 상황을 받아들였다. 이사장은 한때 자신들이 지켜야 할 고귀한 존재였지만, 이제는 그저 압도적인 괴력을 지닌 괴물일 뿐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이사장을 처치하는 것도 불가피했다.

주요섭은 망설임 없이 차에서 내렸다. 차를 타고 이동하기엔 길이 너무 좁았기에 어쩔 수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보로 이동해야 했다. 사방은 쓰러진 나무와 파편으로 가득했고, 그곳을 빠르게 벗어나려면 차를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주요섭은 수행원들에게 차를 포기하라고 지시하며 빠르게 사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에게는 생존 본능이 살아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단호했고,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주요섭은 산 사람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에 충실했다. 특공대 출신답게 생존을 위한 날렵한 감각이 되살아났고, 그는 수행원들을 이끌고 야산을 넘듯 민첩하게 움직였다. 눈앞에 펼쳐진 장애물들은 그의 앞을 가로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매복과 적진 교란에 특화된 훈련을 받던 특공대 출신답게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했다.

주요섭은 삼십분 전, 갑자기 말이 되살아나자 본능적으로 차 안에 숨은 채로 상황을 살폈었다. 사방이 혼란에 휩싸였지만, 그는 두 가지 흐름을 감지했다. 하나는 붕괴하는 비밀 사원에서 탈출하려다 죽은 말들의 표적이 된 무리, 또 다른 하나는 도심지에 숨어 있다가 성문으로 향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무리였다. 아마도 그들은 뿔뿔이 흩어진 채 아무 빌딩에나 숨어 있던 자들이었을 것이다.

주요섭은 빠르게 방향을 잡았다. 성문으로 향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성문은 이미 닫혀 있거나, 그곳으로 가봤자 죽음밖에 기다리고 있지 않을 것이다. 유일한 생존 방법은 사원으로 가는 것이었다. 사원에는 그가 알고 있는 비밀 통로가 있었고, 그곳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만이 살길이었다. 비록 그 통로가 그를 어디로 이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유일한 탈출구 같았다.

"따라와!"


주요섭은 무겁게 숨을 내쉬며 수행원들을 향해 짧고 단호하게 외쳤다.

"사원으로 들어간다. 무조건 비밀 통로로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이미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주위는 혼란 그 자체였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뒤엉켜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었고, 괴수들의 발자국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원으로 향하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지만, 그 길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곳엔 이미 파괴된 도시의 잔해로 가득했다. 도로는 곳곳의 균열로 아스팔트가 깨져 있었고, 폭발로 인해 뒤엉킨 차량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피로 물든 길 위에는 부서진 빌딩의 파편과 잔해들이 쌓여 있었으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주요섭과 수행원들이 길을 따라 움직일 때마다 발밑에는 깨진 유리와 날카로운 파편이 뚝뚝 부서지는 소리를 냈다. 그들의 발걸음은 무겁고 조심스러웠지만, 급박한 상황에 주저할 틈은 없었다. 몇 발자국만 내디뎌도 어디선가 터져 나오는 괴성이나 비명이 귀를 찔렀다. 죽은 말들이 피를 흘리며 땅에 쓰러져 있었고, 썩어가는 시체에서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시체들 사이에서 살아 있는 괴생명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죽은 말들은 대부분 반쯤 부패한 상태였지만, 그 중 일부는 여전히 꿈틀거리며 바닥을 기어갔다. 말의 다리 한쪽이 떨어져 나가거나, 상체만 남은 채로 기어가는 모습은 끔찍했다. 그들은 살점을 찾아 헤매는 듯했고, 주요섭 일행이 다가가면 예리한 이빨을 드러내며 입을 벌렸다. 그들의 입에서는 피 섞인 비린내가 풍겨왔고, 썩어가는 살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들의 피 묻은 입과 부패한 몸에서 풍겨오는 악취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했다.

주요섭은 숨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앞서가던 수행원이 실수로 쓰러진 시체를 밟자, 시체는 순간적으로 뒤틀리며 입을 크게 벌렸다.

"움직여!"

주요섭은 단호하게 외쳤다. 그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뒤에서 거대한 말의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들은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움직여야 했다. 도시의 골목길에선 죽은 말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주변에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폐허가 된 빌딩의 잔해 아래에서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 한 교차로를 지날 때, 갑작스레 무너진 빌딩의 잔해가 길을 막았다. 무너진 구조물 위로는 선명한 핏자국과 찢겨진 천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고, 그 잔해 속에서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살려주세요..."

그러나 주요섭은 그곳을 돌아볼 수 없었다. 비명은 점점 희미해졌고, 그는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주요섭은 사원의 윤곽이 점점 뚜렷해지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 다짐했다. 살아남아야 한다.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감정도 그를 방해할 수 없었다. 두려움과 혼란은 이미 그의 마음속에서 사라지고, 오로지 생존을 향한 집념만이 남아 있었다. 수행원들은 그의 뒤를 따라 힘겹게 발을 옮겼지만, 그들은 주요섭의 결단력 덕분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길 곳곳에는 도망치다 넘어진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버려진 가방, 찢겨진 옷가지, 피로 얼룩진 길은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었다. 주요섭은 이를 악물고 그 길을 통과했다. 어디에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사원으로 가는 길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들이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마치 사원을 지키는 것처럼 서 있던 죽은 말들이 점점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죽은 말들의 시체에서 나오는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고, 벽이 갈라지며 먼지가 흩날렸다. 수행원들은 뒤따르면서 지쳐가고 있었지만, 주요섭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살아남아야 한다.

다행히 근처의 죽은 말들은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물론, 언제 다시 움직일지 알 수 없었기에 긴장해야 했다. 주요섭은 깊은 숨을 내쉬며 다시 한번 다짐했다. 살아남아야 한다.

그들은 사원이 보이는 길목까지 다다랐고, 그곳은 한층 더 험난했다. 무너진 빌딩 잔해와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의 비명, 곳곳에서 깨어나는 죽은 말들의 움직임,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거대한 말의 발소리까지. 그들의 주위를 둘러싼 위험은 언제나 지뢰처럼 도사렸고, 주요섭은 그 모든 것을 버텨내며 한 걸음씩 사원으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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